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의지가 굳지 않으면 절세絶世하고, 의지가 굳으면 섭세涉世라 <채근담>


의지를 다잡아 안정시키지 못했다면

마땅히 번잡한 속세와의 인연을 끊어

마음이 욕심낼 것을 보지 못하게 하여

어지러워지지 않게 함으로써

내 마음의 고요한 본바탕을 맑혀야 한다.

이미 의지를 굳게 다잡았다면

다시 번잡한 속세에 끼어들고 섞이어

마음이 욕심낼 만한 것을 보고서도

어지러워지지 않게 함으로써

내 마음의 원만한 기틀을 길러야 한다.


把握未定,  宜絶跡塵囂,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  以澄吾靜體.
파악미정,  의절적진효,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  이징오정체.
操持旣堅,  又當混跡風塵,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  以養吾圓機.
조지기견,  우당혼적풍진,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  이양오원기.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파악미정[把握未定]  의지(意志)가 굳지 않아 아직 자기를 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
  • 의지[意志]  특정 목적의 달성을 지향하는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 어떤 일을 해내거나 이루어내려고 하는 적극적인 마음의 상태나 작용. 생물이 어떠한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능동적인 마음의 작용. 도덕적 행위의 주체가 되고 객체가 되는 정신 작용. 선택이나 행위의 결정에 대한 내적이고 개인적인 역량. 어떠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발적로 의식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내적 욕구.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를 결의하고, 그것을 북돋우고 지속시키는 심적 기능. 이성을 가지고 사려(思慮)하고 선택하고 결심하여 실행하는 능력. 지식·감정과 대립되는 정신 작용. 참고로,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의지는 기의 장수이고 기는 몸에 가득 찬 것이니, 의지가 으뜸이고 기가 다음이다. 그러므로 의지를 유지하고도 그 기를 포악하게 하지 말라고 한 것이다.[夫志氣之帥也, 氣體之充也, 夫志至焉, 氣次焉. 故曰持其志無暴其氣.]”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에 “지는 진실로 마음이 가는 바로써 기의 장수가 된다. 그러나 기는 또한 사람의 몸에 충만해 있어서 지의 졸도가 되는 것이다.[志固心之所之, 而爲氣之將帥, 然氣亦人之所以充滿於身, 而爲志之卒徒者也.]”라고 하였다.
  • 파악[把握]  꽉 잡아 쥠. 어떠한 일을 잘 이해하여 확실하게 바로 앎. 어떠한 일에 이치나 원리를 바르게 잡고 있음. 꽉 움켜쥐다. 잡다. 들다. 포착하다. 장악하다. 파악하다.
  • 미정[未定]  아직 결정하지 못함. 아직 작정(作定)하지 못함. 아직 안정(安定)되지 않음.
  • 안정[安定]  바뀌어 달라지지 아니하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 바뀌거나 흔들리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함. 중심이 물체의 바닥 한가운데에 있어서, 어떤 외부의 힘에 의하여 약간의 변화를 받기는 하여도 원래의 상태로부터 별로 벗어나지 아니하고 일정한 범위 안에 있는 상태. 또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지는 일. 단체(單體)나 화합물이 화학 변화를 쉽게 일으키지 아니하거나 반응 속도가 느린 상태.
  • 안정[安靜]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함.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고요함. 병을 치유하기 위하여 활동을 피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고 고요하게 하는 일.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권3 숙종효장제기(肅宗孝章帝紀)에 “안온하고 조용한 관리는 진실하고 꾸밈이 없어, 일계는 부족할지라도 월계는 항상 유여하다.[安靜之吏, 悃愊無華, 日計不足, 月計有餘.]”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절적[絶跡]  인적이 없는 곳. 발길을 끊고 왕래(往來)하지 아니함. 자취를 감추다. 세속과 인연을 끊다. 사라지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답만숙견사영교상과지십(答曼叔見謝潁橋相過之什)에 “선생은 사람들과 교제를 끊은 지 오래이니, 마음은 고요한 물 같고 몸은 마른 나뭇가지 같아라.[先生久與人絶跡, 心如止水形枯柯.]”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자취를 없애기는 쉽지만, 땅을 디디지 않기는 어렵다. 남에게 부림을 받는 처지가 되면 거짓을 저지르기가 쉽고, 하늘에게 부림을 받는 처지가 되면 거짓을 저지르기 어렵다.[絶迹易, 無行地難. 爲人使, 易以僞; 爲天使, 難以僞.]”라고 한데서 보인다.
  • 진효[塵囂]  속세의 소란함과 번거로움. 소란하고 복잡한 속세. 티끌이 흩날리고 매우 시끄러운 속세. 속세(俗世)의 귀찮음. 속세간의 시끄러운 것. 세간의 소란이나 분란. 참고로, 도잠(陶潛)의 시 도화원(桃花源)에 “세간의 선비에게 물어본다 하여도, 세간 밖의 일들을 어찌 알 수 있으리.[借問游方士, 焉測塵囂外.]”라고 하였다.
  • 불견가욕[不見可欲]  가욕(可欲)은 욕심낼 만한 것, 누구나 원하는 것, 누구나 좋아할 만한 것,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을 이른다. 참고로,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3장에 “욕심낼 만한 것을 보이지 않아서 백성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한다.[不見可欲, 使民心不亂.]”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에 “누구나 원하는 것(본받을 만한 것)을 선인(善人)이라 하고, 자기 몸에 선을 소유한 것을 신인이라 하고, 선을 충실히 보유한 것을 미인이라 하고, 충실하여 빛남이 있는 것을 대인이라 하고, 대인이면서 저절로 화한 것을 성인이라 하고, 성인이어서 측량할 수 없는 것을 신인이라 한다.[可欲之謂善 有諸己之謂信 充實之謂美 充實而有光輝之謂大 大而化之之謂聖 聖而不可知之之謂神]”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서 “그 사람됨이 가증스럽지 않고 가욕스러우면 선인이라 이를 만하다.[其爲人也可欲而不可惡 則可謂善人矣]”라고 하였다.
  • 정체[靜體]  고요한 마음의 본체.
  • 조지[操持]  마음을 잡다. 사무를 처리하다. 장악하다. 관리하다. 사업 따위를 경영하다. 준비하다. 계획하여 시행하다. 심신을 잘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
  • 혼적[混跡]  진면목을 숨기고 끼어들어 섞이다.
  • 풍진[風塵]  진세(塵世). 속세(俗世). 속루(俗累). 관도(官途). 속리(俗吏)의 직무. 경관(京官)에 대해서 지방관을 이르는 말. 화류가(花柳街). 바람과 티끌.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 병란(兵亂). 전란(戰亂). 병진(兵塵). 병마(兵馬)가 치달리며 자욱하게 일으키는 먼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티끌이라는 뜻으로 전쟁으로 인한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일이나 분위기를 이르는 말. 관계(官界). 혼탁(混濁)하고 은원(恩怨)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벼슬길. 고된 나그네 생활. 고된 세상살이. 번거로운 속사(俗事). 어지러운 세상. 고풍청진(高風淸塵)의 준말로 인품이 고결한 사람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 벼슬살이하는 도성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시어(詩語). 참고로, 고적(高適)의 시 봉구작(封丘作)에 “나는 본디 맹저 들에서 고기 잡고 나무나 하며, 일생이 본래 한가로운 사람. 초야에서 광가나 부르며 지낼지언정, 어찌 풍진 속에서 벼슬살이를 할 수 있으랴.[我本漁樵孟諸野, 一生自是悠悠者. 乍可狂歌草澤中, 寧堪作吏風塵下.]”라고 하였고, 고적(高適)의 시 인일기두이습유(人日寄杜二拾遺)에 “동산에 한번 은거하여 흘려보낸 삼십 년 봄, 책과 칼이 풍진 속에 늙어 갈 줄 알았으랴.[一臥東山三十春, 豈知書劍老風塵.]”라고 하였고, 당순지(唐順之)의 시 제동석초당도증황송강(題東石草堂圖贈黃松江)에 “송강태수는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벼슬을 살 때도 그 마음이 고향 들녘에 가 있었다.[松江太守好靜者, 迹在風塵心在野.]“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석민(釋悶)에 “강변의 노옹이 일을 잘못 요량한 것인지, 눈이 어두워서 풍진이 맑아짐을 보지 못하겠네.[江邊老翁錯料事, 眼暗不見風塵淸.]”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알선주묘(謁先主廟)에 “쇠잔해진 모습을 어찌 볼 수 있으랴, 게다가 풍진세상 길기까지 했으니.[如何對遙落, 況乃久風塵.]”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야망(野望)에 “온 천하 풍진 속에 여러 아우와 헤어져서, 하늘 한쪽에서 우노라니 이 한 몸 요원하여라.[海內風塵諸弟隔, 天涯涕淚一身遙.]”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약공택음시일대풍시(約公擇飮是日大風詩)에 “새벽의 거센 바람에 먼지가 하늘에 가득해라 그 까닭 생각하니 어찌 간에 저촉된 게 아니랴[曉來顚風塵暗天, 我思其由豈坐慳.]”라고 하였고, 이단(李端)의 시 대촌중노인답(代村中老人答)에 “도성에서 전란을 겪은 뒤로는, 시골집에서도 밥 짓는 연기 보기 어려워졌네.[京洛風塵後 村鄕烟火稀]”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왕우군(王右軍)에 “우군은 본래 청진한 사람인데 소쇄한 모습으로 풍진에 있도다. 산음에서 도사를 만나니 이 거위 좋아하는 손님에게 글 써 달라 요구했지. 흰 깁을 펼쳐 도덕경을 쓰니, 필법이 정묘하여 입신의 경지로세. 글씨를 다 쓰고는 거위를 조롱에 넣어 갔나니 어찌 주인에게 작별 인사인들 했으랴.[右軍本淸眞, 瀟洒在風塵. 山陰遇羽客, 要此好鵝賓. 掃素寫道經, 筆精妙入神. 書罷籠鵝去, 何曾別主人.]”라고 한데서 보인다.
  • 풍진[風塵]  풍진(風塵)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지럽고 지저분한 일들로 부정을 이른다. 또, 쉽게 사람을 오염시킨다는 의미로 깨끗해질 수 없음을 이른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상예(賞譽)편에서 “왕융(王戎)이 말하기를 ‘태위(太尉) 왕연(王衍)은 정신과 자태가 고상하고 고결해서 마치 옥돌 숲 속의 구슬나무 같으니, 본디 풍진(風塵) 밖의 인물이다.[王衍神姿高徹, 如瑤林瓊樹, 自然是風塵外物.]’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또 경저(輕詆)편에서는 “유량(庾亮)의 권력이 막중하여 왕도(王導)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유량(庾亮)은 석두(石頭)에 있고 왕도(王導)는 야성(冶城)에 앉아 있었는데, 큰 바람이 먼지를 일으키자 왕도(王導)가 부채로 먼지를 털면서 말하기를 ‘원규(元規: 유량庾亮의 자字)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히는군.’이라 하였다.[庾公權重, 足傾王公 ; 庾在石頭, 王在冶城坐 ; 大風揚塵, 王以扇拂塵曰: 元規塵汚人!]”고 하였다. 또, 문선(文選)에 수록된 유효표(劉孝標)의 변명론(辨命論)에서 “마음이 곤옥처럼 곧아서 꼿꼿하고 우뚝한 모습으로 세상의 풍진(風塵)에 섞이지 않는다.[心貞崑玉,亭亭高竦, 不雜風塵.]”라 하였는데, 이선(李善)의 주(注)에 “곽박(郭璞)의 유선시(遊仙詩)에서 ‘풍진(風塵) 바깥에 초연하다.[高蹈風塵外]’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풍진(風塵)은 육조인(六朝人)들의 관용어였다.
  • 원기[圓機]  원활(圓滑)한 기봉(機鋒). 마음의 개오로 성불하는 성근. 원만한 이치를 단박에 깨우친다는 원돈(圓頓)의 본디 불성을 위한 인연의 틀. 불교 선가(禪家)의 설법에 관한 용어(用語)로 원돈기근(圓頓機根)의 약칭이다. 원돈(圓頓)은 원만돈족(圓滿頓足)의 뜻으로 일순간 깨달음을 얻어 신속히 성불할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말하고, 기근(機根)은 교법(敎法)을 받을 근기(根機)와 교법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기봉(機鋒)이 원활(圓活)하다는 말이다.
  • 원기[圓機]  원만한 근기. 우주가 운행하는 기틀. 원활한 활동. 원활한 작용. 원만한 기밀. 두루 퍼져 혼연히 작용하는 힘. 원만하여 어디에나 적용이 되는 기틀. 세상을 원만하게 여기며 이끄는 기틀. 외물로부터 속박을 받지 않은 본연의 기틀이나 원리. 참고로, 장자(莊子) 도척(盜跖)에 “굽었든 곧았든 간에 하늘의 법도에 서로 호응해야 한다. 자기 사방을 둘러보면서 적응하며 때의 변화에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옳든 그르든 간에 원만한 마음을 지켜야만 한다. 자기의 뜻을 홀로 이룩하여 도와 더불어 세상에 노닐어야 한다.[若枉若直, 相而天極. 面觀四方, 與時消息. 若是若非, 執而圓機. 獨成而意, 與道徘徊.]”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심기[心機]  마음을 움직이는 실마리. 마음의 기능이나 활동. 마음의 틀. 마음의 움직임.
  • 심기[心幾]  심산(心算), 심사(心事), 심계(心計)와 같은 말로 마음속으로 깊이 궁리하거나 계획함을 이른다.

【譯文】 修行宜絕跡於塵寰,  悟道當涉足於世俗  :  修行絕塵,  悟道涉俗.
把持掌握尙未確定,  應當斷絕蹤跡於塵世喧囂,  使這顆心不會見到可能的欲望而心神不迷亂,  以便澄心領悟我心靈的澄靜本體  ;  操行秉持卽將堅定,  應當混俗蹤跡於世風塵俗,  使這顆心見到可能的欲望亦然不會心神迷亂,  以便培養我超脫物累的圓通機變.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