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일이 없어 생각이 맑고, 자연히 불어 바람이 맑다 <채근담>


뜻은 우연히 깨닫는 데서

문득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고

만물은 천연에서 나와야

비로소 참다운 작용을 보게 되니

만약 조금이라도 그 배치에 끼어듦이 있으면

흥미와 정취가 문득 줄어든다.

백낙천이 말하였다.

“생각은 일이 없어 쾌적하고, 바람은 자연히 일어 맑다.”

참으로 의미 있는 말이다.


意所偶會便成佳境,  物出天然纔見眞機,
의소우회변성가경,  물출천연재견진기,
若加一分調停布置,  趣意便減矣.
약가일분조정포치,  취의변감의.
白氏云 :  “意隨無事適,  風逐自然淸.”  有味哉!  其言之也.
백씨운 :  “의수무사적,  풍축자연청.”  유미재!  기언지야.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우회[偶會]  우연히 맞다. 우연히 만나다. 우연히 모이다. 우연히 깨닫다.
  • 가경[佳境]  한창 재미있는 판이나 묘미를 느끼는 고비. 담화나 문장 또는 사건 따위의 내용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부분. 경치가 좋은 곳. 참고로, 진(晉)나라 때 문인 화가였던 고개지(顧愷之)가 사탕수수[甘蔗]를 먹을 때마다 항상 꼬리부터 먹어 들어가서 혹자가 그 까닭을 묻자, 고개지가 대답하기를 “점점 아름다운 경지로 들어가기 위해서이다.[漸入佳境]”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 재견[纔見]  잠깐 봄. 설핏 살핌. 조금 본다, 비로소 보게 된다.
  • 진기[眞機]  본연의 진실한 기밀이나 작용. 마음의 미묘한 활동. 사물의 진실한 본래대로의 기틀. 현묘(玄妙)한 이치 또는 도리. 마음이나 사물의 진정한 모습. 진정한 기밀. 마음속 비밀. 우주의 근본 기틀. 우주의 가장 본래적인 근본 도리는 워낙 은미하여 잘 알 수도 없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진기(真機).
  • 조정포치[調停布置]  배치를 조절하는 것. 분쟁이나 다툼은 그치게 하고 각자 적당한 위치에 있도록 함.
  • 포치[布置]  일을 짜임새 있게 배치함. 넓게 늘어놓음. 적절히 배치하다. 배열하다. 설치하다. 꾸미다. 장식하다. 안배하다. 할당하다. 준비하다. 계획하다. 마련하다. 참고로, 서법정전(書法正傳)에 안진경(顔真卿)이 어찌해야 서법이 묘해질 수 있느냐고 묻자 장욱(張旭)이 “글씨를 잘 쓰는 묘법은 붓을 잡고 원만하게 전환하는 데 달려 있으니 뻣뻣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그 다음은 법을 알아야 하니 법도를 무시하지 말아야 하고, 그 다음은 배치를 적절히 해야 한다.[工書之妙 在執筆圓轉 勿使拘攣 其次識法 勿使無度 其次布置合宜]”라고 답해주었다는 데서 보인다.
  • 취의[趣意]  취미의경(趣味意境). 흥미와 정취.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 취지(趣旨).
  • 백낙천[白樂天]  백낙천(白樂天)은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로,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논리의 필연에 따르는 작품 구성과 보편적인 주제로 유려평이(流麗平易)한 문학의 폭을 넓혀 당(唐) 일대(一代)를 통하여 두드러진 개성을 형성하였다. 만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여산(廬山)의 향로봉(香爐峯)에 초당을 짓고 은거하며 여만(如滿) 등의 시승(詩僧)과 함께 한적한 생활을 즐겼다. 주요 작품으로 장한가(長恨歌), 비파행(琵琶行) 등이 있으며, 저서로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 백향산시집(白香山詩集) 등이 있다.

【譯文】 自然得眞機,  造作減趣味  :  眞得天然,  造作減味.
意念在於偶然領會就成爲美好境界,  事物出於天成自然才顯現眞正機用  ;  如若稍加一分安排處理分布安置,  趣味意境就減少了.  白居易說 :  “意念隨從無爲而舒適,  八風追逐自然而淸新.”  這兩句詩眞是值得玩味的至理名言.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