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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움에는 해로움이 따르니, 일 없음이 복이다 [利害世常 無事爲福] <채근담>


일 하나 일어나면 해로움 하나 생겨나니

세상사는 항상 일 없음이 복이 된다.

읽어본 옛사람의 시에 이르기를

“그대여 봉후의 일일랑 말하지 마시게, 한 장수의 공을 위해 만인의 뼈가 마른다네.”

또, 다른 이가 이르기를

“천하만사 항상 평안하게 할 수 있다면, 천년을 갑 속에 죽어지내도 아깝지 않으리.”

이러한 데에 생각이 미치면

비록 웅대한 뜻과 용맹한 기개가 있더라도

모르는 사이 얼음과 싸락눈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一事起則一害生,  故天下常以無事爲福.
일사기즉일해생,  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 :  “勸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
독전인시운 :  “권군막화봉후사,  일장공성만골고.”
又云 :  “天下常令萬事平,  匣中不惜千年死.”
우운 :  “천하상영만사평,  갑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  不覺化爲冰霰矣.
수유웅심맹기,  불각화위빙산의.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무사[無事]  아무 일도 없음. 아무런 탈이 없음. 장애가 없음. 걱정이 없음. 사고가 없어서 편안함.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음. 특별한 일없이 한가한 때. 무심(無心), 무구(無求)와 함께 선종(禪宗)에서 강조하는 삶의 태도 중의 하나. 참고로, 송(宋)나라 소식(蘇軾)이 신종(神宗)이 승하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은 시인 귀의흥류제서죽사(歸宜興留題西竹寺)에 “이 인생 다행히도 무사한 때를 만났는데 금년엔 잇따라 큰 풍년을 만났구나. 절에서 돌아와 좋은 소식을 들으니 들꽃과 지저귀는 새도 흔연히 기뻐하네.[此生幸得都無事, 今歲仍逢大有年. 山寺歸來聞好語, 野花啼鳥亦欣然.]”라고 하였고, 또, 동파전집(東坡全集) 권100의 약송(藥誦)에 “거사가 노래하여 답하기를 ‘일 없는 일을 일삼으면 모든 일이 다스려지고, 맛없는 맛을 음미하면 오미가 갖추어 지네’라고 하였다.[居士則歌以答之曰 : 事無事之事, 百事治兮; 味無味之味, 五味備兮.]”라고 한 데에서 보인다.
  • 전인[前人]  당나라 때의 조송(曹松)을 이른다. 조송(曹松)의 시 기해세(己亥歲에 “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으니, 백성들이 무슨 수로 즐거이 나무하고 풀을 베리. 그대여 봉작되는 것에 대해 말을 마라, 한 장수가 공 이루면 만 해골이 말라 가니.[澤國江山入戰圖, 生民何計樂樵蘇. 憑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라고 하였다. 이는 전쟁을 벌여 한 장수가 큰 공훈을 세우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병졸들의 희생이 따른다는 뜻으로, 싸우다 죽은 병졸들의 뼈가 묻히지도 못한 채 전쟁터에서 말라 뒹군다는 것이다.
  • 봉후사[封侯事]  공을 세워 제후(諸侯)에 봉(封)해지는 일. 전쟁에서 공을 세워 출세하는 것. 예전에, 장수가 전공(戰功)을 이루면 후(侯)로 봉(封)하였다.
  • 봉후[封侯]  제후(諸侯)를 봉함. 천자(天子)에게 조공(朝貢)을 하는 작은 나라의 임금. 제후(諸侯). 후한(後漢)의 명장 반초(班超)가 젊었을 때 집이 가난하여 항상 글씨를 써 주는 품팔이 생활을 하다가, 한 번은 붓을 던지면서 말하기를 “대장부가 별다른 지략이 없다면, 부개자나 장건이라도 본받아서 이역에 나아가 공을 세워 봉후가 되어야지, 어찌 오래도록 필연 사이에만 종사할 수 있겠는가.[大丈夫無他志略, 猶當效傅介子張騫, 立功異域, 以取封侯, 安能久事筆硏閒乎.]”라고 하더니, 뒤에 과연 절부(節符)를 쥐고 서역(西域)에 나아가 공을 세워서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진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卷77 班超列傳>
  • 갑중[匣中]  갑(匣)의 속. 물건을 담는 작은 상자의 속. 명대(明代) 유윤문(俞允文)의 시 보검편(寶劍篇)에 “천하가 항상 평화롭게 할 수 있다면, 갑 속에서 천년을 죽어지내도 아깝지 않네.[天下常令萬事平, 匣中不惜千年死.]”라고 하였고, 당나라 이하(李賀)의 시 춘방정자검자가(春坊正字劍子歌)에 “선배의 칼집 속의 삼척수는, 일찍이 오 연못에 들어가서 용자를 베었다네.[先輩匣中三尺水, 曾入吳潭斬龍子.]”라고 한 데서 보인다. 삼척수(三尺水)는 검(劍)을 가리키는말로, 좋은 칼의 빛이 가을 물 같다 해서 생긴 이름이다.
  • 웅심[雄心]  웅장(雄壯)한 마음. 웅대한 뜻. 웅장한 뜻. 웅지(雄志)
  • 맹기[猛氣]  매우 사나운 기질(氣質). 매우 사나운 기세. 맹렬한 기세. 용맹스러움.
  • 빙산[冰霰]  얼음과 싸락눈.

【譯文】 利害乃世之常,  不若無事為福  :  利害世常,  無事爲福.
一件事情發生就有一種傷害產生,  所以天下人常常以爲沒有事情就是福分,  讀前人詩句說 :  “奉勸大家不要談論封拜侯爵的事,  一個將軍功勳成就千萬屍骨枯朽.”  又說 :  “天底下能常常使得萬般事情太平,  劍匣中寶劍封存千年也在所不惜”.  讀了這樣的詩句,  雖然擁有偉大抱負和勇猛氣概,  不禁深深感覺融化冰雪般冷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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