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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은 항상 메마르지 않고, 기신은 촉발되는 것이 좋다 <채근담>


온갖 소리 그쳐 고요하고 쓸쓸한데

홀연 새 한 마리 지저귀는 소리 들리면

문득 허다히 그윽한 정취를 불러일으키고

온갖 초목 꺾이고 잎이 떨어진 후에

홀연히 피어난 한 가지 꽃을 보게 되면

문득 한없는 삶의 기운이 깨어 움직이게 된다.

이에 천성은 말라붙은 적이 없고

기신은 촉발되는 것이 가장 마땅함을 알 수 있다.


萬籟寂廖中,  忽聞一鳥弄聲,  便喚起許多幽趣.
만뢰적료중,  홀문일조농성,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  忽見一枝擢秀,  便觸動無限生機.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機神最宜觸發.
가견성천미상고고,  기신최의촉발.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만뢰[萬籟]  자연계(自然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리. 자연 속에서 만물이 내는 온갖 소리. 만물의 소리. 만유의 소리. 천지간의 모든 구멍에서 불어나오는 온갖 소리. 인뢰(人籟), 지뢰(地籟), 천뢰(天籟) 따위. 뢰(籟)는 구멍을 통해 나는 소리를 가리킨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남곽자기(南郭子綦)가 안석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우러러 길게 숨을 내쉬는데, 그 멍한 모습이 마치 짝을 잃은 것 같았으므로, 안성자유(顔成子游)가 곁에 있다가 묻기를 ‘무엇을 하는 겁니까? 형체는 진실로 마른 나무와 같이 할 수 있고 마음은 진실로 식은 재와 같이 할 수 있는 것입니까?[何居乎 形固可使如槁木 而心固可使如死灰乎]’라고 하자, 남곽자기가 대답하기를 ‘언아, 자네는 또한 착하지 아니한가. 자네가 그렇게 물음이여. 지금 나는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는데, 자네가 그것을 아는가? 자네가 인뢰는 들었더라도 지뢰는 못 들었을 것이고, 지뢰는 들었더라도 천뢰는 아직 못 들었을 것이다. …… 대저 큰 땅덩어리가 기를 불어내는 것을 바람이라 하는데, 이것이 일지 않으면 그만이거니와, 일었다 하면 오만 구멍이 성낸 듯이 부르짖는데, 그대는 유독 그 우웅 하는 소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 대저 부는 것이 오만 가지로 다르되 다 자기로부터 나오게 하였고 보면 이것은 모두 제멋대로 내는 소리이니, 그 성내게 하는 자는 누구이겠는가?[偃不亦善乎 而問之也 今者吾喪我 汝知之乎 汝聞人籟而未聞地籟 汝聞地籟而未聞天籟夫 ……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竅怒號 而獨不聞之寥寥乎 …… 夫吹萬不同 而使其自己也 咸其自取 怒者其誰邪]’라고 하였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또, 두보(杜甫)의 시 옥화궁(玉華宮)에 “온갖 소리 정말로 피리소리 같고, 가을빛 참으로 맑고 깨끗하네.[萬籟眞笙竽, 秋色正瀟灑.]”라고 하였고, 남제(南齊)의 시인 사조(謝朓)의 시 답왕세자(答王世子)에 “푸른 구름은 대궐 위에 어둑하고, 북풍은 온갖 구멍에서 불어 대네.[蒼雲暗九重 北風吹萬籟]”라고 하였다.
  • 적료[寂廖]  적요. 외롭고 공허함. 적적하고 고요함. 남송의 저명한 사인(詞人) 강기(姜夔)의 송범중눌왕합비시삼수(送範仲訥往合肥詩三首)에 “나의 집은 붉은 난간 다리 곁에 있는데, 이웃 마을에서 방문해 주어 적막하지 않다네.[我家曾住赤欄橋, 隣里相過不寂廖.]”라고 하였다.
  • 농성[弄聲]  울음소리. 노래 곡조(曲調)의 하나인 농의 성조(聲調). 노래할 적에 울려 내는 소리. 흥에 겨워 내는 소리.
  • 환기[喚起]  어떤 감정이나 사실, 주의 따위를 불러일으킴. 생각·의식(意識) 등(等)을 되살려 불러일으키는 것. 참고로, 한유(韓愈)의 시 증동유(贈同游)에 “일어나라 깨우니 창은 완전히 밝았고, 돌아가길 재촉해라 해는 지기 전일세. 무심한 꽃 속의 새들은, 다시 서로 정을 다해 우는구나.[喚起窓全曙 催歸日未西 無心花裏鳥 更與盡情啼]”라고 하였는데, 황정견(黃庭堅)은 이 시의 환기(喚起)와 최귀(催歸)를 모두 새 이름으로 보았는바, 환기는 일명 춘환(春喚)이라는 봄 새의 이름이고, 최귀는 바로 두견(杜鵑)이라고 하였다. <類說> <韓昌黎集 卷9>
  • 유취[幽趣]  그윽한 풍치(風致). 그윽한 정서를 자아내는 경치나 운치. 조용하고 고상한 취미. 그윽한 취미. 참고로, 남명(南冥) 조식(曺植)이 신송계(申松溪)에게 보낸 편지에 “산해정에 와 보니 나무숲이 울창해져 지붕 머리를 완전히 덮어 버렸습니다. 경치가 매우 그윽해져 전보다 배나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공이 병을 참고 먼 길을 와 푸른 산에서 한가한 꿈을 함께 꿀 수 없으니, 저의 이 회포가 어떻겠습니까?[棲到山海, 林木蔚合, 全沒屋頭. 十分幽趣, 倍却昔時. 公不能扶病遠行, 共作碧山閑夢, 此懷如何如何?]”라고 하였다. <南冥集 卷2 與申松溪書>
  • 만훼[萬卉]  여러 가지 풀. 온갖 초목.
  • 최박[摧剝]  꺾이고 떨어짐. 꺾이고 벗겨지는 것. 꽃과 잎이 짐. 저미다. 깍이다. 파괴하다. 심한 손상을 주다. 최잔(摧殘). 참고로, 왕안석(王安石)의 시 병신팔월작(丙申八月作)에 “가을바람이 칼처럼 날카롭게 꺽고 벗기고, 막막한 해질녘 안개가 높이 해를 가지고 노네.[秋風摧剝利如刀, 漠漠昏煙玩日高.]”라고 하였다.
  • 탁수[擢秀]  여러 사람 가운데서 특히 빼어난 사람. 많은 가운데서 빼어남. 뛰어나게 아름다운 것. 탁(擢), 추(抽), 발(拔), 수(秀) 등은 성장이 왕성한 식물을 가리키는데 뛰어난 인재를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데도 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취가행(醉歌行)에 “옛날에 버들잎 뚫었음을 내 잘 알고 있거니, 잠시 명마가 넘어짐 잘못이 되지 않는다오. 우연히 수재(秀才)로 뽑힘 취하기 어렵지 않으니, 마침내 바람 밀치고 높이 날 자질 있어라.[舊穿楊葉眞自知, 暫蹶霜蹄未爲失. 偶然擢秀非難取, 會是排風有毛質.]”라고 하였다.
  • 촉동[觸動]  어떤 자극을 받아서 움직임. 자극을 주어서 움직이게 함. 어떤 사건이나 사물에 접촉하여 애노희락(愛怒喜樂) 등의 감정이 일게 되는 것. 저촉되다. 위반하다. 맞부딪치다. 충돌하다. 부딪치다. 마주치다. 건드리다. 자아내다. 감동되다. 심정·추억 따위를 불러일으키다. 찔러 건드리다.
  • 가견[可見]  볼만하다. ~을 알 수 있다. ~을 볼 수 있다. ~이기 때문에 ~인 것을 알다. 가히 ~함을 알 수 있다. 이로써 ~함을 깨닫게 된다.
  • 미상[未嘗]  일찍이 ~ 한 적이 없다. 일찍이 ~ 하지 않다. 결코 ~(이)지 않다. 결코 ∼하지 않았다. 아직 ~ 하지 못하였다. 지금까지 ~못하다.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직도. 증경(曾經: 진작 ~한 적이 있다)의 부정이다.
  • 미상[未常]  아직 ~하지 않다. 일찍이 ~한 적 없다. 항상 ~하지 않다. 미상(未嘗). 미증(未曾). 불증(不曾). 장자(莊子) 재유(在宥)에, 광성자(廣成子)가 황제(黃帝)를 타이르면서 “나는 도의 순일함을 견지하며 도의 조화로움에 처하였다. 그래서 일천이백 년이나 내 몸을 닦아 오는 동안 나의 형체가 항상 쇠하지 않았던 것이다.[我守其一以處其和 故我修身千二百歲矣 吾形未常衰]”라고 말한 대목에서 보이고, 주자대전(朱子大全) 권32의 답장흠부(答張欽夫)에 “고요함 속에서의 움직임을 주장함이 있으니, 이 때문에 고요하면서 느끼지 않은 적이 없다. 움직임 속에서의 고요함을 살핌이 있으니, 이 때문에 느끼면서도 항상 고요하지 않음이 없다. 고요하면서도 항상 느끼고 느끼면서도 항상 고요하다. 이것이 마음이 두루 흘러 관철하여 한순간도 어질지 않음이 없는 까닭이다.[有以主乎靜中之動 是以寂而未嘗不感 有以察乎動中之靜 是以感而未常不寂 寂而常感 感而常寂 此心之所以周流貫徹而無一息之不仁也]”라고 한데서 보인다.
  • 고고[枯槁]  초목(草木)이 말라 물기가 없음. 초목이 바짝 마름. 야위어서 파리함. 신세(身世·身勢) 따위가 형편(形便)없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초목이 바싹 시들다. 얼굴이 초췌하다. 파리하다. 메마르다. 참고로,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어부사(漁父辭)에 “굴원이 쫓겨나 강가를 거닐고 못가를 다니며 읊조리는데, 안색이 초췌하고 모습이 수척하였다.[屈原既放, 遊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라고 한 데서 보이고,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76장에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굳고 단단해진다. 초목도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마르고 딱딱해진다. 그래서 굳고 단단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유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이러하니 병력이 강하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는 것이다. 이에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머무르고, 부드럽고 유약한 것은 위에 거하는 것이다.[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滅, 木强則折, 强大處下, 柔弱處上.]”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기신[機神]  활동과 정신. 정신. 신묘한 기미. 신묘한 계기. 만물 생명의 원동력. 현묘(玄妙)한 기미(機微). 영리한. 낌새. 참고로,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 임명(任命)에 “기신을 아는 자는 아무런 조짐이 없음을 보더라도 미혹되지 않고, 길하고 흉함에 어두운 자는 강한 쇠뇌에 맞닥뜨려도 놀라지 않는다.[識機神者瞻無兆而弗惑, 闇休咎者觸強弩而不驚.]”라고 하였다.
  • 촉발[觸發]  일을 당하여 충동(衝動)·감정(感情) 따위를 유발(誘發)함. 어떤 일이 다른 어떤 일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자극되어 일어남. 무엇에 닿거나 접촉하여 폭발함. 촉동인발(觸動引發).

【譯文】 機神觸事,  應物而發.
一切聲響寂靜寥蕭中,  忽然聽聞一陣鳥鵲嬉弄的聲音,  喚起許多幽雅的趣味  ;  所有花草摧折肅疎後,  忽然拿到一枝挺拔秀美的花草,  就會觸動無限的生機.  可見萬物的本性未曾枯竭槁腐,  因爲生命的原動力最適宜觸動引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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