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미추와 승패는 한 순간의 헛것일 뿐이다[雌雄姸醜 一時假相] <채근담>


배우가 분 바르고 연지를 찍어

붓끝으로 아름답고 추함을 드러내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면

아름답고 추함이 어디에 있는가.

바둑 두는 사람이 선수 후수를 다투며

바둑돌을 놓아 자웅을 겨루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바둑돌을 거두고 나면

이기고 진 것이 어디에 있는가.


優人傅粉調硃,  效姸醜於毫端,  俄而歌殘場罷,  姸醜何存.
우인부분조주,  효연추어호단,  아이가잔장파,  연추하존.
弈者爭先競後,  較雌雄於着子,  俄而局盡子收,  雌雄安在.
혁자쟁선경후,  교자웅어착자,  아이국진자수,  자웅안재.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우인[優人]  예전에, 재주를 넘거나 익살스러운 동작으로 사람을 웃기며 풍악을 맡거나 가창(歌唱)을 하는 사람을 이르던 말. 배우(俳優). 악인(樂人). 광대(廣大). 침착(沈着)하며 성질(性質)이 느긋한 사람.
  • 부분[傅粉]  분을 바르다. 화장하다. 참고로, 하진(何進)의 손자 하안(何晏)은 모습이 아름다웠고 얼굴이 희어 사람들이 “분을 바른 하랑[傅粉何郞]”이라고 불렀다는 고사가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에 “하평숙(何平叔: 하안何晏)은 생김새가 당당하였고 얼굴은 희었다. 위 명제(魏明帝)는 그가 분을 발라서 그런 것으로 여겨 더운 여름에 그에게 펄펄 끓는 국과 떡을 주어 보았다. 먹고 난 후에 온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는데 붉은 색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니 더욱 더 희었다.[何平叔美姿儀, 面至白. 魏明帝疑其傅粉, 正夏月, 與熱湯餅, 既啖, 大汗出, 以朱衣自拭, 色轉皎然.]”라고 보인다.
  • 부분시주[傅粉施朱]  분 바르고 연지 바름. 안씨가훈(顔氏家訓) 제8편(第8篇) 면학(勉學)에 “양(梁)나라의 전성시기에 유한(有閑) 귀족자제(貴族子弟) 가운데는 학문이라고는 갖추지 못한 이들이 많아서, 속담에 ‘수레에 오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곧 저작랑(著作郞)이요, 편지글에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치레만 할 줄 알면 곧 비서랑(秘書郞)이다.‘라고 할 지경이었다. 향내를 옷에 쐬고 수염을 말끔히 민 다음 분 바르고 연지를 찍지 않은 이가 없으니, 차양이 긴 편안한 수레를 타고 굽 높은 나막신을 신은 채 바둑판무늬를 짜 넣은 비단방석에 앉아 온갖 색실을 섞어 짠 허리받이에 기대고는 볼 만한 기물을 좌우에 늘어놓고 여유롭게 드나드는 모양은, 바라보자면 神仙인가 싶었다.[無不熏衣剃面, 傅粉施朱, 駕長簷車, 跟高齒屐, 坐棊子方褥, 憑斑絲隱囊, 列器玩於左右, 從容出入, 望若神仙.]”라고 한 데서 보인다. 사기(史記) 영행전(佞幸傳)에 “한(漢)나라 효혜제(孝惠帝) 때는 랑(郞)과 시중(侍中)들이 모두 준의관(鵕䴊冠)과 조가비 혁대로 치장하고 ‘연지와 분으로 화장하였으므로[傅脂粉]’, 고조(高祖) 때의 남기(男妓) 굉유(閎孺)나 혜제(惠帝) 당시의 남기(男妓) 적유(籍孺)의 겉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하였다. 후한서(後漢書) 이고전(李固傳)에 “이고(李固)는 홀로 호분(胡粉)을 바르고서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멋을 내었다.”고 하였고,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조상전(曹爽傳)에는 위략(魏略)을 인용하여 “하안(何晏)은 성품이 자신의 동정을 엿보기를 좋아하여, 백분을 손에서 떼놓지 않았고 걸어갈 때는 그림자를 돌아보았다.”고 하였으며, 북제서(北齊書) 문선제기(文宣帝紀)에는 “황제는 간혹 신체를 드러내고 분과 먹을 바르고 그렸다.”고 하였다.
  • 조주[調硃]  연지를 찍음.
  • 연추[姸醜]  용모(容貌)의 아름다움과 추(醜)함.
  • 아이[俄而]  곧. 머지않아. 이윽고. 얼마 후에. 갑자기. 俄(아)의 훈(訓)은 ‘잠시’, ‘갑자기’, ‘기울다’이고 音은 ‘아’인데, 아이(俄而)는 ‘조금 후에’의 의미이다. 참고로, 당(唐)나라 장설(張說)의 배공신도비(裴公神道碑)에 “갑자기 원문에서 옥을 머금더니 묶은 끈을 풀고 납관(納款)하였다.[俄而銜璧轅門 釋縛納款]”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지락(至樂)에 “얼마 뒤 골개숙(滑介叔)의 왼쪽 팔에 버드나무 가지가 나왔다.[俄而柳生其左肘]”라고 한 데서 보이고,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사태부(사안)가 찬 눈이 내리는 날 안채에 모여 있을 때 아녀들과 문의에 대해 강론했다. 이윽고 눈발이 쏟아지자, 공이 기뻐하며 ‘무엇과 같으냐?’라고 물으니, 조카 호아가 ‘공중에 소금을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라고 했다. 질녀 사도온이 ‘버들솜이 바람에 일어난다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하니, 사안이 크게 기뻐했다.[謝太傅 寒雪日內集 與兒女講論文義 俄而雪驟 公欣然曰 白雪紛紛何所似 兄子胡兒曰 撒鹽空中皆可擬 兄女曰 未若柳絮因風起 公大笑樂]”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가잔[歌殘]  노래가 끝남. 노래가 그침.
  • 장파[場罷]  막(幕)이 내리다.
  • 선수[先手]  남이 하기 전에 앞질러 하는 행동. 바둑이나 장기에서 상대방보다 먼저 놓거나 두는 일. 상대편보다 먼저 중요한 자리에 두는 일. 선후를 다루는 판국에서 상대방이 수를 쓰기 전에 먼저 효과적인 착수를 하는 것. 바둑, 장기(將棋)를 둘 때 먼저 두는 일. 또는 어떤 수(手)를 먼저 놓아 상대방이 그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함. 또는 그 수(手).
  • 후수[後手]  선수를 빼앗김. 때를 놓침. 바둑·장기의 후수. 앞질림. 바둑이나 장기(將棋) 등(等)에서 상대방보다 뒤에 두는 일. 또는 상대편에게 선수(先手)를 빼앗기고 따라두는 일. 수를 놓았을 때 상대가 받아 주지 않은 상태에서 국면이 마무리가 되어 상대에게 선택권이 돌아가는 일. 또는 그러한 수. 국부적인 응접에서 마지막 수를 두게 되는 권리상의 순번. 선후를 다투는 곳에서 선수를 빼앗긴 쪽의 피동적인 순번.
  • 자웅[雌雄]  강약(強弱), 승부(勝負), 우열(優劣)을 비유하는 말. 암컷과 수컷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기자[棋子]  바둑돌. 바둑을 둘 때에 쓰는 둥글납작한 돌. 흰 돌과 검은 돌의 두 가지이며 상수(上手)가 흰 돌을 차지한다. 참고로, 당(唐)나라 장열(張說)이 현종(玄宗) 앞에서 이필(李泌)을 시험하기 위해 방원동정(方圓動靜)을 설명하면서 “모난 것은 바둑판과 같고 둥근 것은 바둑돌과 같으며, 움직임은 바둑돌이 살아 있는 것과 같고 고요함은 바둑돌이 죽어 있는 것과 같다.[方若棋局 圓若棋子 動若棋生 精若棋死]”고 하자, 이필이 그 즉시 “모난 것은 의(義)를 행함과 같고 둥근 것은 지(智)를 쓰는 것과 같으며, 움직임은 인재를 초빙하는 것과 같고 고요함은 뜻을 얻음과 같다.”라고 대답하여 기동(奇童)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고사가 전한다. <新唐書 卷139 李泌列傳>
  • 착자[着子]  바둑돌[棋子]을 바둑판에 붙임. 바둑을 둠.
  • 자수[子收]  바둑돌[棋子]을 거둠. 바둑을 끝냄.

【譯文】 雌雄姸醜,  一時假相  :  雌雄姸醜,  俄而何在.
優伶藝人搽脂粉抹口紅,  盡獻姸麗醜陋於筆毫末端,  不久歌舞末了劇場散盡,  美醜哪裏還存在?  下棋的人爭先手逐後勁,  較量勝負高下於下棋落子,  不久棋局結束棋子收攏,  勝負又在哪裏?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