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만물과 인간의 오만 정과
세상의 온갖 일들은
속인의 눈으로 보면 분분히 다르지만
도인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 같으니
어찌 번거로이 분별하며
무엇하러 취하고 버리고 할 것인가.
天地中萬物, 人倫中萬情, 世界中萬事,
천지중만물, 인륜중만정, 세계중만사,
以俗眼觀, 紛紛各異, 以道眼觀, 種種是常, 何煩分別, 何用取捨!
이속안관, 분분각이, 이도안관, 종종시상, 하번분별, 하용취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인륜[人倫]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순서라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어른과 아랫사람, 벗과 벗 사이에 지켜야 할 도리를 이르는 말. 사람이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 초자연적으로 정해진 인류의 질서 관계. 오륜(五倫)의 도(道).
- 만정[萬情] 모든 정. 만 가지 감정. 희노애락 등 여러 가지 감정.
- 속안[俗眼] 속인의 눈. 속인(俗人)의 평범한 견해. 속된 세속의 소견을 가진 사람. 속인(俗人)이 보는 바. 세속 사람들의 평범한 안목. 범속한 견해. 속된 안목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실에 대하여 보통 사람들이 갖는 견해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단청인(丹靑引)에 “앞길 막혔는데 되레 속인들까지 질시하니, 세상에 공처럼 가난한 이는 없고말고.[途窮返遭俗眼白 世上未有如公貧]”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분분[紛紛] 떠들썩하고 뒤숭숭함. 흩날리는 모양이 뒤섞이어 어수선함. 의견 등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많고 어수선함. 꽃 따위가 흩어져 어지러운 모양. 사물이 흐트러짐. 많은 것이 뒤섞여 있는 모양. 일이 많아 바쁜 모양. 잇달아. 몇 번이고. 쉴 사이 없이. 계속하여. 분란(紛亂). 왕안석(王安石)의 시 도원행(桃源行)에 “요순의 태평성대 한 번 간 뒤 오지 않고, 천하가 진의 폭정 몇 차례나 겪었던가.[重華一去寧復得 天下紛紛經幾秦]”라고 하였다.
- 도안[道眼] 도인(道人)의 눈. 깨달은 사람의 눈. 신통한 눈. 진리를 분명히 가려내는 눈. 수행을 통하여 얻은 안목과 식견. 불교의 용어로, 일체의 사물을 통찰하여 진(眞), 망(妄)을 능히 분별하는 안력(眼力)을 말한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화락부차전운(花落復次前韻)에 “선생은 근년에 예순 되었으니, 도안(道眼)이 이미 불이문에 들어갔으리.[先生年來六十化, 道眼已入不二門.]”라고 하였다.
- 종종[種種] 물건(物件)의 가지가지. 물건이나 성질이 다른 가지가지. 이모저모. 여러 가지. 여러 가지로. 시간적이나 공간적으로 간격이 조금씩 뜨게. 가끔. 육조혜능(六祖惠能)의 금강경구결(金剛經口訣)에 “여러 가지 복덕이 경전의 뜻을 늘 지키는 것만 못하다.[種種福德, 不及持經.]”라고 한 데서 보인다. 또한, 머리카락이 짧아지고 듬성듬성해지는 것, 머리숱이 적은 것을 뜻하는데, 늙어 쇠잔해진 모습을 형용하는 말로 쓰인다. 즉 늙어가는 것을 가리킨다. 고계(高啓)의 시 명월만(明月灣)에서 “줄어들고 힘 떨어진 머리 비추지 말고, 근심 많은 이 마음만 비추어다오.[莫照種種髮, 但照耿耿心.]”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시상[是常] 올바른 상도. 바른 상식.
- 하수[何須] 하필(何必). 구태여 ~할 필요가 있겠는가. 어찌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할 필요가 없다. 무엇이 다른가(= 何異). 조식(曹植)의 시 야전황작행(野田黃雀行)에서 “날카로운 칼 한 자루 내 손 안에 없는데. 친구가 많다 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利劍不在掌 結友何須多]”라고 하였다.
- 하번[何煩] 어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겠는가.
- 분별[分別] 느끼고 헤아려서 현상을 식별함. 대상을 사유하고 식별하는 마음의 작용. 심(心), 심소(心所)가 대경(對境)에 대하여 작용을 일으켜 그 상(相)을 취해서 생각하는 것. 구별하여 판단함. 서로 구별(區別)을 지어 가르는 것. 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는 것. 세상물정(世上物情)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 취사[取捨] 취하는 것과 버리는 것. 쓸 것은 쓰고 버릴 것은 버림. 취할 것은 취(取)하고 버릴 것은 버림.
【譯文】凡俗差別觀, 道心一體觀 : 俗眼觀異, 道眼觀常.
普天之下的一切物體, 人間倫常的一切情感, 世界之中的一切事情, 用世俗眼光去觀察, 紛繁複雜各不相同, 用超俗眼光去觀察, 林林總總本質不變, 何必分辨區別? 何必擇取棄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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