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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가 고요하면 사상도 고요하고, 마음이 공하면 경계도 공하다 <채근담>


이치가 고요하면 사상도 고요하니

사상을 버리고 이치에 집착하는 것은

그림자를 버리고 형체만 남겨 두는 것과 같다.

마음이 공하면 경계도 공하니

경계를 버리고 마음만 지니려는 것은

비린내 나는 것을 모아 파리를 쫓는 것과 같다.


理寂則事寂,  遣事執理者,  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  견사집리자,  사거영류형.
心空則境空,  去境存心者,  如聚羶卻蚋.
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황벽희운선사(黃檗希運禪師)의 전심법요(傳心法要)에 “보통 사람들은 대개 경계(境界)가 마음을 가로막고 사상(事相)이 이치를 가로막기 때문에 항상 경계에서 도망하여 마음을 편안히 하려하고, 사상을 물리쳐서 이치(理致)를 보존하고자 하나, 실은 마음이 경계를 가로막고 이치가 사상을 가로막는 줄을 모른다. 다만 마음을 공(空)하게 하면 경계는 저절로 공하며, 단지 이치가 고요하면 사상은 저절로 고요해지니, 거꾸로 마음을 쓰지 말라.[凡人多爲境礙心, 事礙理. 常欲逃境以安心, 屏事以存理. 不知乃是心礙境, 理礙事. 但令心空, 境自空. 但令理寂, 事自寂, 勿倒用心也.]”라고 하였다.


  • 이치[理致]  사물의 정당한 조리(條理). 도리에 맞는 취지. 이치에 부합되는 말과 행위, 상태를 합리 또는 합리적이라고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치에 어긋난다고 한다. 이(理)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불교 선종(禪宗)에서 종장(宗匠)이 제자를 훈화(訓化)할 때에 경론의 도리를 개시(開示)하여 인도하는 것.
  • 사상[事相]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나 상황. 또는 벌어진 일의 상태. 인계(印契)나 수법(修法) 따위의 행위나 의례를 이르는 말. 본체인 진여(眞如)에 대하여 현상계의 낱낱의 차별된 모양. 진리(眞理)를 따라서 나타나는 현상계(現象界)의 낱낱의 차별된 모양. 변화하고 낱낱이 차별되어 있는 현상계의 모습. 밀교(密敎)에서, 조단(造壇)·관정(灌頂)·인계(印契)·진언(眞言) 따위의 밀교적(密敎的) 상징으로서 표현되는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의례(儀禮)와 행법(行法). 밀교에서, 의식·수행법 등과 같은 실천적 방면을 말함. 이에 반해, 교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이론적 방면은 교상(敎相)이라 함.
  • 경계[境界]  인식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 일이나 물건이 어떤 표준 아래 맞닿은 자리. 사물이 어떠한 일정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分揀)되는 한계(限界). 어떤 지역과 다른 지역 사이에 일정한 기준으로 구분(區分)되는 한계. 인과(因果)의 이치(理致)에 따라 스스로 받는 과보(果報). 인과응보의 이치에 따라 자기가 놓이게 되는 처지.
  • 도리[道理]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 사물의 정당한 이치. 방법이나 수단. 모든 현상에 통하는 법칙. 모든 것에 두루 통하는 진리. 진리와 결합된 이론이나 증명. 타당한 이치. 사물이 존재하고 변화해 가는데 있어서 반드시 표준으로 삼는 법칙.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길. 방도(方道)와 사리(事理). 이치. 일리. 근거. 경우. 법칙. 규칙. 규율. 방법. 수단. 대책. 통합하여 말하면 도(道)라 이르고 도(道) 가운데에 조리(條理)가 있는 부분을 가리켜 말하면 이(理)라 이른다.
  • 이론[理論]  사물이나 현상의 이치를 논리적으로 일반화한 체계. 실천에 대립되는 공허하고 관념적인 생각이나 지식. 사물의 이치나 지식 따위를 해명하기 위하여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일반화한 명제의 체계. 실증성이 희박한 순 관념적으로 조직된 논리.
  • 사실[事實]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 실제(實際)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現在)에 있는 일. 실제로 이루어진 일이나 일어난 일.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일을 솔직하게 말할 때 쓰는 말. 자신(自身)의 말이 옳다고 강조할 때 쓰는 말.
  • 실사[實事]  실제로 있는 일. 사실(事實)로 있는 일. 실제(實際)의 일.
  • 집리[執理]  사리를 내세워 고집함. 이론에 집착하다.
  • 집리불굴[執理不屈]  사리를 내세워 고집하고 굽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정직한 신하를 가리킨다.
  • 공적[空寂]  불변하는 고유한 실체가 없는 상태. 텅 비고 쓸쓸함. 텅 비고 고요함. 조용하고 쓸쓸함. 사물에 자성(自性)이 없고 생멸(生滅)도 없음. 만물이 모두 실체가 없고 상주(常住)가 없음. 우주만물이 형상이 있는 것이나 형상이 없는 것이나 모두 그 실체가 공무(空無)하여 아무것도 생각하고 분별할 것이 없다는 불가(佛家)의 말이다. 공허와 적멸을 주로 하는 불교를 뜻한다.
  • 적막[寂寞]  고요하고 쓸쓸함. 적적(寂寂)하다. 고요하다. 외롭다. 쓸쓸하다. 적막하다. 조용하다. 괴괴하다. 참고로, 한(漢)나라 학자 양웅(揚雄)이 세상에 나가지 않고 홀로 조용히 지내면서 태현경(太玄經)을 저술한 데 대하여, 혹자가 도(道)가 깊지 못하여 녹위(祿位)가 없는 게 아니냐고 그를 조롱하자, 그는 해조(解嘲)를 지어 말하기를 “적막이야말로 덕을 지키는 집이 된다.[惟寂惟寞 守德之宅]”라고 하였고, 또 해난(解難)에 “적막을 주인으로 삼는다.[寂寞爲尸]”고 하는는 등 적막이라는 말을 꽤나 애용하였으므로, 그가 왕망(王莽) 때에 천록각(天祿閣) 위에서 몸을 던져 자결하려다가 부상을 당했을 때에도 “오직 적막했기 때문에 잘못 알고서 누각 위에서 몸을 던졌다.[惟寂寞 自投閣]”는 조롱을 받기도 하였다. <漢書 卷87上 揚雄傳>
  • 환경[環境]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 생활하는 주위의 상태. 인간이나 동식물 따위의 생존이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조건이나 상태.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가정적, 주변적 조건이나 상태.
  • 외경[外境]  외부환경(外部環境]). 마음을 빼앗아 가는 바깥의 여러 경계. 물심(物心)으로 구별할 때 물(物)에 해당하는 모든 것. 불교 용어로, 색(色)·성(聲)·향(香)·미(味) 등, 즉 사람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는 외물을 가리킨다.
  • 심경[心境]  마음의 상태 또는 마음의 경지(境地)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가한 마음과 무위의 심경, 넉넉하고 한가한 심경, 일 있을 때에 일 없을 때의 심경 등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
  • 존심[存心]  마음에 새겨 두고 잊지 아니함. 사람의 욕망 따위에 의해서 본심(本心)을 해치는 일이 없이 항상 그 본연의 상태를 지킴. 또는 그 일. 군자의 마음가짐.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그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것 때문이다. 군자는 언제나 인의 도리를 마음에 간직하고 예법을 마음에 간직한다.[君子所以異於人者 以其存心也 君子以仁存心 以禮存心]”라는 말이 나온다.
  • 취전각예[聚羶卻蚋]  누린내 나는 것을 모아놓고 파리매를 쫓음. 참고로, 장자(莊子) 서무귀(徐无鬼)에 “몸을 움츠려 뻗어 나가는 기상이 없는 사람은 순 임금과 같은 사람이다. 양고기는 개미를 사모하지 않는데 개미는 양고기를 사모하니, 이는 양고기가 누린내를 풍기기 때문이다. 순 임금의 행동에도 누린내 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백성이 좋아하여 모여드는 것이다.[卷婁者, 舜也. 羊肉不慕蟻, 蟻慕羊肉, 羊肉羶也. 舜有羶行, 百姓悅之.]”라고 하였고, 한비자(韓非子) 외저설(外儲說)에 “사람은 누구나 왼손으로 네모꼴을 그리면서 동시에 오른손으로 원형을 그릴 수는 없다. 고기를 가지고 개미를 쫓으려고 하면 개미는 더욱 많아질 것이며, 생선으로 파리를 쫓으려 하면 파리는 더욱 모여들 것이다.[人莫能左畫方而右畫圓也. 以肉去蟻, 蟻愈多. 以魚驅蠅, 蠅愈至.]”라고 하였다.

【譯文】 形影皆去,  心境皆空.
道理空寂則事實空寂,  棄遣事實執拗道理的人,  好似去除影子留下形體  ;  內心空虛則環境空虛,  去除環境保存內心的人,  猶如聚集腥膻丟卻蠅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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