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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불붙은 소 같고, 발정 난 말 같은 사람들 [火牛風馬화우풍마] <채근담>


높은 관에 큰 띠를 두른 인사라도

도롱이에 삿갓 쓴 일없이 자유로운 사람을 보면

절로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긴 자리 널리 깔고 잔치를 벌이는 부호라도

성긴 발 정갈한 책상에 고요히 앉은 사람을 보면

부러운 마음이 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럼에도 사람들은 어찌하여

꼬리에 불붙은 소처럼 치달리고

발정 난 말처럼 유혹에 빠지기만 하고

스스로의 본성에 맞게 자적할 생각은 하지 않는가.


峨冠大帶之士,  一旦睹輕簑小笠飄飄然逸也,  未必不動其咨嗟.
아관대대지사,  일단도경사소립표표연일야,  미필부동기자차.
長筵廣席之豪,  一旦遇疏簾淨几悠悠焉靜也,  未必不增其綣戀.
장연광석지호,  일단우소렴정궤유유언정야,  미필부증기권연.
人奈何驅以火牛,  誘以風馬,  而不思自適其性哉.
인내하구이화우,  유이풍마,  이불사자적기성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아관대대[峨冠大帶]  높은 관과 넓은 띠. 높은 관과 큰 띠. 높은 벼슬아치의 복장. 고관대작의 예복. 옛날 고관들은 이러한 관과 복장을 하였으므로 고관대작(高官大爵)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 아관박대[峨冠博帶]  높은 관과 넓은 의대(衣帶). 유생(儒生)이나 사대부(士大夫)의 복장이다. 삼국연의(三國演義) 제37회에 “문밖에 한 선생은 높다란 관과 넓은 띠를 띤 옷을 입고 있고 남달리 빼어난 풍모를 갖추고 있는데, 특별히 찾아서 왔다.[門外有一先生, 峨冠博帶, 道貌非常, 特來相探.]”라고 하였다.
  • 인사[人士]  일정한 지위나 경륜을 갖추고 어떤 분야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 교육이나 사회적인 지위(地位)가 있는 사람.
  • 일단[一旦]  일단. 한번. 하루아침. 어느 날. 어느 때. 잠시. 우선 먼저. 우선 잠깐. 하루 만에. 하루 새.
  • 경사소립[輕蓑小笠] 가벼운 도롱이와 작은 삿갓. 농부나 은자(隱者)의 복장을 이른다.
  • 표표[飄飄]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 바람처럼 가볍게 나아감. 바람이 산들산들 부는 모양. 바람에 펄럭이는 모양. 팔랑팔랑 떠도는 모양. 바람에 휘날리는 모양. 깃을 펼치고 날아가는 모양. 경쾌하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고풍(古風)에 “표표히 가없는 세계로 들어가, 머리 조아리고 옥황상제께 고한다.[飄飄入無倪 稽首祈上皇]”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일엽편주가 가는 대로 만경창파를 타고 가니, 호연한 기상은 마치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타고 가는 듯하여 그칠 바를 모르겠고, 표연히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이 세상을 떠나 홀로 날개가 돋아 신선이라도 된 것 같았다.[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 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라고 하였다.
  • 미필[未必]  반드시 ~한 것은 아니다. 꼭 ~하다고 할 수 없다. 必은 부사로서 ‘꼭 ~할 것이다’ 또는 ‘반드시 ~하려 한다’는 결연한 의지나 확정을 나타낼 때 쓰이고, 未必은 ‘꼭 ~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다’는 의미로 부분 부정을 나타낸다. 참고로, 문자(文子) 부언(符言)에서 “군자가 좋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지만 반드시 화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君子能爲善, 不能必得其福; 不忍於爲非, 而未必免於禍.]”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차[咨嗟]  느껴서 탄식하는 것. 탄식함. 어떤 일을 슬프게 여겨 한숨을 쉬며 한탄함. 한숨을 쉬다. 탄식하다. 구양수(歐陽脩)의 문충집(文忠集) 권8 명비곡화왕개보작(明妃曲和王介甫作) 시에 “손을 밀면 비가 되고 당기면 파가 되니, 오랑캐들도 함께 듣고 탄식하였네.[推手爲琵却手琶 胡人共聽亦咨嗟]”라는 말이 나온다.
  • 장연광석[長筵廣席]  길게 마련하여 많은 사람이 참석하는 잔치 자리와 넓게 펼쳐진 좌석.
  • 장연[長筵]  크고 긴 대나무 자리인데, 흔히 잔치 때에 길게 배열한 자리를 이른다. 전하여 참석자가 많은 성대한 잔치를 의미한다.
  • 광석[廣席]  넓은 자리. 소학(小學) 선행(善行)에 “강주 진씨는 종족이 7백 명이 되었는데, 식사 때마다 넓은 자리를 펴고 어른과 어린이가 차례로 앉아 함께 먹었다.[江州陳氏, 宗族七百口, 每食設廣席, 長幼以次坐而共食之.]”라고 하였다.
  • 소렴정궤[疏簾淨几]  성긴 발과 깨끗한 책상. 안이 내비치는 성근 발과 정갈한 책상.
  • 소렴[疏簾]  대나무로 짠 듬성듬성한 발. 대오리나 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든 간격이 성근 발. 대나무로 짠 속이 내비치는 창렴(窗簾). 참고로, 장뢰(張耒)의 시 하일(夏日)에 “성근 발은 달빛을 불러들이고, 속 빈 목침 속에서 새소리 개울물소리 섞이네.[落落疎簾邀月影, 嘈嘈虛枕納溪聲.]”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7월 1일에 종 현령(終縣令)의 물가 누각에 쓴 시 두 수[七月一日題終明府水樓 二首]’의 마지막 구에 “초강과 무협 일대는 구름 끼고 비 오는 날이 절반이니, 시원한 대자리 성긴 주렴 안에서 바둑 구경 하노라.[楚江巫峽半雲雨, 淸簟疏簾看弈棋.]”라고 하였다.
  • 정궤[淨几]  깨끗한 책상. 정갈한 책상.
  • 명창정궤[明窓淨几]  환한 창문에 정갈한 책상. 사방득(謝枋得)의 창포가(菖蒲歌)에 “특이한 뿌리는 진세(塵世)의 기운 띠지 않고, 고고한 지조는 천석(泉石)의 맹약 맺기 좋아하네. 밝은 창 깨끗한 책상과는 옛 인연이 있고, 꽃피는 숲 풀 자라는 섬돌과는 사귈 마음 없다네.[異根不帶塵埃氣, 孤操愛結泉石盟. 明窓淨几有宿契, 花林草砌無交情.]”라고 하였고, 서거정(徐居正)의 시 명창(明窓)에 “밝은 창 정갈한 책상에 앉아 향을 사르니, 한가한 가운데 취미가 진진함을 깨닫네.[明窓淨几坐焚香, 頗覺閑中趣味長.]”라고 하였고, 오장(吳長)은 서실소기(書室小記)에 “옛 사람의 책이 수십 질 있어서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혹 손길 따라 뽑아서 보고, 혹 무릎을 꿇고 소리 내서 읽으면, 문득 생각이 전일하고 간절해지는 것을 느낀다.[有古人書數十帙, 明窻靜几, 或隨手抽檢, 或斂膝誦讀, 頗覺意思專切]”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유유[悠悠]  아득하게 먼 모양. 때가 오랜 모양. 한가한 모양. 허공에 떠 있는 모양. 정처 없이 떠도는 모양. 침착하고 여유가 있고 차분한 모양. 길고 오래다. 유구하다. 한가하다. 유유하다. 요원하다. 황당무계하다. 우려하다. 그리워하다. 심원(深遠)하다. 묘망(渺茫).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영양별원단구지회양(潁陽別元丹丘之淮陽)에 “시조 사이에서 그럭저럭 보내는 동안, 옥 같은 얼굴은 날로 검게 야위어. 잃은 것은 산악보다도 중하고, 얻은 것은 진애보다도 가벼웠소.[悠悠市朝間, 玉顔日緇磷. 所失重山岳, 所得輕埃塵.]”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왕원량(汪元量)의 호주가 6(湖州歌六)에 “연운의 북쪽은 그 끝이 보이지 않고, 대강은 동쪽으로 유유히 흘러가네.[北望燕雲不盡頭, 大江東去水悠悠.]”라고 하였고,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시 위고언선증부2수(爲顧彦先贈婦二首)에 “집 떠나 멀리 나와 노니는 생활, 유유하여라 삼천 리 머나먼 길이로세. 서울에는 바람과 먼지가 어찌 많은지, 흰옷이 금방 새카맣게 변하누나.[謝家遠行游, 悠悠三千里. 京洛多風塵, 素衣化爲緇.]”라고 하였고, 최호(崔顥)의 시 황학루(黃鶴樓)에 “황학은 한번 떠나 다시 오지 않고, 흰 구름만 천년토록 공연히 떠다니네.[黃鶴一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라고 하였고, 백거이(白居易)의 시 장한가(長恨歌)에 “생사가 갈린 지 몇 해이던가, 혼백마저 꿈 속에서 만날 수 없네.[悠悠生死別經年 魂魄不曾來入夢]”라고 하였고, 진자앙(陳子昻)의 시 등유주대가(登幽州臺歌)에 “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자니, 홀로 슬픔에 겨워 눈물이 흐른다.[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라고 하였고, 시경(詩經) 왕풍(王風) 서리(黍離)에 “나를 아는 사람은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하다 하겠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은 뭘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아득히 높은 하늘이여 누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知我者謂我心憂, 不知我者謂何求, 悠悠蒼天, 此何人哉]”라고 하였고, 열자(列子) 양주(楊朱)에 “공리심(功利心)에 들뜬 사람들은 자기의 이름만을 내기 위해 여념이 없다.[悠悠者趨名不已.]”라고 하였다.
  • 권련[綣戀]  몹시 그리워함. 동경하다. 정이 깊어 헤어지기 어렵다.
  • 내하[奈何]  어떻게. 어째서. 어찌. 어떻게 하다. 어찌하다. 어찌할까. 어찌할 수 없다. 어찌할 도리가 없다. 누구를 어떻게 하다. 처리하다. 대처하다. 어떻게 ~한가. 어찌 ~한가. ~를 어찌하겠는가. ~을 어찌하면 좋을까.
  • 화우[火牛]  등에다가 용무늬를 그려 넣고, 양쪽 뿔에다가 병기를 매달고, 꼬리에 기름 먹인 섶을 매단 다음, 여기에 불을 붙여서 적진으로 돌진하게 하는 소를 말한다. 전국 시대 때 연(燕) 나라가 제(齊) 나라를 쳐들어와 제 나라의 모든 성이 함락되고 즉묵성(卽墨城) 하나만이 남아 있었다. 그때 전단(田單)이 즉묵성에 있으면서 이 화우를 이용해 한밤중에 연 나라 군사를 쳐 승리를 거둔 뒤, 그 승세를 타고 삽시간에 제 나라의 72성을 수복하여 거의 망해 가던 제 나라를 재건하였다. 그리고는 당시 거(莒) 땅으로 피해 있던 양왕(襄王)을 맞이하여 임치(臨淄)로 들어갔다. <史記 卷82 田單列傳> 화우지계(火牛之計).
  • 풍마[風馬]  발정기의 바람난 말.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에서 나온 표현으로, 말이나 소가 발정이 나서 암수가 서로 유혹하려 해도 거리가 멀어 미칠 수 없다는 말로,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4년에 조에, 제 환공(齊桓公)이 제후(諸侯)의 군대를 거느리고 초(楚)나라를 치자, 초나라에서 사신을 보내어 말하기를 “임금은 북해에 살고 과인은 남해에 살아 바람난 말이나 소도 서로 미칠 수 없는 먼 거리이니, 임금께서 우리 땅에 오실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君處北海, 寡人處南海, 唯是風馬牛不相及也, 不虞君之涉吾地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풍마우[風馬牛]  풍마우(風馬牛)는 암내 난 말이나 소이다. 발정 난 말이나 소가 짝을 구하나 멀리 떨어져 있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4년 조에 “4년 봄에 제후(齊侯)가 제후(諸侯)의 군대를 거느리고 가서 채(蔡)나라를 침공(侵攻)하니 채사(蔡師)가 흩어져 도망하였다. 드디어 초(楚)나라를 토벌하니 초자(楚子)가 제후(諸侯)의 군중(軍中)으로 사신(使臣)을 보내어 ‘임금은 북해(北海)에 살고 과인(寡人)은 남해(南海)에 살아 바람난 우마(牛馬)도 서로 미칠 수 없는 먼 거리이니, 임금께서 우리의 땅에 오실 줄은 생각지 못하였소. 무엇 때문에 오셨소?[四年春, 齊侯以諸侯之師侵蔡, 蔡潰. 遂伐楚, 楚子使與師言曰: 君處北海, 寡人處南海, 唯是風馬牛不相及也. 不虞君之涉吾地也, 何故.]’라고 하였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注)에 “암수가 서로 유혹하는 것을 바람[風풍]이라 한다. 마소가 바람이 나 달아나서 암수가 서로 유혹하려 해도 거리가 멀어 미칠 수 없다는 말이니, 제(齊)나라와 제(齊)나라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관계가 없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牝牡相誘曰風. 言雖馬牛風逸, 牝牡相誘, 亦不相及, 喩齊楚遠不相干也.]”라고 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
  • 풍마우불상급[風馬牛不相及]  풍마우(風馬牛)는 발정 난 말이나 소를 이른다. 발정난 말이나 소가 짝을 구하나 멀리 떨어져 있어 미치지 못한다는 뜻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의 고사성어이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부인 중에 채희(蔡姬)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녀는 채(蔡)나라에서 바친 공녀였다. 하루는 환공이 채희와 함께 뱃놀이를 나갔는데, 그녀가 성장한 곳은 물이 많은 곳이었기에 물이 전혀 두렵지 않은 그녀는 환공을 놀려주려고 배를 심하게 흔들며 재미있어 했다. 이 일로 성이 난 환공은 궁궐로 돌아오자마자 채희를 채나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채나라에서는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개가시켰고, 환공은 이것을 빌미로 채나라를 공격하였다. 채나라 공략에 성공한 환공은 그 여세를 몰아 선봉부대를 이끌고 초(楚)나라 국경과 인접한 소릉(召陵)까지 진군했다. 이에 놀란 초나라 성왕(成王)은 사신을 보내 제나라 환공의 본심을 알아보려고 “임금은 북해에 살고 과인은 남해에 살아, 바람난 말이나 소라 할지라도 서로 미치지 못하는 먼 거리이니, 임금께서 내 땅으로 건너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까닭인가?[君處北海, 寡人處南海, 唯是風馬牛不相及也. 不虞君之涉吾地也, 何故.]”라고 물었다. 그러자, 환공을 대신하여 관중(管仲)이 나서서 말하기를 “초나라가 공물을 제때 바치지 않은 일과 주(周)나라의 소왕(昭王)이 한수이강[漢水]에서 익사한 경위를 알아보려고 출동했다”고 하였다. 이에 초나라 성왕은 굴완(屈完)을 특사로 보내 소릉에서 화평조약을 맺음으로써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史記 齊桓公紀>

【譯文】 生活自適其性,  貴人不若平民  :  自適其性,  宜若平民.
峨冠大帶的達官顯貴,  一旦看到身穿蓑衣鬥笠的平民悠然自得閑適安逸的樣子,  不見得不萌動他唏噓的贊歎  ;  賓朋滿座的富家豪門,  一旦遇到稀疏窗簾窗明幾淨悠閑自在安然寧靜的環境,  不見得不增添他綣戀的情懷.  世人爲什麼屈從於富貴顯達的驅使,  權謀欲望的誘惑,  而不思考自然適合自己天性的生活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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