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태어날 때면 어미가 위태롭고
돈 꾸러미가 쌓이면 도둑이 엿보니
어느 기쁨인들 근심 아닌 것이 있겠으며
가난은 근검하여 절약하게 하고
병은 몸 보전에 힘쓰게 하니
어느 근심인들 기쁨 아닌 것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통달한 사람은
순경이 오든 역경이 오든 하나로 보고
기쁨이 일든 슬픔이 일든 둘 다 잊는 것이다.
子生而母危, 鏹積而盜窺, 何喜非憂也.
자생이모위, 강적이도규, 하희비우야.
貧可以節用, 病可以保身, 何憂非喜也.
빈가이절용, 병가이보신, 하우비희야.
故達人當順逆一視, 而欣戚兩忘.
고달인당순역일시, 이흔척양망.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가이[可以] ~할 수 있다. ~할 가치가 있다. ~해도 좋다. ~해도 된다.
- 절용[節用] 씀씀이를 절약함. 아껴서 씀. 비용(費用)을 적게 들임. 효경(孝經)에 “하늘의 운행을 이용하고 땅의 성질을 인하여 몸을 삼가고 쓰는 것을 절약하여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서인의 효도이다.[用天之道, 因地之利, 謹身節用, 以養父母, 此庶人之孝也.]”라 하였고, 논어(論語) 학이(學而)에 “공자께서 말씀하기를 ‘천승(千乘)의 나라를 다스리되 일을 공경히 하고 미덥게 하며 쓰기를 절도 있게 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백성을 부리기를 제 철(농한기)에 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라고 하였고, 자치통감(資治通鑑) 권11 한기3(漢紀三) 태조고황제중7년(太祖高皇帝中七年)에, 소하(蕭何)가 미앙궁(未央宮)을 화려하게 꾸민 데 대해 사마광(司馬光)이 평하면서 “천하가 안정되지 않았으면 마땅히 자기의 사욕을 극복하고 비용을 절약하여 백성들의 급선무에 발맞추어야 한다.[天下未定 當克己節用 以趨民之急]”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보신[保身] 몸을 보전(保全)함. 권력이나 권위에 빌붙어 자기의 지위나 재물만을 지키려 함.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7장에 “군자는 윗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어도 배반하지 않는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 그의 발언은 흥기(興起)시키기에 충분하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 그의 침묵은 용납받기에 충분하다. 시경(詩經)에 ‘현명한 데다가 사려가 또 깊어서 자기 몸을 보전한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한 것이라고 하겠다.[居上不驕 爲下不倍 國有道 其言足以興 國無道 其黙足以容 詩曰 旣明且哲 以保其身 其此之謂與]”라고 하였다. 시경(詩經)의 내용은 증민(烝民)에 나온다.
- 달인[達人]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 속이 넓고 호방한 사람. 사리에 통달한 사람. 활달하고 호방한 사람.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 한(漢)나라 가의(賈誼)의 복조부(鵩鳥賦)에 “작은 지혜는 스스로 사사로이 여겨서 상대는 천하게 보고 나 자신은 귀하게 여기나, 통달한 사람은 대관하여 누구에게든 불가할 게 없다네.[小智自私兮, 賤彼貴我. 達人大觀兮, 物無不可.]”라고 하였다.
- 순역[順逆] 순리(順理)와 역리(逆理)를 아울러 이르는 말. 순종과 거역을 아울러 이르는 말. 순연(順緣)과 역연(逆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 순경(順境)과 역경(逆境)을 아울러 이르는 말. 행성이 시운동(視運動)을 할 때, 지구의 공전과 같은 방향인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는 순행운동(順行運動)과 지구의 공전과 반대 방향인 동쪽에서 서쪽으로 회전하는 역행운동(逆行運動)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순경[順境] 모든 일이 순조(順調)로운 환경(環境). 모든 것이 자기에게 맞는 좋은 경계. 뜻한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 되어 가는 경우. 마음먹은 일이 뜻대로 되어가는 순조로운 환경. 모든 일이 뜻대로 잘되어 가는 경우나 형편. 순조로운 처지. 안정된 환경.
- 역경[逆境] 일이 순조롭게 되지 않는 불행한 경우나 환경.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불행한 경우나 환경. 불운한 처지. 힘들고 어려운 경계. 순경(順境)에 상대되는 말.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과 지봉집(芝峯集) 채신잡록(采薪雜錄)에 “고인이 이르기를 ‘역경은 사람을 단련시키는 것이다. 단련을 정교하게 할수록 성색이 더욱 우수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건대, 역경이란 하늘이 사람을 옥(玉) 같은 인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순(虞舜)도 역경을 만나서 위대한 효자가 되었고 주공(周公)도 역경을 만나서 위대한 충신이 되었으니, 하물며 그보다 못한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사람이 역경을 역경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다면 잘 될 것이다.[古人曰. 逆境, 所以鍛鍊乎人也. 鍛鍊愈積, 成色愈足. 余謂逆境者, 天之所以玉人于成也. 虞舜遇之爲大孝, 周公遇之爲大忠, 況下焉者乎, 人能無以逆境爲逆則善矣.]”라고 하였다. 고인(古人)이 누구인지와 출전은 알 수 없다. 성색(成色)은 금속으로 된 화폐나 기물에 함유된 금속의 순도(純度)를 의미한다.
- 일시[一視] 하나로 봄. 모두를 평등하게 보아 차별하지 않음. 차별 없이 한결같이 보는 것. 피아(彼我)의 차별이 없음. 일시(一視)는 일시동인(一視同仁)의 준말로, 평등으로 후대하며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당(唐)나라 때 한유(韓愈)의 원인(原人)에 이르기를 “그런 까닭에 성인(聖人)은 하나로 보아 똑같이 사랑하니, 가까이 있는 자를 돈독하게 하고 멀리 있는 자를 들어 쓴다.[是故聖人一視而同仁 篤近而擧遠]”라고 하였다. 즉 멀고 가까운 사람을 친함에 관계없이 똑같이 대하여 준다는 뜻으로, 성인은 누구나 평등하게 똑같이 사랑함을 말한다.
- 흔척[欣戚] 기쁨과 슬픔을 아울러 이르는 말. 기쁨과 슬픔. 참고로, 소식(蘇軾)의 묵군당기(墨君堂記)에 “세상에 권력을 잡아 남을 춥게 하고 따뜻하게 하는 자들이라도 그 기염이 또한 눈과 서리, 바람과 비가 사람의 살갗에 닿는 것처럼 간절하지는 못하다. 그런데도 선비들이 이 권력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여, 그 지키는 지조를 잃지 않는 자가 드물다.[世之能寒燠人者, 其氣焰亦未至若雪霜風雨之切於肌膚也, 而士鮮不以為欣戚喪其所守.]”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양망[兩忘] 두 가지를 다 잊음.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위에 서로 남게 되어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는데 이는 물이 마르기 전의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다. 성군 당요(唐堯)는 찬양하고 폭군 하걸(夏桀)은 비난하는 것 또한 둘 다 잊어버리고 도와 함께 변화하는 것만은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박박주(薄薄酒)에 “생전엔 부귀 누리고 사후엔 문장 남긴다 하나, 백 년이 순식간이요 만세가 하 바삐 지나가네. 백이·숙제와 도척의 이름이 모두 덧없는 것이거니, 가장 좋은 건 지금 당장에 한번 취하여, 시비와 우락을 모두 다 잊는 거로세.[生前富貴死後文章, 百年瞬息萬世忙. 夷齊盜跖俱亡羊, 不如眼前一醉, 是非憂樂都兩忘.]”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順逆一視, 欣戚兩忘.
孩子出生母親面臨危險, 鏹寶貯積盜匪乘隙窺探, 什麼喜悅不是憂患呢 ; 貧困可以促使節儉用度, 疾病可以學會保養身體, 什麼憂患不是喜悅呢. 豁達的人應當順境逆境同樣看待, 這樣喜樂和憂戚兩者一起忘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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