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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에 빠지면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 [陷於不義 生不若死] <채근담>


산림에 은거하는 선비는

청고하여 초탈한 흥취가 절로 넘치고

들에서 농사짓는 사람은

거칠고 소탈하여 순수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만약 한번 절개를 굽혀 시정잡배로 떨어진다면

죽어 시체가 물구덩이에 구를지언정

정신과 육체는 오히려 맑게 사느니만 못하다.


山林之士,  淸苦而逸趣自饒.  農野之人,  鄙略而天眞渾具.
산림지사,  청고이일취자요.  농야지인,  비략이천진혼구.
若一失身市井駔儈,  不若轉死溝壑,  神骨猶淸.
약일실신시정장쾌,  불약전사구학,  신골유청.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산림[山林]  산(山)과 숲. 산(山)에 있는 숲. 수목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산이나 숲. 또는 산속의 숲. 임목(林木)과 임지(林地)를 합하여 이르는 말. 은사(隱士). 덕망(德望)과 학식(學識)이 높으나 벼슬은 하지 않고 속세를 피해 숨어사는 선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조선 중기 이후, 재야에 은거하여 학문적 권위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을 가리키는 용어. 절에서 일정(一定)한 기간(期間)을 정해 놓고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서 불법(佛法)을 공부(工夫)하는 모임.
  • 산림지사[山林之士]  산속에 은거(隱居)하는 지조 높은 선비. 산림(山林)에 묻혀 사는 군자(君子). 조선 시대에 은거한 선비 가운데 나라의 부름을 받아 특별대우를 받던 사람. 산 속에 살고 있는 선비라는 뜻으로, 산골에 살며 글이나 읽으며 지내는 초야(草野)에 사는 선비를 말한다. 학식과 덕망이 높으면서도 조정에 벼슬하지 않은 채 시골에서 글만 읽으면서 사는 선비. 그러나 이들은 조정의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산림처사(山林處士).
  • 청고[淸苦]  청백(淸白)하고 빈고(貧苦)함. 고통스럽지만 절개를 지키는 것. 성품이 청렴하여 살기가 어려움. 청렴하여 곤궁을 견디어 내는 것. 청빈(淸貧)하다. 가난하고 결백하다. 가난하고 고생스럽다.
  • 일취[逸趣]  뛰어나고 색다른 흥취(興趣). 소탈하고 꾸밈없는 정취. 세속을 벗어난 흥취. 세속을 초월한 취미(趣味). 뛰어난 흥취.
  • 비략[鄙略]  꾸밈이 없고 거침. 비루(鄙陋)하고 소략(疏略)함. 거칠고 소박함. 야비조략(野鄙粗略). 더럽고 조촐하다. 얕보고 등한히 하다.
  • 천진[天眞]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최고의 신이다. 도교에는 천진 이하 제선(諸仙)에 이르기까지 여러 등급의 신이 있다.
  • 천진[天眞]  천진난만(天眞爛漫)한 자연 그대로의 본성(本性). 세파(世波)에 젖지 않은 타고난 그대로 참되고 꾸밈이 없음. 예절이나 풍속 등에 구속되지 않는 성품.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참된 마음.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자연 그대로 깨끗하고 순진함. 선천의 정기(精氣)인 신기(腎氣)를 이르는 말. 단순, 소박, 유치한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참고로, 왕유(王維)의 시 우연작육수(偶然作六首) 주 기사(其四)에 “도잠은 세상일에 걸리는 게 없었고, 다른 어떤 것보다 술을 좋아하였네.[陶潛任天眞, 其性頗耽酒.]”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혼구[渾具]  다 구비함. 모두 구비(具備)함. 혼연구비(渾然具備).
  • 실신[失身]  실절(失節), 절개를 지키지 못함. 절개를 굽힘. 여자가 정조를 잃다. 몸에 위해(危害)를 입다. 지조를 잃다. 목숨을 잃다. 참고로,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임금이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신하를 잃게 되고, 신하가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몸을 잃게 되며, 기밀 사항이 새어 나가면 해를 당하게 된다.[君不密則失臣 臣不密則失身 機事不密則害成]”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시정[市井]  고대에 성읍(城邑) 가운데 모여서 물화를 매매하던 장소. 시장(市場)에서 장사하는 사람의 무리.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인가(人家)가 모인 거리. 시가(市街). 상인(商人). 중국(中國) 상대(上代)에 우물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 살았다는 데서 유래(由來)한다. 사기정의(史記正義)에 “옛날에는 시장이 있지 않았으므로 아침에 우물에 모여 물을 길을 때에 물건을 가지고 가서 우물가에서 사고팔다 장을 이루었기 때문에 시정(市井)이라 했다.[古者相繫於井取水有物便買, 因成市, 故雲市井.]”라고 하였다. 이것이 확대되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 거리, 도회 등을 뜻하는 말로까지 쓰이게 되었다. 관자(管子) 소광(小匡)에 “상거래는 반드시 시정에서 한다.[處商必就市井.]”라고 하였는데, 윤지장(尹知章)이 주석을 달아 “시장을 세울 때는 반드시 사방을 ‘井’자 모양으로 만들어 시정이라 했다.[立市必四方, 若造井之制, 故曰市井.]”라고 하였고, 응소(應劭)의 풍속통(風俗通)에 “고음에서는 면적 기준 15무를 정이라 하고 시장에서 교역이 이뤄지게 했으므로 시정이라 하였다.[古音以十五畝爲一井, 因爲市交易, 故稱市井.]”라고 하였다. 또 공양전(公羊傳) 선공십오년(宣公十五年)에 “십분의 일을 세금으로 걷으면 백성들이 칭송하는 노래를 지어 부른다.[什一行而頌聲作矣.]”라고 하였고, 하휴(何休)는 주석을 달아 “정전제와 같은 모양으로 시장을 만들어 사람들이 시정이라고 하였다.[因井田以爲市, 故俗語曰市井.]”라고 하였으며, 한서(漢書) 화식전서(貨殖傳序)에서는 “상인들이 물자와 잇속을 말할 때는 시정에서 했다.[商相與語財利於市井.]”라고 하였는데, 안사고(顔師古)는 주석을 달아 “무릇 시정이라 할 때 시는 교역을 하는 곳이고 정은 함께 물을 긷는 곳인데 총괄적으로 그리 한 것이다.[凡言市井者, 市交易之處. 井共汲之所, 故總而言之也.]”라고 하였다.
  • 장쾌[駔儈]  중도위. 예전에, 장판마다 돌아다니며 과일이나 나무 따위의 흥정을 붙이고 돈을 받던 사람. 거간꾼, 중개인(仲介人). 중개상인의 옛 이름이다. 시쾌(市儈)라고도 한다. 운회(韻會)에 “장(駔)은 시장에서 모이는 것을 뜻하며, 쾌(儈)는 시장 사람들을 모으는 거간꾼이다.”라고 하였으며,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중개인이 이율을 조절한다.[節駔會(儈)]”라는 구절이 있는데, 사기집해(史記集解)에 “장(駔)은 말 중개상인이다.[駔, 馬儈也]”라고 하였다. 주(注)에 “장쾌는 두 집안을 모이게 해서 물품을 교역시키는 자로, 오늘날의 탁시(度市)와 같은 것이다.[駔儈會兩家交易者, 如今之度市.]”라고 하였다. 탁시(度市)는 아상(牙商)이라는 말로, 교역(交易)을 성사시켜 주는 거간꾼을 말한다. 또, 한서(漢書) 화식전(貨殖傳) 안사고(顔師古)의 주에서는 “쾌(儈)는 두 사람을 모아놓고 교역하는 사람이다. 장(駔)은 그 우두머리이다.[儈者, 合會二家交易者; 駔者, 其首率也.]”라고 하였다.
  • 불약[不若]  ~만 같지 않다. ~만 못하다. ~에는 미치지 못한다.
  • 전사[轉死]  굴러 떨어져 죽음. 굴러 넘어져 죽음. 전사(轉死)는 ‘시체가 굴러다니다.[轉屍]’의 뜻이다. 맹자(孟子) 양혜왕 하(梁惠王 下)에 따르면 “군왕의 백성들 중 늙고 약한 이들이 죽어 ‘산골짜기에 굴러다닌다.[轉乎溝壑]’”고 하였으며, 호삼성(胡三省)은 자치통감(資治通鑑) 31의 주석에서 응소(應劭)를 인용하며 “죽어서 매장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시신이 산골짜기 가운데 굴러다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 구학[溝壑]  구렁과 계곡(溪谷). 땅이 움쑥하게 팬 곳. 깊이 빠진 곳. 도랑과 골짜기. 떠돌다가 객사한 장소나 곤궁한 처지. 죽어서 관곽이 없이 제대로 묻히지 못하는 상황. 구학(溝壑)은 시궁창과 산골짜기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는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또는 죽어서 시체가 도랑이나 골짜기에 버려지는 의미로 쓰인다. 해자(垓字)를 이르기도 한다. 인공(人工)으로 성곽의 둘레를 파서 만든 도랑으로, 성곽의 방어용으로 쓴다. 호성하(護城河)라고도 한다. 참고로, 맹자(孟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 “백성의 부모가 되어서 백성들로 하여금 한스럽게 보아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해도 그 부모를 봉양할 수 없게 하고, 또 빚을 내어 보태어서 세금을 내게 하여 늙은이와 어린아이의 시신이 구렁에 굴러다니게 한다면, 백성의 부모라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爲民父母 使民盻盻然將終歲勤動 不得以養其父母 又稱貸而益之 使老稚轉乎溝壑 惡在其爲民父母也]”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춘추 시대에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원유(苑囿)를 관리하는 우인(虞人)을 부르면서 예에 어긋나게 하였으므로 우인이 가지 않자 경공이 죽이려고 했는데, 공자(孔子)가 이를 탄미하여 “지사는 곤궁하게 살다가 죽어서 구학에 버려질 것을 잊지 않고, 용사는 싸우다가 그 머리를 잃을 것을 잊지 않는다.[志士不忘在溝壑 勇士不忘喪其元]”라고 하였다. 또, 순자(荀子) 영욕(榮辱)에 “이런 사람은 얼어 죽고 굶어 죽게 됨을 면치 못하니, 동냥 바가지와 동냥자루를 쥔 채 도랑에서 굶어 죽은 시체가 될 것이다.[是其所以不免於凍餓, 操瓢囊爲溝壑中瘠者也.]”라고 하였고, 설원(說苑) 입절(立節)에 “내가 듣기에, 남에게 마구 물건을 줄 바에야 차라리 구렁텅이에 버리느니만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내 비록 가난하나, 차마 내 몸이 구렁텅이 역할을 하는 짓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감히 받지 않는 것입니다.[急聞之, 妄與不如棄物於溝壑, 急雖貧也, 不忍以身爲溝壑, 是以不敢當也.]”라고 하였고,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취시가(醉時歌)에 “다만 고아한 노래에 귀신 있음을 알 뿐, 굶어 죽어 산골짜기에 버려짐이야 어이 알랴.[但覺高歌有鬼神 焉知餓死塡溝壑]”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전사구학[轉死溝壑]  죽어 시신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불행한 상황을 표현하는 말. 구렁에서 뒹굴다가 죽음. 도랑이나 골짜기에 굴러 떨어져 죽음. 죽어 시체가 골짜기에 굴러다님. 죽어서 자신의 시체가 도랑이나 골짜기에 버림받는 일. 굶어죽은 시체가 도랑에 떨어져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상황. 전사(轉死)는 ‘시체가 굴러다니다.[轉屍]’의 뜻이다. 등 문공(滕文公)이 맹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대해 묻자, 맹자가 백성들에게는 먼저 항산(恒産)이 있어야 함을 말하고 이어서 올바른 전제(田制)와 조세 제도를 설명한 후 “백성의 부모가 되어서 백성이 한스럽게 장차 1년 내내 부지런히 일해도 그 부모를 봉양할 수 없게 만들고, 또 빚을 내어 이를 보태 세금을 내게 하여 늙은이와 어린아이가 골짜기에서 전전하게 한다면 어디에서 백성의 부모라 할 수 있겠습니까.[爲民父母, 使民盻盻然將終歲勤動, 不得以養其父母, 又稱貸而益之, 使老稚轉乎溝壑, 惡在其爲民父母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孟子 滕文公上>
  • 신골[神骨]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 심신(心身). 혼과 몸. 신운(神韻)과 풍골(風骨). 신운풍골(神韻風骨) 즉 운치와 기상을 가리킨다.
  • 신운[神韻]  예술 작품 속에 표현된 작가의 정신과 운치. 신비롭고 고상한 운치. 문예에 있어 신묘(神妙)한 운치(韻致)를 뜻하는 말로 청나라 왕사정(王士禎)이 신운설(神韻說)을 내세웠는데, 청원(淸遠), 충담(沖澹), 공적(空寂), 초일(超逸)의 풍격을 강조하였다. 왕사정(王士禎)이 엄우(嚴羽)의 창랑시화(滄浪詩話)에서 개념을 끌어내어, 선가(禪家)에서 이른 오경(悟境)에 시가(詩家)에서 일컫는 화경(化境)을 비유하여 시선일치(詩禪一致)를 말한 것에서 비롯하여 청대의 대표적인 비평 용어가 되었다. 신운(神韻)의 뜻을 풀어보면 신비스러우며 고아(高雅)한 운치(韻致), 즉 고상한 품격(品格)에서 나타나는 풍치(風致)나 멋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인품에 대한 경우에는 수일(秀逸)한 기개(氣慨)를, 예술에 대한 경우에는 고상한 풍미(風味)를 뜻한다. 중국 당대(唐大)의 시인 사공도(司空圖)는 논시(論時)에서 “음식에는 신맛과 짠맛이 없으면 안 된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맛은 시거나 짠맛만이 아닌 ‘맛 밖의 맛’에 있으며 그 ‘맛 밖의 맛’이라는 것이 바로 신운이다.[飮食不可無酸離, 而其美味常在於酸醎之外. 酸醎之外者何? 味外味也. 味外味者, 神韻也]”라고 설명하기도 하였다.
  • 풍골[風骨]  풍채(風采)와 골격(骨格). 기풍(氣風). 풍골이란 본디 위진(魏晋)·남조(南朝) 시대에 인물을 품평할 때 쓰이던 말이다. 예컨대 풍자특수(風姿特秀)·풍신청령(風神淸令)·풍기고량(風氣高亮) 등의 평어들은 모두 그 인물의 정신과 기질, 의태(儀態)·풍도(風度)가 청준상랑(淸俊爽朗)하여 비루한 세속 풍정에 물들지 아니한 기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 때 풍(風)은 대개 빼어난(超逸) 기질의 개념으로, 골(骨)은 영특한 기질(靈氣)이란 별개의 개념으로 쓰였으나, 둘이 분별되어서는 완미할 수 없다. 곧 초일한 기질 없이 준수하다고만 해서 골이 있다 할 수 없고, 영기 없이 풍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남조(南朝) 양(梁)나라 유협(劉勰)의 문심조룡(文心雕龍) 권28 풍골(風骨)에 “서글픈 정서를 서술함은 반드시 풍에서 시작하고, 읊조리며 글을 짓는 것은 무엇보다도 골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글에서 골이 필요한 것은 마치 인체에서 골격이 형성되는 것과 같고, 정서가 풍을 함유하는 것은 마치 형해가 정기를 함유한 것과 같다. 말을 엮음이 바르고 곧으면 시문의 골이 이루어지고, 작자의 의기가 빼어나고 장쾌하면 시문의 풍이 맑아진다.[怊悵述情, 必始乎風; 沈吟鋪辭, 莫先于骨. 故辭之待骨, 如體之樹骸; 情之含風, 猶形之包氣. 結言瑞直, 則文骨成焉; 意氣駿爽, 則文風淸焉.]”라고 하였고, 위서(魏書) 권82 조형전(祖瑩傳)에 “문장은 모름지기 자신의 틀에서 나와 일가의 풍골을 이루어야 한다. 어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으리오.[文章須自出機杼, 成一家風骨, 何能共人同生活也.]”라고 하였고, 명(明)나라 왕세정(王世貞)의 엄주속고(弇州續稿) 권154 제섭교수문(祭葉教授文)에 “옹의 풍골은, 학처럼 청수하고 솔처럼 꼿꼿하며, 옹의 흉금은, 뛰노는 물고기와 높이 나는 솔개라오.[翁之風骨, 鶴癯松堅. 翁之襟懐, 躍魚戾鳶.]”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陷於不義,  生不若死.
隱逸山林的人,  淸貧困苦而超逸脫俗的情趣自我富足  ;  農村田野的人,  才華低劣而樸實純眞的天性渾然具備.  如果一旦失去控制置身於市井交易之中,  還不如棄屍於山溝水渠神韻風骨仍然淸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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