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질박함으로써 진보하고
도는 순박함으로서 이루어지나니
졸(拙)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깃들어 있다.
‘도원에서 개가 짖고 뽕밭에서 닭이 운다’고 하면 얼마나 순박하고 진솔한가.
그러나 ‘찬 연못에 달 비취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고 하는데 이르면
기교가 있어 보이기는 하나 그 가운데 문득 쇠락한 기상을 느끼게 된다.
文以拙進, 道以拙成. 一拙字有無限意味.
문이졸진, 도이졸성. 일졸자유무한의미.
如桃源犬吠, 桑間鷄鳴, 何等淳龐.
여도원견폐, 상간계명, 하등순방.
至於寒潭之月, 古木之鴉, 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지어한담지월, 고목지아, 공교중변각유쇠삽기상의.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졸[拙] 옹졸하다. 졸하다. 둔하다. 어리석다. 질박하다.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참고로, 도덕경(道德經) 45장에 “크게 곧은 것은 굽은 것처럼 보이고, 크게 공교한 것은 졸렬한 것처럼 보이고, 큰 언변은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라고 하였다.
- 질박[質樸] 겉으로 꾸미거나 공교(工巧)로움이 없음. 별스럽게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고 사치스럽지 아니함. 자연 그대로 인위가 가미되지 않은 것. 소박. 순박함.
- 도원[桃源] 복숭아밭. 도화원(桃花源). 별천지. 이상향.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약칭으로 이상향(理想鄕), 별천지(別天地)를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도연명집(陶淵明集) 권6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동진(東晉) 태원(太元) 연간에 무릉의 한 어부가 시내를 따라 올라가다가 갑자기 도화림(桃花林)이 찬란한 선경을 만나 그곳에 들어가서, 일찍이 진(秦)나라 때부터 난리를 피해 들어와 대대로 살고 있다는 그곳 사람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되돌아왔는데, 그 후로는 다시 그 도화림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악록산도림이사행(嶽麓山道林二寺行)에 “무릉도원 가옥은 단순하여 짓기 쉽고, 귤주 지역 전토는 여전히 기름지네.[桃源人家易制度, 橘洲田土仍膏腴.]”라고 하였고, 왕유(王維)가 도화원기(桃花源記)를 근거로 지은 도원행(桃源行)에서 “나무꾼이 처음으로 한나라의 성명을 전해 주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진나라 때 옷을 바꾸지 않았네.[樵客初傳漢姓名, 居人未改秦衣服.]”라고 하였다.
- 하등[何等] 어떤. 어떠한. 무슨. 얼마나. 어쩌면 그토록. 아무런. 조금도. 주로 ‘하등의’의 꼴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아무런’의 뜻을 나타내는 말. 주로 부정어와 함께 쓰여, ‘전혀’, ‘조금도’의 뜻을 나타내는 말. 한(漢)・위(魏)나 육조(六朝) 시대 사람들의 관용어로 무슨[什麽]의 뜻.
- 순방[淳龐] 순박하고 질박한 모습. 순박하고 진솔한 것.
- 지어[至於] 심하다 못하여 나중에는. ~의 정도에 이르다. ~한 결과에 달하다. ~할 지경이다. ~으로 말하면. ~때에 이르러. ~에 이르다.
- 쇠삽[衰颯] 쓸쓸한 모습. 쇠약하다. 낙심하다. 낙망하다. 쇠퇴하다. 실의로 소침(消沈)해지다. 퇴폐하다. 쇠락해져 적막하다. 노쇠하다. 낯선 곳에서 의기소침해 있다.
【譯文】 不弄技巧, 以拙爲進.
文章以質拙才有進步, 道德以樸拙才能成就, 一個 “拙” 字含有無窮的意境趣味. 猶如桃花源中的狗叫, 桑樹林間的雞鳴, 多麼淳樸敦龐. 至於寒涼水潭的月影, 古老樹上的烏鴉, 細致精巧中就感覺有一種衰落蕭颯的景象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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