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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 같고 올빼미 같은 사람들[飛蛾投燭비아투촉 鴟嗜腐鼠치기부서] <채근담>


하늘 맑고 달 밝으니

어느 하늘인들 날아다니지 못하랴만

부나비는 어이하여 밤 촛불에 몸 던지고

맑은 샘과 푸른 풀

어느 먹이인들 마시고 쪼지 못하랴만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만 가려 즐기는가.

아, 이 세상에

부나비나 올빼미 같지 않은 사람 몇이나 되랴!


晴空朗月,  何天不可翶翔,  而飛蛾獨投夜燭.
청공낭월,  하천불가고상,  이비아독투야촉.
淸泉綠卉,  何物不可飮啄,  而鴟鴞偏嗜腐鼠.
청천녹훼,  하물불가음탁,  이치효편기부서.
噫!  世之不爲飛蛾鴟鴞者,  幾何人哉!
희!  세지불위비아치효자,  기하인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낭월[朗月]  맑고 밝은 달.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고랑월행(古朗月行)에 “소싯적에는 달인 줄 몰라 백옥 쟁반이라 불렀지.[小時不識月 呼作白玉盤]”라고 하였고, 양양가(襄陽歌)에 “돈 한 푼 없이도 살 수 있는 맑은 바람 밝은 달빛 속에서, 술 취해 옥산처럼 혼자 쓰러질 뿐 남이 밀어서가 아니라네.[淸風朗月不用一錢買 玉山自倒非人推]”라고 하였고, 당(唐)나라 시인 유창(劉滄)의 시 팔월십오야완월(八月十五夜玩月)에 “중추절 밝은 달에 은하수 고요한데, 까마귀 까치 남쪽으로 날아 객의 슬픔 많아라.[中秋朗月靜天河 烏鵲南飛客恨多]”라고 하였고,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바람이 맑고 달이 밝으면 문득 현도를 생각한다.[淸風朗月, 輒思玄度.]”고 하였다. 현도(玄度)는 동진(東晉)의 청담객(淸談客) 허순(許詢)의 자(字)이다.
  • 비아[飛蛾]  불빛에 날아다니는 나방. 밤나방, 불나방 따위를 이른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사회(寫懷)에 “그대는 켜놓은 등불을 보라, 점차 나방 잔뜩 날아오게 한다네.[君看燈燭張, 轉使飛蛾密.]”라고 하였다.
  • 비아투화[飛蛾投火]  나방이 날아 불로 달려듬. 스스로 위험한 곳에 뛰어들어 화를 자초함. 불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라는 뜻으로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가거나 재앙 속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남조(南朝)의 양(梁)나라 무제(武帝)는 문장력이 뛰어난 죄민상서(左民尙書) 도개(到漑)를 등용하였다. 무제는 그의 문학적 재능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무제의 총애는 도개의 손자인 도신(到藎)에 까지 미쳤다. 도신은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였으며, 모든 종류의 문장에 능했다. 어느 날 도개는 손자 도신을 데리고 무제를 수행하여 북고루(北顧樓)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게 되었다. 무제는 흥이 일자, 도신에게 시 한 수를 지어보라고 하였다. 도신은 즉시 시를 한 수 지어 무제에게 올렸다. 도신의 시를 보고, 그의 재능에 감탄한 무제가 도개에게 웃으며 “그대의 손자는 과연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소. 혹시 그대의 문장이 손자의 손에서 나온 것은 아니오?”라고 하였다. 말을 마친 무제는 연주(連珠)라는 시를 지어 도개에게 하사하였는데, 그 시에 “벼루는 먹을 갈아 문장을 짓고, 붓은 털을 날려 편지를 쓰니, 마치 나는 나방이가 불로 달려 들어가는 것 같은데, 어찌 스스로 몸을 태우는 것을 마다하겠는가.[硯磨墨以騰文, 筆飛毫以書信, 如飛蛾之赴火, 豈焚身之可吝.]”라고 하였다. <양서梁書 도개전到漑傳> 야아부화(夜蛾赴火).
  • 고상[翶翔]  새가 하늘 높이 빙빙 날아다님. 날개를 펼치고 뜻을 얻은 듯이 노닒. 즐겁게 놂. 하는 일없이 놀며 돌아다님. 제멋대로 날뜀. 비상하다. 선회하며 날다. 고(翶)란 새가 날면서 날개를 위아래로 흔드는 것을 말하고, 상(翔)은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 날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날개를 펼치고 뜻을 얻은 듯이 노님. 제멋대로 날뛴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참고로, 가의(賈誼)의 복조부(鵩鳥賦)에 “깊고 텅 비고 황홀하니 도와 더불어 한가로이 노닌다.[寥廓忽荒兮 與道翶翔]”라고 하였고, 가의(賈誼)의 조굴원문(弔屈原文)에 군자는 쫓겨나고 소인이 득세하는 것을 비유하여 “난봉이 숨음이여, 치효가 높이 날도다.[鸞鳳伏竄兮, 鴟梟翶翔.]”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아주 작은 뱁새가 구만 리를 날아 올라가는 붕새를 보고 비웃으며 말하기를 “저 새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뛰어올라 봤자 두어 길도 못 오르고 도로 내려와 쑥대밭 속에서 빙빙 돌 뿐인데, 나는 이 정도도 최고로 나는 것이거늘, 저 새는 대체 어디로 간단 말인가.[彼且奚適也 我騰躍而上 不過數仞而下 翶翔蓬蒿之間 此亦飛之至也 而彼且奚適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녹훼[綠卉]  푸른 풀. 푸른 초목.
  • 음탁[飮啄]  음탁(飮啄)은 새들이 물을 마시고 모이를 쪼아 먹음. 식탁(食啄)과 비슷한 말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봉황대(鳳凰臺)에 “나는 능히 내 심장과 피를 빼내서, 쪼아 먹고 마시게 하여 외론 시름을 위로하리라. 심장으로 대 열매를 대신하면, 마음이 밝아져서 외물을 구하지 않게 되고, 피로써 예천의 물을 대신하면, 어찌 맑은 물에 비길 정도뿐이겠는가.[我能剖心血, 飮啄慰孤愁. 心以當竹實, 炯然無外求, 血以當醴泉, 豈徒比淸流?]”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고안(孤鴈)에 “외로운 기러기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날아서 울며 무리를 그리워하네.[孤鴈不飮啄, 飛鳴聲念群.]”라고 하였다. 또,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의 공문헌(公文軒)과 우사(右師)의 대화 가운데 나오는데, 우사가 발이 하나 잘려나가는 형벌을 받은 후에 외발로 나타나자 공문헌이 깜짝 놀라며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를 묻자 우사는 사람이 아닌 하늘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며 “못가에 사는 꿩은 열 걸음 만에 한 입 쪼아 먹고, 백 걸음 만에 한 모금 물을 마시지만, 새장 속에서 길러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니, 그 이유는 비록 잘 먹어서 기운은 왕성해질지 몰라도 새의 본성은 그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澤雉 十步一啄 百步一飮 不蘄畜乎樊中 神雖王 不善也]”라고 하였다. 이는 비록 생활은 넉넉하지 못하더라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 분수껏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을 뜻한다. 즉, 우사는 인간 세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것이야말로 참 자유임을 강조하였다.
  • 치효[鴟鴞]  시경(詩經) 빈풍(豳風)의 편명으로, 주공이 일찍이 악인들을 올빼미에 비유하여 지은 시이다. 주공(周公)의 형인 관숙(管叔), 채숙(蔡叔)이 일찍이 무경(武庚)에게 붙어서 주공을 지목하여 “장차 유자에게 불리할 것이다.[將不利於孺子]”라는 유언비어를 국중(國中)에 퍼뜨림으로써 성왕 또한 주공을 의심하기에 이르자, 주공이 마침내 동(東)으로 물러가서 3년 동안 있었다. 그런데 뒤에 성왕이 주공의 치효(鴟鴞) 시를 보고 또 뇌풍(雷風)의 변고를 당하고 나서는 크게 뉘우치고서 주공에 대한 의심을 풀고 주공을 맞이하자, 주공은 동으로 가서 무경과 관숙, 채숙 등을 치고 3년 만에야 비로소 돌아오게 되었다. 그 시의 대략에 “올빼미야, 올빼미야. 이미 내 자식 잡아먹었거니, 내 집까지 헐지 말지어다.……하늘이 흐리고 비 오기 전에, 뽕나무 뿌리를 캐어다가, 문을 튼튼히 얽어 두면, 지금 너 같은 하민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랴.[鴟鴞鴟鴞 旣取我子 無毁我室……迨天之未陰雨 徹彼桑土 綢繆牖戶 今女下民 或敢侮予]”라고 하였다.
  • 치효[鴟鴞]  부엉이. 올빼밋과의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칡부엉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간악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 부서[腐鼠]  썩은 쥐. 작고 비천(卑賤)한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거나, 속세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귀와 공명을 부정적으로 비유한다. 참고로,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혜자(惠子)가 양(梁)나라의 재상이 되었는데 장자(莊子)가 가서 만나 보려 하였다. 어떤 사람이 혜자에게 ‘장자가 와서 당신을 대신해서 재상 자리에 들어앉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혜자가 두려워서 온 도성 안을 사흘 밤낮 동안 샅샅이 수색하여 장자를 찾으려 하였다. 장자가 스스로 찾아가서 혜자를 만나 ‘남쪽에 새가 있는데 그 이름이 원추(鵷鶵)라고 하네. 자네는 알고 있는가? 이 원추는 멀리 남쪽 바다에서 날아올라 북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머물지 않고, 연실(練實)이 아니면 먹지 않고, 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네. 그런데 그때 올빼미가 썩은 쥐 한 마리를 얻었는데, 마침 원추가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다네. 그랬더니 솔개가 썩은 쥐를 빼앗길까 두려워 위를 보고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더군. 지금 그대는 그대의 양나라 재상 자리를 가지고 나에게 꽥! 하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하였다.[惠子相梁, 莊子往見之. 或謂惠子曰: ‘莊子來, 欲代子相.’ 於是惠子恐, 搜於國中三日三夜. 莊子往見之, 曰: ‘南方有鳥, 其名為鵷鶵, 子知之乎? 夫鵷鶵發於南海而飛於北海, 非梧桐不止, 非練實不食, 非醴泉不飲. 於是鴟得腐鼠, 鵷鶵過之, 仰而視之曰: 嚇! 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는 이야기가 있다. 원추(鵷鶵)는 봉황의 일종이며, 연실(練實)은 죽실(竹實 대나무 열매)을 이른다.

【譯文】 苦海茫茫,  回頭是岸.
天空淸朗月色明亮,  何處天空不可以自由飛翔,  而飛蛾唯獨投奔夜間的燭火  ;  泉水淸澈瓜果翠綠,  什麼東西不可以飮食果腹,  而鴟鴞偏偏喜歡腐爛的死鼠.  唉!  這世上不做飛蛾鴟鴿的,  有多少人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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