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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모양과 사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因及生死 萬念灰冷] <채근담>


이 몸이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모양이었을까 생각해 보고

또, 이 몸이 죽은 뒤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 생각해 보라.

그러면 모든 상념들이 재처럼 식고

한 조각 본성만이 고요히 남아

자연히 만물 밖 절대경지에 노닐게 되리라.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  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시사미생지전유하상모,  우사기사지후작하경색,
則萬念灰冷,  一性寂然,  自可超物外而遊象先.
즉만념회냉,  일성적연,  자가초물외이유상선.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상모[象貌]  형상(形象)과 상모(狀貌). 모습. 모양.
  • 경색[景色]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정경(情景)이나 광경(光景). 경치(景致). 풍경(風景). 상황. 모양. 상태.
  • 회랭[灰冷]  재처럼 싸늘하게 식다. 소침(消沈)하다. 열기가 식다. 의기나 기세 따위가 사그라지고 약해져 가라앉다. 아무 욕심도 없음. 잡념이 생기지 않음. 소식(蘇軾)의 시 송참요사(送參寥師)에 “대사는 불법을 공부하셔서, 온갖 생각 재처럼 식어버렸네.[上人學苦空, 百念已灰冷.]”라고 하였다. 참고로, 당(唐)나라 현종(玄宗) 때 문무백관들이 양국충(楊國忠)에게 빌붙어 아부하며 관직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장구령(張九齡)이 “오늘날 조정의 관리들은 모두 불을 쬐러 불가로 모여드는 거지이다. 하루아침에 불이 꺼져 식은 재가 되면 온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시체가 얼어 터지고 뼈가 구렁에 뒹굴 것이니, 화가 멀지 않을 것이다.[今時之朝彥 皆是向火乞兒 一旦火盡灰冷 暖氣何在 當凍屍裂體 棄骨於溝壑中 禍不遠矣]”라고 하였다. <開元天寶遺事 卷3 向火乞兒> <古今事文類聚 別集 卷19 性行部 奸邪 向火乞兒>
  • 적연[寂然]  고요한 모습. 고요한 모양.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모양. 아무 기척이 없이 조용하고 기괴(奇怪)함. 고요하고 쓸쓸함. 마음이 고요하고 맑은 상태.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소멸하여 평온하게 된 열반의 상태. 참고로,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 10장에 “역은 사려가 없고 작위가 없어 고요히 움직이지 않다가 감응하면 마침내 천하의 일에 통하니, 천하의 지극히 신묘한 자가 아니면 누가 여기에 참여하겠는가.[易, 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 非天下之至神, 其孰能與於此.]”라고 하였다.
  • 물외[物外]  만물(萬物)의 밖. 세상 밖. 세상의 속된 일이나 물정에서 벗어남. 세속의 일을 초월함. 속세를 벗어난 다른 세상. 진세(塵世)를 멀리 초탈한 경지. 참고로, 장형(張衡)의 귀전부(歸田賦)에 “세상 밖에서 매임 없이 내 맘대로 한다면, 영예와 치욕 같은 것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苟縱心於物外, 安知榮辱之所如.]”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시인 황정견(黃庭堅)의 아버지인 황서(黃庶)의 시 제동사주(題東寺柱)에 “대 바람 소리 소나무 달빛이 굳게 잠그니, 문 닫힌 인심도 물외의 정을 느끼네. 제비 참새도 독경 소리 듣는 것이 이미 습관이 되었으니, 돌아가 책 읽는 소리 걱정 없겠네.[竹風松月牢於鎖, 關閉人心物外情. 燕雀聞經俱已慣, 歸來不怕讀書聲.]”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상선[象先]  구체적인 물상(物象)이 나타나기 전의 절대적인 상태. 천지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상태. 절대경(絶對境), 모든 조건이나 관계를 초월한 경지. 상(象)이 생기기 이전의 상태로, 선천(先天)과 같은 말이다.

【譯文】 因及生死,  萬念灰冷  :  鏡花水月,  當體卽空.
試想沒有出生之前有什麼長相容貌,  再想死了以後又會產生什麼景象呢?  這樣萬般念頭心灰意冷,  唯獨本性寂然猶存,  自然可以超脫世俗遨遊於萬象之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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