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임도 벗어남도 오직 제 마음에 달려 있으니
마음 쓰기를 끝내면 푸줏간도 술집도 정토가 되나
그렇지 못하면, 거문고와 학을 벗으로 하고
화초를 길러 그 즐김이 비록 맑다 하여도
마귀의 방해에서 끝내 벗어날 수가 없다.
옛말에 이르기를 “그치기를 잘하면 속세도 선경이 되나, 마치지 못하면 절간도 속가가 된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믿을만하다.
纏脫只在自心, 心了則屠肆糟店, 居然淨土.
전탈지재자심, 심료즉도사조점, 거연정토.
不然, 縱一琴一鶴, 一花一卉, 嗜好雖淸, 魔障終在.
불연, 종일금일학, 일화일훼, 기호수청, 마장종재.
語云 : “能休, 塵境爲眞境. 未了, 僧家是俗家.” 信夫!
어운 : “능휴, 진경위진경. 미료, 승가시속가.” 신부!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전탈[纏脫] 고뇌에 얽매임과 벗어남. 얽매임과 벗어남.
- 심료[心了] 마음으로 깨달음.
- 안심[安心] 안심(安心)은 불가에서 불(佛)의 정법(正法)에 안주한다는 뜻이다. 전등록(傳燈錄)에 의하면, 선종(禪宗)의 제2조(第二祖)인 혜가(慧可)가 초조(初祖)인 달마 선사(達磨禪師)에게 말하기를 “내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니, 스님께서 내 마음을 안정되게 해 주소서.[我心未安 請師安心]”라고 하자, 달마가 이르기를 “마음을 가져오너라. 네 마음을 안정되게 해 주리라.[將心來 與汝安]”라고 하니, 혜가가 한참 뒤에 말하기를 “마음을 찾아보아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覓心了不可得]”라고 하므로 달마가 이르기를 “내가 너에게 안심의 경지를 주었노라.[與予安心竟]”라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소식(蘇軾)의 시 병중유조탑원(病中遊祖塔院)에 “병 때문에 한가함 얻음이 자못 나쁘지 않아라, 안심하는 게 약이요 다른 방법이 없고말고.[因病得閒殊不惡 安心是藥更無方]”라고 하였다.
- 도사[屠肆] 푸줏간. 소, 돼지 따위의 짐승을 잡아서 고기를 파는 가게. 도축한 고기를 파는 집. 조선시대에 성균관의 전복(典僕)들이 운영하는 푸줏간인 현방(懸房). 백정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였다.
- 조점[糟店] 술집. 주막.
- 거연[居然] 뜻밖에. 생각 밖에. 의외로. 확연히. 확실히. 분명히. 슬며시. 슬그머니. 쉽사리. 어느덧. 침착한 것. 여전히. 그만. 참고로, 주희(朱熹)의 시 무이정사잡영(武夷精舍雜詠) 중 정사(精舍)에 “거문고와 책을 벗한 지 40년, 몇 번이나 산속의 객이 되었나. 하루 만에 띳 집을 지어, 어느덧 나도 천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네.[琴書四十年, 幾作山中客? 一日茅棟成, 居然我泉石.]”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자경부봉선현영회(自京赴奉先縣詠懷)에 “문득 쇠락해져, 흰머리로 고단함을 달게 여기네.[居然成濩落 百首甘契濶]”라고 하였다.
- 정토[淨土] 불교에서 말하는 오탁(五濁: 겁탁劫濁, 견탁見濁, 번뇌탁煩惱濁, 중생탁衆生濁, 명탁命濁)이 없는 극락세계(極樂世界). 불교에서 추구하는 극락정토(極樂淨土), 즉 모든 중생이 행복을 다 함께 향유할 곳. 부처나 보살(菩薩)이 산다는 번뇌(煩惱)의 굴레를 벗어난 아주 청정(淸淨)한 세계. 번뇌의 속박을 벗어난 아주 깨끗한 세상, 즉 불(佛)·보살(菩薩)이 산다는 국토(國土). 아미타불 및 그가 나타날 정토의 존재를 믿고, 그 정토에 가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 불교의 한 종파.
- 기호[嗜好] 어떤 사물(事物)을 즐기고 좋아함. 주로 생리적으로 기본적인 욕구에 관하여 즐기고 좋아함. 무엇을 즐기고 좋아하는 일. 또는 그런 취미. 또는 그런 취미. 참고로, 여씨춘추(呂氏春秋) 우합(遇合)에 “몸에서 대단한 악취가 나는 사람이 있어 친척, 형제, 아내, 친지 등 그 누구도 그와 함께 거처할 수가 없게 되자, 스스로 고민 끝에 홀로 바닷가에 가서 살았는데, 그 바닷가에 사는 한 사람이 유독 그 냄새를 좋아하여 밤낮으로 그를 따라다녀서 그의 곁을 떠날 수 없었다.[人有大臭者 其親戚兄弟妻妾知識無能與居者 自苦而居海上 海上人有說其臭者 晝夜隨之而不能去]”는 기호(嗜好)가 아주 괴벽(怪僻)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 마장[魔障] 악마의 방해. 어떠한 일에 마가 생기는 일. 마귀의 장난이라는 뜻으로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뜻밖의 훼방이나 헤살을 이르는 말. 악마가 설치한 불도(佛道)의 수행에 장애가 되는 것. 풍파. 고난. 시련. 곡절. 불가(佛家)의 말로서 수도(修道)나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을 이르는 말로, 곧 마의 장벽이라는 말이다. 범어(梵語)인 mara의 음역(音譯)이다.
- 능휴[能休] 능히 번뇌를 쉬게 함. 깨달음. 능히 끝냄. 참고로, 한유(韓愈)의 송은원외서(送殷員外序)에 “요즘 사람들은 수백 리 길만 떠나도 문을 나서면 망연자실하여 이별의 가련한 기색이 역력하고, 이불을 가지고 삼성에 숙직하러 들어가기만 해도 여종을 돌아보고 시시콜콜 여러 가지 당부를 하여 마지않는다. 그런데 지금 자네는 만 리 밖의 타국으로 사신을 나가면서도 유독 말과 얼굴에 조금도 기색을 드러내지 않으니, 어찌 참으로 경중을 아는 대장부가 아니겠는가.[今人適數百里, 出門惘惘有離別可憐之色, 持被入直三省, 丁寧顧婢子語, 刺刺不能休. 今子使萬里外國, 獨無幾微出於言面, 豈不眞知輕重大丈夫哉?]”라고 하였다.
- 진경[塵境] 속세. 티끌 세상(世上).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심식(心識)의 대상(對象)인 육진(六塵). 육근(六根)의 대상인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법(法)을 육진(六塵)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해 현실세계를 진경(塵境)이라는 말로 이르게 되었다.
- 육진[六塵] 육진경계(六塵境界)의 준말로, 심성(心性)을 더럽히는 육식(六識)의 대상들인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의 육경(六境)을 말한다.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뜻[意]의 육근(六根)이 색깔[色]·소리[聲]·향기[香]·맛[味]·감촉[觸]·법(法)을 만나 번뇌를 일으키므로 후자 여섯 작용을 육진(六塵)이라고 한다. 육근과 육진이 만나면서 좋다[好], 나쁘다[惡], 좋지도 싫지도 않다[平等]는 세 가지 인식작용이 생기는데, 이것이 백팔번뇌이다.
- 육진[六塵] 육진(六塵)은 불교(佛敎)의 용어로 여섯 가지 속된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을 가리킨다. 이 육진(六塵)이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의 육근(六根)과 서로 접하여 온갖 욕망과 번뇌를 낳는다고 한다. 소식(蘇軾)의 십팔대아라한송(十八大阿羅漢頌)에 “손으로는 어린 사자를 어루만지고 눈으로는 오이를 올리는 것을 보니, 과일의 달고 향기로운 뜻이 존자의 얼굴에 드러나는 듯하다. 육진(六塵)이 모두 들어와도 마음은 두루 아니, 이 아는 것이 바로 대마니(大摩尼)이다.[手拊雛猊, 目視瓜獻, 甘芳之意, 若達于面. 六塵竝入, 心亦遍知, 卽此知者, 爲大摩尼.]”라고 하였다.
- 진경[眞境] 진리를 깨달은 경지. 낙토(樂土). 본바탕을 가장 잘 나타낸 참다운 경지(境地). 본바탕을 제일 잘 나타낸 참다운 지경(地境). 실지 그대로의 경계. 나라나 고을 사이에서 실지 그대로의 경계(境界). 신선이 사는 곳인 선경(仙境). 도가(道家)의 처소나 불사(佛寺) 등을 지칭하는 말.
- 승가[僧家] 절. 사원(寺院). 승원(僧院). 사찰(寺刹). 승려(僧侶)가 모여 살고 있는 집. 승려 또는 그들의 사회. 승려들의 집이나 절. 출가승들의 사회. 참고로, 한유(韓愈)의 시 제수선사방(題秀禪師房)에 “물과 소나무를 낀 다리에서 백 보를 가면, 대나무 살평상 돗자리가 있는 중의 집에 이르네. 잠깐 동안 한 손을 주먹 쥐고 턱을 괴고 누웠다가, 다시 낚싯대 잡고 늦게 모랫가로 내려가네.[橋夾水松行百步, 竹床莞席到僧家. 暫拳一手支頤臥, 還把漁竿下晩沙.]”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속가[俗家] 불가(佛家)에 대(對)하여, 승려(僧侶)가 아닌 사람의 집안 또는 승려(僧侶)의 생가(生家)를 일컫는 말. 출가하여 승려가 되기 전의 집안.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의 집안. 세속의 사람. 본가. 속인(俗人).
【譯文】 了心悟性, 俗卽是僧.
纏擾解脫就在自己心中, 內心了無卽使住屠肆吃糟糠, 也是一方潔淨土地. 否則, 縱然是一把雅琴一羽仙鶴, 一盆鮮花一抔芳卉, 喜好雖然淸閑優雅, 魔難障礙始終存在. 常言道 : “能夠休絕的塵世境界成爲眞正仙境, 不能了卻的僧侶家園便是世俗家庭.” 相信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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