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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뿌리만 남고 사람은 관 뚜껑을 닫아야 안다 <채근담>


나무는 뿌리만 남게 된 후에야

꽃과 가지와 잎이 헛된 영화임을 알게 되고

사람은 죽어서 관 뚜껑을 덮은 뒤에야

자손과 재물이 쓸데없는 것임을 알게 된다.


樹木至歸根,  而後知華萼枝葉之徒榮.
수목지귀근,  이후지화악지엽지도영.
人事至蓋棺,  而後知子女玉帛之無益.
인사지개관,  이후지자녀옥백지무익.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귀근[歸根]  봄 여름에 무성하던 나뭇잎이 가을 겨울이 되어 잎이 다 떨어지고 뿌리만이 살아남는 것. 나뭇잎이 뿌리로 돌아감. 즉 죽음. 타향살이를 하던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오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이르기를 “만물이 무성하다가도 각자 그 뿌리로 돌아가니, 뿌리로 돌아감을 일러 고요함이라 한다.[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라고 하였다.
  • 화악[華萼]  꽃과 꽃받침. 화악(華鄂)과 같은 말이다. 화악(花萼)의 악(萼)은 곧 꽃을 받치고 있는 꽃받침을 말하는데, 꽃과 꽃받침은 본디 한 가지에서 나왔다 해서 형제간의 우애(友愛)를 뜻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상체(常棣)에 “아가위 꽃이여, 그 꽃받침이 어찌 빛나지 않으리. 무릇 세상 사람은 형제보다 좋은 것이 없네.[常棣之華 鄂不韚韚 凡今之人 莫如兄弟]”라고 하였다. 그래서 세상에서 형제를 말하게 되면 매양 화악(華鄂)을 들어 비유한다. 상체(常棣)는 중국 주(周)나라 때에 주공(周公)이 지은 것이라 하는데,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 도영[徒榮]  부질없는 영화. 헛된 영화로움.
  • 개관[蓋棺]  개관(蓋棺)은 사람이 죽어 시체를 관에 넣고 뚜껑을 닫는 것으로, 곧 죽음을 이른다. 명사(明史) 권182 유대하열전(劉大夏列傳)에 “인생은 관 뚜껑을 덮어야 결론이 나는 법이니, 하루라도 아직 죽지 않았다면 그 하루만큼 아직 책임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人生蓋棺論定 一日未死 卽一日憂責未已]”라는 말이 나오고, 금수만화명(錦繡萬花名) 전집(前集) 권26에, 진(晉)나라 유의(劉毅)가 “장부의 종적은 군소배들과 한데 섞일 수 없는 것이니, 관 뚜껑이 덮인 다음에야 일생 사업의 시비가 정해진다.[丈夫蹤迹, 不可尋常混群小中, 蓋棺事方定.]”라고 하였고, 두보(杜甫)가 사천성(四川省)의 기주(夔州)에 있을 때, 실의에 빠진 친구의 아들 소혜(蘇傒)를 격려하기 위해 쓴 시인 군불견간소혜(君不見簡蘇傒)에 “그대 보지 못했나 길가에 방치된 못을, 그대 보지 못 하였나 꺾여 넘어져 있는 오동을. 백 년 되어 죽은 나무도 거문고로 쓰이고, 작은 물웅덩이에도 교룡이 숨어 있다네. 장부는 관이 덮여야 일이 정해지는 법, 그대 다행히도 아직 늙은이 아니거늘, 어찌 한탄하며 초췌하게 산중에 있나. 심산궁곡 사람 살 곳 못 되나니, 벼락 치고 귀신 나오고 광풍까지 분다네.[君不見道邊廢棄池, 君不見前者摧折桐. 百年死樹中琴瑟, 一斛舊水藏蛟龍. 丈夫蓋棺事始定, 君今幸未成老翁. 何恨憔悴在山中, 深山窮谷不可處, 霹靂魍魎兼狂風.]”라고 한 데서 보인다. 이 시를 읽은 소혜는 후에 그곳을 떠나 호남 땅에서 세객(說客)이 되었다고 한다. 개관사정(蓋棺事定).
  • 옥백[玉帛]  옥과 비단. 규장(圭璋)과 속백(束帛)으로, 옛날 제사나 회맹(會盟)이나 조빙(朝聘: 조근朝覲·빙문聘問)이나 사행(使行) 등에 표신(標信)으로 지참하던 예물(禮物)이다. 나라끼리 우의를 맺거나 조공을 할 때 예물로 썼다. 전하여 이웃 나라끼리 서로 화호(和好)를 표시하는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서경(書經) 순전(舜典)에 “5옥과 3백과 2생과 1사지러라.[五玉三帛二生一死贄]”라고 하였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애공(哀公) 7년 조(條)에 “우(禹) 임금이 도산(塗山)에서 제후(諸侯)를 모았을 때, 옥백을 가진 자가 만국(萬國)이었다.”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예라 예라 이르지만 옥백을 두고 이름이랴?[禮云禮云 玉帛云乎哉]”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장진주(將進酒)에 “종정과 옥백은 귀한 것이 못되니, 다만 오래 취해 깨지 않기를 바란다.[鐘鼎玉帛不足貴, 但願長醉不願醒.]”라고 하였다.
  • 자녀옥백[子女玉帛]  자녀(子女)는 남녀 노예를 가리키고, 옥백(玉帛)은 신분이 귀한 사람을 가리킨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23년 조에 “남녀 노예와 옥백의 보물은 임금님께서 소유하고 있습니다.[子女玉帛 則君有之]”라는 내용이 보이는데, 양백준(楊伯峻)에 따르면 ‘자녀’는 ‘옥백’과 상대적으로 쓰인 말로 남녀 노예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三國史記 卷12 新羅本紀12 景哀王> <春秋左傳注 僖公 23年 楊伯峻注>

【譯文】 森羅萬象,  夢幻泡影.
花草樹木到了落葉歸根,  而後才知道花朵枝葉的徒然繁榮  ;  人情事理到了蓋棺論定,  而後才知道子女財富的毫無益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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