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가 말하였다.
“몸과 마음을 놓아버려 잠자코 되는대로 맡기느니만 못하다.”
조보지가 말하였다.
“몸과 마음을 다잡아 진중히 적정으로 돌아가느니만 못하다.”
놓아두면 넘쳐흘러 미쳐 날뛰게 되고
잡아두면 메마르고 적막한 데로 떨어지니
오직 심신을 잘 가누기 위해서는
그 자루를 손에 쥐고 마음대로 잡고 놓고 할 수 있어야 한다.
白氏云 : “不如放身心, 冥然任天造.”
백씨운 : “불여방신심, 명연임천조.”
晁氏云 : “不如收身心, 凝然歸寂定.”
조씨운 : “불여수신심, 응연귀적정.”
放者流爲猖狂. 收者入於枯寂. 唯善操身心者, 把柄在手, 收放自如.
방자류위창광. 수자입어고적. 유선조신심자, 파병재수, 수방자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백씨[白氏]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백낙천白樂天)를 이른다.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논리의 필연에 따르는 작품 구성과 보편적인 주제로 유려평이(流麗平易)한 문학의 폭을 넓혀 당(唐) 일대(一代)를 통하여 두드러진 개성을 형성하였다. 만년에 벼슬을 그만두고 여산(廬山)의 향로봉(香爐峯)에 초당을 짓고 은거하며 여만(如滿) 등의 시승(詩僧)과 함께 한적한 생활을 즐겼다. 주요 작품으로 장한가(長恨歌), 비파행(琵琶行) 등이 있으며, 저서로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 백향산시집(白香山詩集) 등이 있다.
- 불여방신심 명연임천조[不如放身心 冥然任天造] 백거이(白居易)의 시 수하(首夏)에 “침울하게 하는 걱정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자신만 힘들게 할 뿐인 것을. 몸과 마음을 다 놓아버리고, 눈감고 되는대로 맡기느니만 못하네.[沉憂竟何益, 只自勞懷抱. 不如放身心, 冥然任天造.]”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명연[冥然] 잠자코 있는 모습. 눈을 감고 있는 모습. 마음이 편안하고 침착한 모양. 어렴풋이 얼떨떨해진 모습. 현묵한 모습. 혼미한 모습. 무지한 어리석음 모습. 여전히 맹목적 모습. 참고로, 맹자집주(孟子集註) 공손추 상(公孫丑上) 제2장 제11절 주희(朱熹)의 주에 “고자의 학문은 맹자와 정반대였으니, 그의 부동심은 거의 또한 무지몽매하여 깨달음이 없고 고집스러워서 돌아보지 않았을 뿐이다.[告子之學, 與此正相反, 其不動心, 殆亦冥然無覺, 悍然不顧而已爾.]”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천조[天造] 천연(天然)으로 된 것. 저절로 된 것. 사물이 저절로 잘된 것. 하늘의 만물 창조. 하늘의 조화라는 뜻으로 사물이 공교(工巧)롭게 잘되었음을 이르는 말. 하늘이 하는 일이란 뜻으로, 임금 또는 임금이 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참고로, 유신(庾信)의 소원부(小園賦)에 “하늘이 하는 일은 살핌이 어둡고, 아 백성들은 질박하도다.[諒天造兮昧昧 嗟生民兮渾渾]”라고 한 데서 보이고, 주역(周易) 둔괘(屯卦) 단(彖)에 “하늘의 조화가 어지럽고 어두울 때에는 마땅히 제후를 세우고 편안히 여기지 말아야 한다.[天造草昧, 宜建侯而不寧.]”라 하였고, 송(宋)나라 사마광(司馬光)이 춘첩자(春帖字: 입춘날 대궐 안 기둥에 써 붙이는 주련柱聯)에 궁궐의 사치를 경계하는 내용을 담아, 황제의 궁궐에 붙이는 춘첩자에는 “아득한 하늘의 운행 절기와 더불어 새로우니, 접착한 기운과 흐르는 기운 모두 균일하네. 만물은 공교롭게 조각할 것 없거니와, 정히 순 임금처럼 깊은 인을 펼쳐야 하네.[漠然天造與時新 根著浮流一氣均 萬物不須雕刻巧 正如恭已布深仁]”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조씨[晁氏] 송(宋)나라의 시인 조보지(晁補之)를 이른다. 북송(北宋) 제주(濟州) 거야(巨野) 사람으로 자는 무구(無咎)이고, 자호는 귀래자(歸來子)이며, 호는 제북(濟北)이다. 중국 송(宋) 나라 신종(神宗) 부터 휘종(徽宗) 때의 문신이자 사인(詞人)이고 학자이다. 문동(文同)의 친구이자 소식(蘇軾)의 제자이다. 신종(神宗) 원풍(元豊) 2년(1079) 진사에 급제했다. 17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항주(杭州)에 와서 칠술(七述)을 지어 소식(蘇軾)에게 보이자 소식이 자신도 그만 못하다고 탄식해 유명해졌다. 철종(哲宗) 원우(元祐) 초에 태학정(太學正)이 되고, 거듭 승진하여 저작좌랑(著作佐郞)에 올랐다. 소성(紹聖) 초에 원우(元祐)의 당적(黨籍)에 연좌되어 유배를 받아 처주(處州)와 신주(信州)의 주세(酒稅)를 감독했다. 휘종(徽宗) 때 예부낭중(禮部郎中)을 거쳐 국사편수(國史編修)와 실록검토관(實錄檢討官)을 겸했다. 당론(黨論)이 일어나자 외직으로 나가 하중지부(河中知府)로 있다가 호주(湖州)와 과주(果州), 밀주(密州)로 옮겼다. 홍경궁(鴻慶宮)을 관리했다. 대관(大觀) 말에 달주(達州)와 사주(泗州)를 맡아 다스렸다. 나중에 관직을 버리고 귀향하여 자적한 생활을 즐겼다. 서화와 시문, 산문에 두루 뛰어났고, 진관(秦觀)·장뢰(張耒)·황정견(黃庭堅)과 함께 소문사학사(蘇門四學士)의 한 사람이다. 저서에 계륵집(鷄肋集)과 금취외편(琴趣外篇)이 있다.
- 불여수신심 응연귀적정[不如收身心 凝然歸寂定] 조보지(晁補之)의 시 의백락천시(擬白樂天詩)에 “여러 시도가 무슨 이익이 되나, 스스로 힘들게 뛰어다닐 뿐. 몸과 마음을 다잡아서, 조용히 적정을 이룸만 못하리.[多圖果何益, 只自勞奔競. 不如收身心, 凝然成寂定.]”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응연[凝然] 응결(凝結)된 모습. 단정하고 진중한 모양. 조용히. 평안하고 안정된 모습. 태도나 모양이 단정하고 진중하다. 꿋꿋하다. 단정하고 점잖다. 진중하다. 참고로, 송(宋) 나라 유학자였던 정이(程頤)가 주석을 달아 설명한 주역(周易)인 정전(程傳)에 “응(凝)은 모이고 그친다는 뜻이니, 안중(安重)함을 이른다. 지금 세속(世俗)에 응연(凝然)이란 말이 있으니, 명령(命令)을 가지고 말한 것이니, 무릇 동하고 행함을 모두 마땅히 안중(安重)하게 하여야 한다.[凝 聚止之義 謂安重也 今世俗有凝然之語 以命令而言耳 凡動爲皆當安重也]”라고 하였다.
- 적정[寂定] 고요히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일.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고 한곳에 집중하여 망상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
- 창광[猖狂] 미친 듯이 사납게 날뜀. 자유로이 멋대로 행동함. 형식에 구속되지 않고 뜻이 큰 것. 대단히 미침.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함. 제멋대로 행동하는 모습. 난폭하다. 광폭하다. 광기를 부리다. 방탕하다. 버릇없다. 격앙분방하다. 기세가 맹렬하다. 제멋대로이다. 발광하다. 미쳐 날뛰다. 광기부리다. 포악하다. 흉포하다. 창광(倡狂)은 예속(禮俗)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이다. 참고로, 진(晉)나라 완적은 천성이 방달불기(放達不羈)하여 때로는 마음 내키는 대로 수레를 타고 아무 곳으로나 가다가 더 이상 갈 수 없이 길이 막히면 통곡하고 돌아왔다 한다. <晉書 卷49 阮籍傳> 이를 두고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완적은 창광하니 어찌 궁도의 통곡을 본받으랴.[阮籍猖狂 豈效窮途之哭]”라고 하였다. 또, 장자(莊子) 외편(外篇) 산목(山木)에 “남월에 고을이 있으니 이름하여 건덕국이라 한다. 그곳 백성은 어리석고 질박하며, 사심이 적고 욕심이 적으며, 농사지을 줄만 알고 저장할 줄은 모르며, 남에게 주는 것만 알고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의(義)가 무엇인지 모르고 예(禮)가 무엇인지 모르며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해도 대도(大道)를 밟는다.[南越有邑焉 名爲建德之國 其民愚而朴 少私而寡欲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猖狂妄行 乃蹈乎大方]”라고 하였다. 건덕의 나라란 즉 무위(無爲)로 다스리는 이상 국가를 말한다.
- 고적[枯寂] 인적이 없어 한적함. 쓸쓸함. 적막함. 허전함. 메마르고 쓸쓸하다. 단조롭고 지루하다. 적막하다. 무미건조하다.
- 자여[自如] 자약(自若).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태연한 모양. 종전과 같은 태도. 평시와 같은 자세. 어떤 일에 흔들리지 않다. 태연하다. 태연자약하다. 자유자재하다. 마음대로 하다.
【譯文】 操持身心, 收放自如.
白居易的詩說 : “(沉鬱憂愁到底有什麼好處, 只是勞累自己心懷胸抱) 還不如放任身體心緒, 冥冥中任憑天然造就.” 晃補之的詩說, “(過多謀圖結果有什麼好處, 只是勞累自己奔走爭競) 還不如收束身體心緒, 安然地回歸寂靜安定.” 放任身心的人流從成爲猖獗狂妄, 收束身心的人淪陷進入枯槁死寂. 只有善於操縱身心的人, 操守主意在手, 才能收放自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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