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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을 버리고 소박한 참 멋을 즐기라 <채근담/소창유기>


좁은 방에 살아도 온갖 시름 다 버리면

그림 같은 용마루에 구름이 날고

주렴 걷고 내리는 비 바라봅네 할 것 없고

석잔 술에 참 멋 하나 스스로 얻는다면

줄 없는 거문고 달빛에 비껴 타고

짧은 피리 맑은 바람 읊어낼 줄 알 뿐이라.


斗室中萬慮都捐,  說甚畫棟飛雲,  珠簾卷雨.
두실중만려도연,  설심화동비운,  주렴권우.
三杯後一眞自得,  唯知素琴橫月,  短笛吟風.
삼배후일진자득,  유지소금횡월,  단적음풍.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素소>


  • 두실[斗室]  아주 좁은 방. 아주 작은 집. 기껏 한 말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방.
  • 화동[畫棟]  그림을 그린 마룻대. 채색한 마룻대(대들보). 아름답게 색칠한 건물.
  • 화동비운[畫棟飛雲] 왕발(王勃)의 시 등왕각(滕王閣)에 “채색 기둥 위에는 아침마다 남포의 구름이 날고, 붉은 주렴을 저녁에 걷어올리면 서산의 비가 내린다.[畫棟朝飛南浦雲 朱簾暮捲西山雨]”라고 하였다.
  • 주렴[珠簾]  구슬이나 구슬 모양의 물건을 꿰어 만든 발. 구슬 따위를 실에 꿰어 만든 발. 구슬을 실에 꿰어 만든 발과 같은 모양으로 된 무늬. 백거이(白居易)의 시 한규원(寒閨怨)에 “찬 달빛이 침침하고 안방이 고요한데, 진주 주렴 너머로 오동나무 그림자 지네. 가을 서리 내리려하니 손끝이 먼저 알아, 등불 아래 옷 만들 때 칼끝이 차갑네.[寒月沈沈洞房靜, 眞珠簾外梧桐影. 秋霜欲下手先知, 燈底裁縫剪刀冷.]”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장선(張先)의 시 접연화(蝶戀花)에 “누각 위 동풍에 봄이 얕지 않으니 열두 난간에 진종일 주렴이 걷혔어라.[樓上東風春不淺 十二闌干 盡日珠簾捲]”라고 하였다.
  • 주렴권우[珠簾卷雨]  왕발(王勃)의 시 등왕각(滕王閣)에 “고운 기둥에는 아침이면 남포의 구름이 날고, 붉은 주렴을 저녁에 걷어 올리면 서산의 비가 내리네.[畫棟朝飛南浦雲, 朱簾暮捲西山雨.]”라고 하였다.
  • 삼배[三杯]  세잔 술. 이백(李白)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에 “청주 탁주 이미 다 마셨으니, 신선을 구태여 찾을 필요 뭐 있으랴. 석 잔의 술에 대도를 통하고, 한 말 술에 자연과 합치됐느니.[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杯通大道, 一斗合自然.]”라고 하였고, 주희(朱熹)의 시 취하축융봉작(醉下祝融峯作)에 “내가 만리 먼 곳에 와서 큰 바람을 타니 깊은 계곡과 층층 구름이 가슴을 씻어 주네. 석 잔 술에 호기가 일어 낭랑히 시 읊조리며 날듯이 축융봉에서 내려오네.[我來萬里駕長風, 絶壑層雲許盪胸. 濁酒三杯豪氣發, 朗吟飛下祝融峯.]”라고 하였고, 소식(蘇軾) 시 발광주(發廣州)에 “석 잔 술을 배불리 마시고 난 뒤요, 베개 하나 베고 단잠 잔 나머지라네.[三杯軟飽後, 一枕黑甜餘.]”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득[自得]  스스로 만족함. 스스로 얻음. 스스로 깨달아 알아냄. 스스로 터득함. 스스로 뽐내어 우쭐거림. 자기가 자기의 한 일에 대하여 갚음을 받는 일. 득의하다. 스스로 느끼다. 체득하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14장에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깊이 나아가기를 도로써 함은 자득하고자 해서이니, 자득하면 처(處)하는 것이 편안하고 처하는 것이 편안하면 자뢰(資賴)함이 깊게 되고 자뢰함이 깊으면 좌우에서 취함에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라고 하였다.
  • 유지[唯知]  오직 ~을 안다.
  • 수지[誰知]  누가 알겠는가. 아무도 모르다.
  • 소금[素琴]  아무런 장식도 없고 현도 걸지 않은 거문고로, 은자(隱者)의 거문고를 뜻한다. 도연명(陶淵明)은 현(弦)과 휘(徽)를 갖추지 않은 소금을 벽에 걸어두었다고 하는데, 송서(宋書) 권93 은일열전(隱逸列傳) 도잠(陶潛)에 “도잠(陶潛)은 음률(音律)을 모르면서 소금 한 벌을 집안에 두었는데 줄이 없었으니, 술기운이 얼큰하면 손으로 어루만져 뜻만 부쳤다.[潛不解音聲, 而畜素琴一張, 無弦, 每有酒適, 輒撫弄以寄其意.]”고 하였다. 즉 마음으로 음악을 느끼는 것이 손으로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연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백(李白)이 이 고사를 차용하여 지은 시 희증정율양(戱贈鄭溧陽)에 “도령은 날마다 취하여, 다섯 버드나무에 봄 온 줄 몰랐네. 소금(素琴)은 본래 줄이 없고, 술 거를 때에는 갈건 사용하였다오.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북쪽 창문 아래에, 스스로 희황(羲皇)의 사람이라 말하였네. 언제나 율리에 이르러, 평소의 친한 벗 한 번 만나볼지.[陶令日日醉, 不知五柳春. 素琴本無絃, 漉酒用葛巾. 淸風北窓下, 自謂羲皇人. 何時到栗里, 一見平生親.]”라고 하였다. 또, 이백(李白)이 술을 마시려 하지 않는 친구에 대해 괜히 도잠의 겉모습만 흉내 내려고 한다면서 희롱한 시 조왕역양불긍음주(嘲王歷陽不肯飮酒)에 “우습도다, 도연명을 자처하는 우리 벗이, 술잔 속에 채워진 술 마시지를 않는다니. 공연히 거문고만 어루만지고, 쓸데없이 다섯 그루 버드나무 심었구나. 술 거르던 두건을 괜히 쓰고만 있으니, 내가 이젠 그대를 상관하지 않으리라.[笑殺陶淵明 不飮杯中酒 浪撫一張琴 虛栽五株柳 空負頭上巾 吾於爾何有]”라고 하였다. 또, 이백(李白)의 고풍(古風)에 “어떻게 자하객을 알겠는가? 요대에서 소금을 울리네.[安識紫霞客 瑤臺鳴素琴]”라고 했다.
  • 소금[素琴]  장식을 가하지 않은 금(琴)으로, 상례(喪禮)의 복제(服制)가 끝났음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예기(禮記) 상복사제(喪服四制)에 이르기를 “대상(大祥) 날에는 소금을 울려서 백성들에게 끝이 있음을 고하여 슬픔을 절제하게 한다.[祥之日, 鼓素琴, 告民有終也.]”라고 하였다.
  • 음풍[吟風]  바람을 읊음. 시가(詩歌) 따위를 읊음.
  • 음풍농월[吟風弄月]  바람을 쐬며 노래 부르며 달을 감상함. 바람을 읊조리고 달을 바라고 즐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하여 시를 짓고 즐겁게 놂. 풍월을 소재로 시를 짓는 것. 풍류(風流)를 즐김. 맑은 바람을 읊고 밝은 달을 즐긴다는 뜻으로,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시로 노래하며 즐김을 이르는 말. 음풍영월(吟風詠月). 풍월(風月). 논어(論語) 선진(先進)에, 공자가 제자들에게 자신의 포부를 말해 보라고 했을 때 증점(曾點)이 “늦은 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관을 쓴 자 5, 6인과 아이들 6, 7인으로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쐬고 노래하며 돌아오겠습니다.[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자, 공자가 탄식하며 “나는 점을 허여하노라.[吾與點也]”라고 하였는데, 이락연원록(伊洛淵源錄) 권1 염계선생(濂溪先生)에 정호(程顥)가 “내가 주무숙을 재차 뵙고 나서 음풍농월하며 돌아온 뒤로 ‘나는 증점을 허여하겠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自再見周茂叔後, 吟風弄月以歸, 有吾與點也之意.]”라고 하였다.

【譯文】 斷絕思慮,  光風霽月.
鬥大的陋室中,  萬般思緒全部捐棄,  說什麼雕粱畫棟飛簷入雲,  珍珠簾子舒卷暮雨  ;  三巡杯酒過後,  一切眞情自感得意,  只知道明月當空撥弦弄琴,  淸風微拂吹笛奏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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