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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쇠와 강약은 쉼 없이 바뀐다 [人生無常인생무상 盛衰何恃성쇠하시] <채근담>


무너진 돌층계에 여우가 잠을 자고

황량한 누대에 토끼가 뛰어노는

이곳이 다 한 때는 환락을 즐기던 곳

싸늘한 이슬이 국화에 맺히고

안개가 시든 풀 섶에 감도는

이곳이 다 한 때는 전쟁을 벌이던 곳

성하고 쇠함이 어찌 영원할 것이며

강하고 약함은 또 어디에 있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게 되면

사람의 마음을 식은 재처럼 만들어버린다.


狐眠敗砌,  兎走荒臺,  盡是當年歌舞之地.
호면패체,  토주황대,  진시당년가무지지.
露冷黃花,  煙迷衰草,  悉屬舊時爭戰之場.
노냉황화,  연미쇠초,  실속구시쟁전지장.
盛衰何常,  强弱安在?  念此令人心灰.
성쇠하상,  강약안재?  염차영인심회.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패체[敗砌]  무너진 돌계단. 무너진 돌층계.
  • 황대[荒臺]  황량한 누대. 버려진 누대. 이백(李白)의 시 소대람고(蘇臺覽古)에 “옛 동산의 거친 누대에 버들빛 새로운데, 마름 따며 부르는 맑은 노랫소리 봄을 겨워하네. 지금은 오직 저 서강의 달만 있어, 일찍이 오나라 왕궁의 그 사람 서시서시를 비췄으리.[舊怨荒臺楊柳新, 菱歌淸唱不勝春. 只今惟有西江月, 曾照吳王宮裏人.]”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영회고적(詠懷古跡) 5수 중 요락심지송옥비(搖落深知宋玉悲)에 “강산의 고택에 부질없이 문장만 남았는데, 황량한 양대(陽臺)에서 운우를 꿈엔들 생각하랴.[江山故宅空文藻, 雲雨荒臺豈夢思.]”라고 하였다.
  • 진시[盡是]  전부 ~이다. 온통 ~이다. 그 모두가 ~하다. 모두가 ~이다. 도처에. 매우 많다.
  • 황화[黃花]  국화(菊花). 노란색의 국화. 국화(菊花)에는 여러 종류의 색깔이 있지만 옛사람들은 노랑색 국화를 정색(正色)으로 여겼다. 숫처녀. 숫총각. 장한(張翰)의 잡시3수(雜詩三首) 기1(其一)에 “푸른가지 비취를 묶어 놓은 듯, 노란 국화 황금 흩어 놓은 듯.[靑條若總翠, 黃花如散金.]”이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한기(韓琦)의 시 구월수각(九月水閣)에 “농부의 가을빛 담담함 부끄러워 말고, 늦가을 국화꽃 고운 향을 보아라.[不羞老圃秋容淡, 且看黃花晩節香.]”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구일(九日)에 “괴롭게도 백발은 나를 용서하지 않으니, 무수히 새로 핀 국화 보기 부끄럽네.[苦遭白髮不相放, 羞見黃花無數新.]”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시 구일차운왕공(九日次韻王鞏)에 “서로 만났으니 서둘러 돌아갈 것 없고 말고, 내일이면 국화를 보고 나비도 시름할 걸세.[相逢不用忙歸去 明日黃花蝶也愁]”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구일용산음(九日龍山飮)에 “중양절날 용산에서 술을 마시니, 국화가 쫓겨난 신하 비웃네. 바람결에 떨어지는 모자 취하여 바라보고, 사람을 잡는 달빛 춤추며 사랑하노라.[九日龍山飮, 黃花笑逐臣. 醉看風落帽, 舞愛月留人.]”라고 하였다.
  • 실속[悉屬]  모두가 ~이다. 온통 ~이다.
  • 안재[安在]  어디에 있는가? 건재하다. 평안무사하다.
  • 심회[心灰]  마음이 싸늘함. 마음이 재가 됨. 불씨가 꺼져버린 재 같은 마음. 불교적으로는 마음에 낀 속세의 잡념. 맥이 빠지다. 실망하다. 의기소침하다. 마음이 불기 없이 식어버린 재와 같은, 의기나 기세가 사그라지거나 까라진 것을 가리킨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안석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우러러 숨을 길게 내쉬자 그 멍한 모양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았으므로, 안성자유(顔成子游)가 그를 모시고 있다가 묻기를 “형체는 진실로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마음은 진실로 식은 재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인가?[形固可使如枯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로, 마음이 외물(外物)로 인하여 조금도 동요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증손신로(贈孫莘老)에 “아, 나와 자네는 오랫동안 무리를 떠났기에, 아무 일도 듣지 않아 귀와 맘이 다 식었으니, 만일 청산을 대하여 세상일을 말하거든, 의당 큰 술잔으로 자네에게 벌주를 먹이리.[嗟予與子久離羣, 耳冷心灰百不聞. 若對靑山談世事, 當須擧白便浮君.]”라고 하였다.

【譯文】 人生本無常,  盛衰何可恃  :  人生無常,  盛衰何恃.
狐狸睡眠的破敗砌階,  野兔遊走的荒蕪台階,  都是當年鶯歌蝶舞的勝地  ;  雨露冷凝中的黃花地,  煙霧迷蒙中的枯草坡,  都是以前爭雄稱霸的戰場.  興盛衰敗怎能長久?  强大弱小又在哪裏?  想到這裏使人心灰意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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