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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들뜨는 데서 참됨을 잃는다 [處處眞境 物物眞機] <채근담>


사람의 마음은 흔히 들뜸에서 참됨을 잃는다.

만약 하나의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

맑고 고요하게 앉아 있으면

구름이 일면 여유로이 함께 떠가고

빗방울 떨어지면 시원스레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기꺼이 서로 회통하고

꽃이 짐에 맑고 깊게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어느 곳인들 참된 경지가 아니고

어느 것인들 참된 작용이 아니겠는가.


人心多從動處失眞.  若一念不生,  澄然靜坐,
인심다종동처실진.  약일념불생,  징연정좌,
雲興而悠然共逝,  雨滴而冷然俱淸,
운흥이유연공서,  우적이냉연구청,
鳥啼而欣然有會,  花落而瀟然自得.  何地非眞境,  何物無眞機.
조제이흔연유회,  화락이소연자득.  하지비진경,  하물무진기.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동처[動處]  움직이는 곳. 바쁜 곳. 분주(奔走)한 곳.
  • 부동[浮動]  붙박여 있지 않고 떠서 움직임. 침착성 없이 마음이 들떠 움직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임. 진득하지 못하고 들뜸. 참고로, 송(宋)나라의 처사(處士) 임포(林逋)의 시 산원소매(山園小梅)에 “성긴 가지는 맑고 얕은 물 위에 비껴 있고, 은은한 향기는 황혼의 달빛 아래 부동하네.[疎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라고 한 데서 보인다. 임포는 항주(杭州) 전당(錢塘) 사람으로,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초막을 짓고는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숨어 살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일컬었다.
  • 징연[澄然]  맑은 모양. 심히 맑다. 마음에 잡념이 없다.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권2 위학(爲學)에 “밖을 그르다 하고 안을 옳다 하는 것보다는 안과 밖 양쪽을 다 잊어버리느니만 못하니, 양쪽 다 잊어버리면 맑아서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다.[與其非外而是內, 不若內外之兩忘也, 兩忘則澄然無事矣.]”라고 한 장횡거(張橫渠)의 말에서 보인다.
  • 정좌[靜坐]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로 하여 조용히 앉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단정하고 조용히 앉음. 조용히 바로앉아 마음을 가라앉힘. 무사무념(無思無念)의 상태로 앉아 있는 것. 주자(朱子)가 이르기를 “정좌(靜坐)는 무릎꿇고 앉는 것과 다리를 포개고 앉는 것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사명궁양도사식헌(司命宮楊道士息軒)에 “일없이 여기 조용히 앉았으니, 하루가 이틀 같아라. 만약 이렇게 칠십 년을 산다면, 일백사십 년을 사는 셈이리.無事此靜坐, 一日似兩日. 若活七十年, 便是百四十.]”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유연[悠然]  유유(悠悠)하여 태연(泰然)함. 침착하고 여유가 있음. 여유롭고 편안한 모양. 한적한 모양. 담박한 모양. 시름에 젖어 슬퍼하는 모양. 느릿느릿 한가로운 모양. 물의 흐름이 완만한 모양. 유연하다. 유유하다. 도잠(陶潛)의 시 음주(飮酒)에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를 따다가,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기악주가사마육장파주엄팔사군양각로오십운(寄岳州賈司馬六丈巴州嚴八使君兩閣老五十韻)에 “벗들이 모두 처지가 불리해져서, 좌천을 당하고도 둘 모두 느긋하였네.[故人俱不利 謫宦兩悠然]”라고 하였다.
  • 우적[雨滴]  방울지어 떨어지는 비. 점점이 떨어지는 빗방울. 빗방울이 떨어지다. 비가 내리다. 참고로, 남조(南朝) 시대 양(梁)나라의 시인 하손(何遜)의 시 임행여고유야별(臨行與故游夜別)에 “밤에 내리는 빗소리는 빈 섬돌 위에 떨어지고, 새벽의 등잔 빛은 여관방에 흐릿해라.[夜雨滴空階, 曉燈暗離室.]”라고 한 데서 보이고<何水部集 卷2 臨行與故游夜別>, 성당(盛唐)의 맹호연(孟浩然)이 40세에 경사(京師)에 노닐며 지은 연구시에 “옅은 구름이 은하수에 맑게 끼고, 성근 비가 오동나무 잎에 떨어지네.[微雲淡河漢, 疏雨滴梧桐.]”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냉연[冷然]  가볍고 시원시원한 모양. 경쾌하고 아름다운 모양. 시원하고 신선한 모양. 맑고 그윽하게 울리는 소리. 서늘한 모양. 서늘하여 사람의 정신을 일깨우는 것. 태도 따위가 쌀쌀한 모양. 냉담한 모양. 갑자기. 돌연. 불시에. 참고로,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열자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기를 시원스레 잘하다가 15일 후에야 돌아온다.[夫列子御風而行, 冷然善也, 旬有五日而後反.]”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흔연[欣然]  기쁘거나 반가워 기분이 좋은 모양. 좋아하는 모양. 기꺼이. 달갑게. 흔연히. 쾌히. 선뜻. 즐겁게. 유쾌하게. 참고로, 진서(晉書) 왕희지열전(王羲之列傳)에 “산음에 한 도사가 좋은 거위를 기르고 있었는데, 왕희지가 가 보고는 맘속으로 매우 좋아하여 도사에게 그 거위를 팔아 달라고 애써 요구하자, 도사가 말하기를 ‘나를 위해 도덕경(道德經)을 써 준다면 의당 거위 떼를 몽땅 들어주겠다.’고 하므로, 왕희지가 흔연히 도덕경을 다 쓰고 나서는 거위를 농에 담아 가지고 돌아가서는 매우 즐거워했다.[山陰有一道士養好鵝, 羲之往觀焉, 意甚悅, 固求市之. 道士云, ‘爲寫道德經, 當擧群相贈耳.’ 羲之欣然寫畢, 籠鵝而歸, 甚以爲樂.]”라고 한 데서 보이고,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아 지은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독서를 좋아하되 깊이 알려고 하지 않고, 매양 뜻에 맞는 대목이 있으면 기뻐하여 밥 먹는 것도 잊는다.[好讀書, 不求甚解, 每有會意, 便欣然忘食.]”라고 한 데서 보이고, 양만리(楊萬里)의 시 파초우(芭蕉雨)에 “파초는 비만 내리면 마냥 좋아서, 밤새도록 맑고 고운 소리를 내네.[芭蕉得雨便欣然, 終夜作聲淸更姸.]”라고 한 데서 보이고, 남사(南史) 권76 도홍경전(陶弘景傳)에 “그가 특히 솔바람 소리를 좋아한 나머지 정원에 온통 소나무만 심어 놓고는 그 음향을 들을 때마다 흔연히 즐거워하였다.[特愛松風, 庭院皆植松, 每聞其響, 欣然爲樂.]”라는 기록이 있다.
  • 혼연[渾然]  다른 것이 조금도 섞이지 아니한 고른 모양. 차별이나 구별이 없는 모양. 모나지도 아니하고 결점도 없는 원만한 모양. 음양(陰陽)으로 분화되기 전의 태극(太極)처럼 부족한 것이 전혀 없고 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진 혼돈(混沌) 상태를 이른다. 참고로, 논어(論語) 이인(里仁)에 “우리 도는 한 가지 이치가 만 가지 일을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하였는데, 집주에 “성인의 마음은 혼연히 한 이여서 널리 응하고 곡진히 마땅하여 용이 각기 같지 않다.[聖人之心, 渾然一理而泛應曲當, 用各不同.]”라고 한 데서 보이고, 회암집(晦庵集) 권85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畫像讚) 명도선생(明道先生)에 “봄기운처럼 따뜻하고 산처럼 우뚝 섰으며, 옥빛처럼 아름답고 종소리처럼 쟁쟁하니, 원기가 모여 혼연히 천연으로 이루었네.[揚休山立, 玉色金聲, 元氣之會, 渾然天成]”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소연[瀟然]  시원하고 깨끗한 모양. 맑고 깊은 모양. 깔끔하다. 깨끗하다.
  • 소연[昭然]  밝고 뚜렷하게. 일이나 이치(理致)에 밝음. 일이나 이치 따위가 밝고 선명(鮮明)하다. 매우 분명하다. 확연하다.
  • 소연[翛然]  아무런 걸림이 없는 모양. 매이지 않은 모양. 구속 또는 구애를 받지 않는 초탈한 모습. 사물에 사로잡히지 않음. 사물에 얽매이지 않은 모양. 자유자재한 모양. 유유자적하다. 자유롭다. 자유자재다. 아무런 구속이 없다. 마음대로이다. 활달개랑(豁達開朗). 무구무속(無拘無束). 참고로,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옛날의 진인은 생을 기뻐할 줄 모르고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라서,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아니하며 죽음을 거부하지도 아니하여 초연히 가고 초연히 올 따름이다.[古之眞人, 不知說生, 不知惡死, 其出不訢, 其入不距, 翛然而往, 翛然而來而已矣.]”라고 하였는데, 성현영(成玄英)은 소(疏)에 “소연이란 얽매이지 않은 모양이다.[翛然無繫貌也.]”라고 하였다. 또, 사마광(司馬光)의 시 관숙우우회제동사(館宿遇雨懷諸同舍)에 “때맞춰 내리는 비 무더위를 씻어내니, 새벽녘 시원함이 갇혀 있다 풀려나네.[佳雨濯煩暑, 翛然生曉凉.]”라고 하였고, 위장(韋匠)의 시 증아미산탄금이처사(贈峨嵋山彈琴李處士)에 “지금 같은 난세에 혼자서 초탈하여, 속세 떠나 살면서 부름에 응하지 않았네.[如今世亂獨翛然, 天外鴻飛招不得.]”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소연[蕭然]  텅 비어 허전한 모양. 시끄럽고 바쁜 듯한 모양. 적막하고 조용하다. 쓸쓸하고 적적하다. 텅 비어 있다. 공적하다. 고요하다. 말쑥하다. 유유하다. 한가하다. 호젓하다. 산뜻하다. 어지럽다. 뒤죽박죽이다. 적막하다. 초라하다. 조촐하다. 소연(騷然)과 같은 말로 사람들이 놀라거나 흥분하여 요란하고 떠들썩한 모양을 이른다. 참고로, 도잠(陶潛)의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좁은 방이 쓸쓸하여 바람과 햇빛도 가리지 못했다.[環堵蕭然, 不蔽風日.]”라고 하였고, 장순민(張舜民)의 시 중양(重陽)에 “국화를 한 번 보매 절로 부끄러우니, 썰렁한 단발에 시름 금할 수 없어라. 누가 오사모를 바로 씌워줄까. 홀로 서풍을 맞노라니 눈길 가득 가을이로세.[一見黃花只自羞 蕭然短髮不禁愁 誰人爲整烏紗帽 獨倚西風滿眼秋]”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왕우칭(王禹偁)의 시 청명감사(淸明感事)에 “꽃도 없고 술도 없이 청명을 지내니, 흥미 쓸쓸하기가 야승과 같아라. 어제 이웃집이 새 불을 빌러 와, 새벽 창가 독서하는 등잔 나눠 주누나.[無花無酒過淸明 興味蕭然似野僧 昨日隣家乞新火 曉窓分與讀書燈]”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회득[會得]  마음속으로 깨달아서 알아차림. 진리를 몸소 터득함. 명료하고 뚜렷하게 앎. 분명하게 이해함. 이해하다. 알게 되다. 알아차리다. 할 수 있다. 참로고, 원진(元稹)의 시 사동천가릉역(使東川嘉陵驛)에 “아무도 시절의 뜻을 알지 못하여, 마루 끝에서 하룻밤을 홀로 새웠네.[無人會得此時意, 一夜獨眠西畔廊.]”라고 하였다.
  • 회통[會通]  여럿을 모아 통하게 함.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하나로 통하게 하는 것.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서[會] 싸우는 것이 아니라 원만하게 소통[通]함. 서로 모순처럼 보이는 몇 가지의 교리를 자세히 대조하여, 실제로는 서로 모순이 없음을 밝힘. 여러 사실의 핵심을 명료하게 꿰뚫음. 언뜻 보기에 서로 모순되고 어긋나는 것 같은 여러 가지 주장을 모아 한 뜻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불경(佛經)의 어려운 뜻을 잘 통(通)하도록 해석(解釋)함. 법문(法文)의 어려운 뜻을 알기 쉽게 해석하는 일.
  • 회통[會通]  회합(會合)과 변통(變通). 회합(會合)과 유통(流通).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성인이 천하의 움직임을 보고 그 회통(會通)함을 살펴서 전례를 행하였다.[聖人有以見天下之動, 而觀其會通, 以行其典禮.]”라는 하였는데, 그 주석에 “회(會)는 이치가 모여 있는 곳이고, 통(通)은 이치가 막힘이 없는 곳이다.[會謂理之所聚處, 通謂理之無礙處.]”라고 하였다. 회통(會通)은 회합(會合)과 변통(變通)이고, 전례(典禮)는 제도(制度)와 예의(禮儀)를 말한다.
  • 자득[自得]  스스로 만족함. 스스로 얻음. 스스로 깨달아 알아냄. 스스로 터득함. 스스로 뽐내어 우쭐거림. 자기가 자기의 한 일에 대하여 갚음을 받는 일. 득의하다. 스스로 느끼다. 체득하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14장에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깊이 나아가기를 도로써 함은 자득하고자 해서이니, 자득하면 처(處)하는 것이 편안하고 처하는 것이 편안하면 자뢰(資賴)함이 깊게 되고 자뢰함이 깊으면 좌우에서 취함에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라고 하였다.
  • 터득[攄得]  깊이 생각하여 이치(理致)를 깨달아 알아내는 것. 이치를 깊이 생각하여 깨달아 알아냄.
  • 진경[眞境]  진리를 깨달은 경지. 낙토(樂土). 본바탕을 가장 잘 나타낸 참다운 경지(境地). 본바탕을 제일 잘 나타낸 참다운 지경(地境). 실지 그대로의 경계. 나라나 고을 사이에서 실지 그대로의 경계(境界). 신선이 사는 곳인 선경(仙境). 도가(道家)의 처소나 불사(佛寺) 등을 지칭하는 말.
  • 진기[眞機]  본연의 진실한 기밀이나 작용. 마음의 미묘한 활동. 천지자연(天地自然)의 참다운 활동. 사물의 진실한 본래대로의 기틀. 현묘(玄妙)한 이치 또는 도리. 마음이나 사물의 진정한 모습. 진정한 기밀. 참된 기밀. 마음속 비밀. 우주의 근본 기틀. 우주의 가장 본래적인 근본 도리는 워낙 은미하여 잘 알 수도 없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진기(真機).
  • 현기[玄機]  심오하고 미묘한 기틀. 오묘한 법칙. 깊고 묘한 이치(理致). 현묘한 이치. 도가(道家)의 말로 심오한 도리(道理)라는 뜻이다. 천기(天機).

【譯文】 何處無妙境,  何處無淨土  :  處處眞境,  物物眞機.
人的心靈大多從浮動處失去純眞,  倘若一切雜念不產生,  心底澄澈平靜端坐  ;  雲彩興起就想悠閑地共同離去,  雨點滴落猶如淸冷中心地淸醒,  飛鳥啼鳴猶如喜悅中有所領會,  花兒飄落猶如瀟爽地自在得意.  什麼地方沒有眞正妙境,  什麼事物沒有眞正玄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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