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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물을 잊고, 새는 바람을 잊고 [處世忘世처세망세 超物樂天초물낙천] <채근담>


물고기는 물이 있어 떠다니지만

물에서야 서로의 존재를 잊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날지만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이치를 깨닫게 되어야

외물의 얽어맴에서 벗어나게 되고

신묘한 자연의 작용을 즐길 수 있게 된다.


魚得水逝,  而相忘乎水.  鳥乘風飛,  而不知有風.
어득수서,  이상망호수.  조승풍비,  이부지유풍.
識此可以超物累,  可以樂天機.
식차가이초물루,  가이낙천기.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상망[相忘]  서로의 존재를 잊음.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물고기는 물 있는 데로 가고, 사람은 도 있는 데로 간다. 물 있는 데로 가는 물고기는 못을 파서 양육을 받아야 하고, 도 있는 데로 가는 사람은 일을 없애서 삶을 안정되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물고기가 강호에서 서로를 잊고, 사람이 도술 속에서 서로를 잊는다.’고 한 것이다.[魚相造乎水, 人相造乎道. 相造乎水者, 穿池而養給; 相造乎道者, 無事而生定. 故曰: 魚相忘乎江湖, 人相忘乎道術.]”라고 하였고, “물이 바짝 말라 물고기들이 땅바닥에 드러나게 되면, 서로들 습기를 내뿜어 주고 서로들 거품으로 적셔 주지만, 강과 호수에서 서로들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라고 하였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답왕유안선덕계(答王幼安宣德啓)에 “장차 시골에서 가댁(家宅)과 전지(田地)를 구하여 3백 손가락의 공양을 위하고, 문을 닫고 면벽하여 60년의 잘못된 행적을 살피려 하니, 어찌 다만 강호(江湖)에서 서로 잊을 뿐이겠습니까?[方將求田問舍, 爲三百指之養, 杜門面壁, 觀六十年之非, 豈獨江湖之相忘.]”라고 하였다.
  • 물루[物累]  물욕에 얽매이는 것. 외물에 얽매여 벗어나니 못함. 사물에 얽매여 마음에 짐이 되는 것. 물욕 때문에 마음을 번거롭게 하는 것. 몸을 얽매는 세상의 온갖 괴로운 일. 외부 세계와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에게 주어지는 온갖 번민·부담·책임 따위. 세상사의 번거로움. 의식 등의 재물과 관련하여 겪게 되는 일. 장자(莊子) 천도편(天道篇)에 “그러므로 천도(天道)를 따르는 즐거움을 아는 자는 하늘이 그를 원망하지 않고,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지 않고, 재물에 의한 속박도 받지 않으며, 귀신의 처벌도 받지 않는다.[故知天樂者, 無天怨, 無人非, 無物累, 無鬼責.]”라고 한 데서 보이고, 포박자(抱朴子) 박유(博喻)에 “쓰임이 있는 것은 사람들의 쓰임이고 쓰임이 없는 것은 나의 쓰임이다. 몸을 따르는 자는 이름으로 화기를 없애지 않고, 삶을 기르는 자는 외물로 자신을 얽매지 않는다.[有用, 人之用也; 無用, 我之用也. 循身者, 不以名汨和; 修生者, 不以物累己.]”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천기[天機]  만물 속에 내재한 하늘의 기틀. 자연의 이법(理法). 내면의 천진(天眞)함. 천부적으로 타고난 기지(機智)나 성품. 하늘이 부여한 재능. 사물의 천연(天然)의 모습. 만물을 주관하는 하늘이나 대자연의 비밀 또는 신비. 모든 조화(調和)를 꾸미는 하늘의 기밀(機密). 중대한 기밀. 천리(天理)가 발용(發用)하는 것. 천부의 영기(靈機). 영성(靈性). 타고난 근기(根器). 조화(造化)의 은밀한 기틀. 참고로,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기호와 욕망이 깊은 사람은 천기(天機)가 얕다.[其耆欲深者 其天機淺]”고 하였고, 열자(列子) 설부(說符)에 춘추 시대 진 목공(秦穆公)이 일찍이 말[馬]의 상(相)을 잘 보았던 구방고(九方皐)로 하여금 천리마(千里馬)를 구해 오게 했는데, 3개월이 지난 뒤에야 구방고가 와서 천리마를 얻었다고 하므로, 목공이 어떤 말이냐고 물으니, 구방고가 누런 암말[牝而黃]이라고 대답하므로, 다른 사람을 시켜 가서 보게 한 결과 검은 숫말[牡而驪]이었다. 그러자 목공이 앞서 구방고를 천거한 그의 친구 백락(伯樂)을 불러 책망하기를 “실패했도다. 그대의 천거로 말을 구해 오게 했던 사람은 말의 색깔도 암수도 알지 못하는데, 무슨 말을 알 수 있단 말인가.”라고 하니, 백락이 말하기를 “구방고가 본 것은 곧 천기(天機)이므로, 그 정(精)한 것만 얻고 추(麤)한 것은 잊어버리며, 내면의 것만 중시하고 외면의 것은 잊어버린 것입니다.”라고 했는데, 말을 데려와서 보니, 과연 천하의 양마(良馬)였더라는 고사가 나온다.

【譯文】 處世忘世,  超物樂天.
魚得水遠逝而忘記自己置身於水,  鳥乘風飛翔而不知道有風的存在.  認識這種可以超然外物拖累的道理,  可以感受到快樂的天然玄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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