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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며 고해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世間皆樂 苦自心生] <채근담>


세상 사람들은 영리에 얽매여

걸핏하면 진세니 고해니 하지만

구름이 희어 산이 푸르고

냇물은 흘러도 바위는 우뚝하며

꽃이 맞이하니 새가 지저귀고

골짜기 화답에 나무꾼이 노래함은 모른다.

세상은 티끌먼지의 세상이 아니요

바다 또한 괴로움의 바다가 아니건만

저들 스스로의 마음이 티끌이고 고통인 것이다.


世人爲榮利纏縛,  動曰塵世苦海.
세인위영리전박,  동왈진세고해.
不知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笑,  谷答樵謳.
부지운백산청,  천행석립,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 海亦不苦,  彼自塵苦其心爾.
세역부진, 해역불고,  피자진고기심이.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조선 중기의 관료이자 문장가인 상촌(象村) 신흠(申欽)의 야언(野言)에 “구름이 희니 산이 더 푸르고, 시내는 흐르는데 바위는 우뚝하네. 꽃이 맞아주니 새가 노래하고, 골짜기 화답하니 나무꾼 노래하네. 온 누리 다 고요하니, 사람 마음 절로 한가하네.[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歌, 谷答樵謳. 萬境俱寂, 人心自閑.]”라고 하였다.


  • 영리[榮利]  영예(榮譽)와 이록(利祿). 세상에 드러나는 명예(名譽)와 이익(利益). 공명(功名)과 관록(官祿). 영광스러운 명예와 이익과 관록을 이른다. 참고로, 장재(張載)의 정몽(正蒙) 유덕편(有徳篇)에 “곤욕이 근심이 아니라 곤욕을 취하는 것이 근심이다.[困辱非憂 取困辱爲憂]”라고 하였고, 또 “영리가 즐거움이 아니라 영리를 잊는 것이 즐거움이다.[榮利非樂, 忘榮利爲樂.]”라고 하였고, 도연명(陶淵明)의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에 “집 주변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어 이로 인해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고 자호하였다. 한정하여 말이 적었고 영리를 사모하지 않았으며, 독서를 좋아하였으나 세세히 따지려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흔연히 밥 먹는 것을 잊었다.[宅邊有五柳樹, 因以爲號焉. 閒靜少言, 不慕榮利, 好讀書, 不求甚解, 每有會意, 欣然忘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전박[纏縛]  묶이고 속박되어 자유롭지 못한 모습. 속박하다. 동여매다. 얽어 맴. 발에 휘감겨 거치적거림. 중생을 번뇌의 세계에 묶어 두는 것. 자식과 아내를 비롯한 집안 식구로 인한 근심. 번뇌(煩惱)가 중생(衆生)의 몸과 마음을 얽어 묶어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불교에서 번뇌(煩惱)를 달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 동왈[動曰]  걸핏하면 말하기를. 말했다 하면. 흔히 말하길. 動(걸핏하면). 동첩(動輒).
  • 동첩[動輒]  툭하면. 걸핏하면. 제꺽하면. 참고로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앞으로 가도 넘어지고 뒤로 가도 자빠지며, 걸핏하면 곧 허물을 얻게 된다. 잠시 어사가 되었다가 마침내 남쪽 오랑캐 땅으로 유배되고, 삼 년 동안 박사로 있었지만 한 일 없어 치적도 볼 수 없었다. 운명이 원수와 서로 모의했으니, 실패한 적이 그 얼마이던고.[跋前疐後 動輒得咎 暫爲御史 遂竄南夷 三年博士 冗不見治 命與仇謀 取敗幾時]”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진세[塵世]  티끌세상. 정신에 고통을 주는 복잡하고 어수선한 세상. 속세(俗世). 인간세상(人間世上). 참고로, 송(宋)나라 홍매(洪邁)의 채진인사(蔡眞人詞)에 “속세에는 이 곡조를 아는 사람이 없어, 문득 황곡을 타고 요경을 날아오르니, 바람은 차고 달빛은 깨끗하구나.[塵世無人知此曲 却騎黃鵠上瑤京 風冷月華淸]”라고 하였고, 두목(杜牧)의 시 구일제산등고(九日齊山登高)에 “강은 가을 그림자 머금고 기러기 처음 날 제, 손과 함께 술병 들고 산 중턱에 올랐네. 속세에선 담소 나눌 이를 만나기 어렵거니, 국화를 모름지기 머리 가득 꽂고 돌아가리. 다만 곤드레 취하는 걸로 좋은 명절에 보답할 뿐, 높은 데 올라서 석양을 한탄할 것 없고말고. 고금 이래로 인생사가 이와 같을 뿐인데, 어찌 우산탄의 눈물로 옷깃 적실 필요 있으랴.[江涵秋影雁初飛 與客携壺上翠微 塵世難逢開口笑 菊花須揷滿頭歸 但將酩酊酬佳節 不用登臨恨落暉 古往今來只如此 牛山何必獨霑衣]”라고 하였다.
  • 고해[苦海]  고통의 바다. 고통스런 환경. 곤경. 현세(現世)의 괴로움이 깊고 끝없음을 바다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의 세계라는 뜻으로, 괴로움이 끝이 없는 인간 세상을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불가(佛家)의 말에 “고해는 끝이 없으나 머리만 돌리면 바로 거기가 언덕이다.[苦海無邊, 回頭是岸.]”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기왕의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 새로워질 것을 면려하는 말이다.
  • 초구[樵謳]  나무꾼의 노래.

【譯文】 世間皆樂,  苦自心生.
世俗之人被榮譽利祿纏繞束縛,  動輒就說  :  “俗塵世間是苦難海洋.”  不知道浮雲潔白山穀靑翠,  江川貫行岩石聳立,  花草迎春鳥鵲歌笑,  山穀應答樵夫謳歌,  人間也不盡是塵囂,  世海也不盡是苦難,  那是自己落入塵囂辛苦自己的心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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