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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오르면 마음이 트이고, 흐르는 물가에 서면 뜻이 원대해진다 <채근담>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트이고

흐르는 물가에 서면 사람의 뜻이 원대해지며

눈비 내리는 밤에 책을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 마루에서 느긋이 휘파람 불면 흥취가 높아진다.


登高使人心曠.  臨流使人意遠.
등고사인심광.  임류사인의원.
讀書於雨雪之夜,  使人神淸.  舒嘯於丘阜之巓,  使人興邁.
독서어우설지야,  사인신청.  서소어구부지전,  사인흥매.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등고[登高]  높은 곳에 오름. 옛날 풍속에 음력 9월 9일, 즉 중양절(重陽節)에 사람들이 붉은 주머니에 수유(茱萸)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菊花酒)를 마시어 재액(災厄)을 소멸시켰다고 한다. 주머니에 수유를 담은 풍습은 “후한(後漢) 때 환경(桓景)이 일찍이 선인(仙人) 비장방(費長房)에게 가서 유학했는데, 하루는 비장방이 환경에게 ‘9월 9일 너의 집에 재앙이 있을 것이니, 급히 가서 집안사람들로 하여금 각각 붉은 주머니에 수유를 담아서 팔뚝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게 하면 이 재앙을 면할 것이다.’라고 하므로, 환경이 그의 말에 따라 9월 9일에 과연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산에 올라갔다가 저물녘에 내려와 보니, 계견우양(鷄犬牛羊) 등의 가축은 다 죽어 있었고 사람은 끝내 무사했다고 한다.”는 고사에서 온 것이다. 참고라, 당(唐) 나라 왕유(王維)의 시 구월구일억산중형제(九月九日憶山中兄弟)에 “멀리서 알겠노라. 형제들 높은 산에 올라가, 수유를 두루 꽂은 곳에 한 사람만 빠졌으리란 것을.[遙知兄弟登高處 遍揷茱萸少一人]”이라고 하였다. 또, 한서(漢書) 권30 예문지(藝文志)에 “전에 이르기를 ‘노래하지 않고 읊는 것을 부라고 한다. 높은 데에 올라가서는 시를 읊을 줄 알아야 대부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傳曰 不歌而誦謂之賦 登高能賦可以爲大夫]’라고 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전(傳)은 시경(詩經) 용풍(鄘風) 정지방중(定之方中)의 복운기길(卜云其吉)을 해설한 모전(毛傳)을 가리킨다. 또 한시외전(韓詩外傳) 권7에 공자(孔子)가 경산(景山)에 올라가 노닐 적에 자로(子路)와 자공(子貢)과 안연(顔淵)이 시종(侍從)하였는데, 공자가 그들에게 “군자는 높은 데에 올라가면 시를 읊어 소회를 토로하는 법이다. 너희들이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각자 원하는 것을 말해 보아라. 내가 너희들에게 한마디씩 일러주리라.[君子登高必賦 小子願者何 言其願 丘將啓汝]”라고 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참고로, 왕안석(王安石) 시에 “믿을 줄 아는 것이 대부의 재능이요, 부를 잘 짓는 것은 높은 곳에 오르는데 있다.[信知大夫才 能賦在登高]”라고 하였다.
  • 임류[臨流]  물가에 임하다. 강가에 서다.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시 신축세칠월부가환강릉야행도구(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에 “노를 치며 가을 달을 즐기다가, 강물을 앞에 두고 벗들과 이별하네.[叩枻新秋月, 臨流別友生.]”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자류마(紫騮馬)에 “물가에 이르러 건너려 하지 않는 것이, 비단장니 젖을까 아까워 그러는 것 같구나.[臨流不肯渡, 似惜錦障泥.]”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의원[意遠]  뜻이 원대함. 마음의 경지가 깊고 커침. 마음이 심원(深遠)해 짐. 참고로, 시경(詩經) 패풍(邶風) 간혜(簡兮)에 “누구를 그리워하는고? 서방의 미인이로다. 저 미인이여, 서방의 사람이로다.[云誰之思 西方美人 彼美人兮 西方之人兮]”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집전(集傳)에 “현자가 쇠한 세상의 하국에서 뜻을 얻지 못하여, 다만 성했을 때의 훌륭한 왕을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그 말이 이와 같으니, 뜻이 원대(遠大)하다.[賢者不得志於衰世之下國 而思盛際之顯王 故其言如此 而意遠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심원[深遠]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음.
  • 유원[悠遠]  아득히 멂. 거리가 멀다. 매우 오래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6장에 “그러므로 지극한 성은 잠시도 쉼이 없으니, 중단되지 않으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밖으로 징험이 나타나고, 밖으로 징험이 나타나면 길고 멀리 퍼져가고, 길고 멀리 퍼져가면 넓고 깊게 쌓이고, 넓고 깊게 쌓이면 높고 밝게 빛나는 것이다.[故至誠無息, 不息則久, 久則徵, 徵則悠遠, 悠遠則博厚, 博厚則高明.]”라고 하였다.
  • 신청[神淸]  정신(精神)이 맑음. 송(宋)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일찍이 숭산(嵩山)에서 노닐다가 저물녘에 이르러 절벽(絶壁) 위에 이끼로 쓰인 ‘신청지동(神淸之洞)’이라는 글을 발견하고 그다음 날 다시 찾아가 보니 이미 없어졌더라는 이야기가 있고, 구양수(歐陽脩)의 제정상공문(祭程相公文)에 “술에 취해 의기를 떨칠 때에는 오히려 날카로운 銳鋒을 드러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비록 노쇠하였지만 정신은 맑고 뜻은 완전하였는데, 답장이 도착하기도 전에 부고(訃告)가 먼저 문에 이르렀습니다.[酒酣氣振에 猶見鋒鍔하니 惜也雖老나 神淸志完이라 手書未復에 訃已在門이라]”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서소[舒嘯]  휘파람을 붊. 얽매임이 없이 소요하면서 느리게 휘파람을 불며 한적함을 즐김. 조용히 읊조림. 참고로,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동쪽 언덕에 올라 길이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기도 한다.[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구부[丘阜]  산보다는 조금 낮고 완만하게 비탈진 곳. 언덕. 땅이 비탈지고 조금 높은 곳.
  • 흥매[興邁]  흥취가 높아짐. 감흥이 고상해짐.
  • 고매[高邁]  인격이나 품성, 학식, 재질 따위가 높고 빼어나다. 고상하다. 많다. 고결하다. 참고로, 남제(南齊) 때의 은사(隱士) 도홍경(陶弘景)이 종형(從兄)에게 보낸 편지에 “전에 내가 나이 40세 전후에 상서랑이 되거든 즉시 관직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려고 기약했었는데, 지금 나이 36세에 비로소 봉조청이 되었고 보면 앞으로 어찌 될지 알 만하니, 일찍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昔仕宦期四十左右作尙書郞, 卽抽簪高邁, 今三十六, 方作奉朝請, 頭顱可知, 不如早去.]”라고 한 데서 보인다. <疑耀 卷4 三十六奉朝請>

【譯文】 雪夜讀書神淸,  登山眺望心曠  :  雪夜讀書,  神淸氣爽.
登上高處使人心境開曠,  面對激流使人意境悠遠  ;  在雨雪的夜晚讀書,  使人心神淸朗  ;  在山丘上放聲歌嘯,  使人興致豪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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