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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온화하면 어디서나 봄바람이 분다 [滿腔和氣 隨地春風] <채근담>


계절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정의 뜨거움과 싸늘함은 없애기 어렵다.

인생의 뜨거움과 싸늘함은 없애기 쉬워도

내 마음의 얼음과 숯은 없애기 어렵다.

가슴속의 갈등을 버리기만 한다면

가슴 속이 화기로 가득 차서

어디를 가나 저절로 봄바람이 불 것이다.


天運之寒暑易避,  人生之炎涼難除.
천운지한서이피,  인생지염량난제.
人生之炎涼易除,  吾心之冰炭難去.
인생지염량이제,  오심지빙탄난거.
去得此中之冰炭,  則滿腔皆和氣,  自隨地有春風矣.
거득차중지빙탄,  즉만강개화기,  자수지유춘풍의.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천운[天運]  하늘이 정(定)한 운명(運命). 매우 다행스러운 운수(運數).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몹시 다행한 운수. 하늘이 정한 운수. 천지의 운행. 기후의 운행.
  • 한서[寒暑]  추위와 더위. 겨울과 여름. 절기(節氣). 참고로, 장화(張華)의 시 여지(勵志)에 “사계절 기운이 빽빽하게 들어차, 추위와 더위가 돌고 돌아가네.[四氣鱗次 寒暑環周]”라고 하였고, 안연지(顔延之)의 시 추호(秋胡)에 “누구라서 추위와 더위가 머물 것을 알겠으며, 순간으로 어떻게 번성과 쇠미를 보겠는가.[孰知寒暑積, 僶俛見榮枯.]”라고 하였고, 왕적(王績)의 취향기(醉鄕記)에 “취향의 날씨는 항상 온화하고 평온하며, 밤과 낮이나 춥고 더움을 느끼지 못한다.[其氣和平一揆 無晦明寒暑]”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염량[炎涼]  더위와 서늘함. 더위와 추위. 세력의 성함과 쇠약함. 대하는 사람의 처지에 따른 태도의 따뜻함과 냉담함. 인정의 후함과 박함. 세태를 판단하고 선악과 시비를 분별하는 슬기. 정세나 이익 등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 염량(炎涼)은 ‘더위와 추위’로 해석되지만, ‘세력간의 성쇠’를 말한다. 이른바 염량세태(炎涼世態)로 권세의 유무(有無)에 따라 권력이 성했을 때는 아첨하면서 붙고, 권력을 잃으면 푸대접하여 차별하는 매우 속된 경향을 두고 표현하는 말이다. 참고로, 비당신(費唐臣)의 폄황주(貶黃州)에 “지금 세상의 정리가 이와 같으니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것 역시 시절의 추세라고 할 수가 있다.[如今世情皆如此, 炎凉趨避, 亦時勢之自然.]”라고 하였다. 凉은 涼과 같다.
  • 빙탄[氷炭]  빙탄(冰炭)은 얼음과 숯으로 상반(相反)되어 서로 용납할 수 없는 관계를 의미한다. 가슴속에서 격렬하게 일어나는 온갖 갈등과 번뇌. 상반(相反)되어서 상용(相容)할 수 없는 관계. 서로 정반대가 되어 조화되지 못하는 사물이나 관계. 군자와 소인이 함께 할 수 없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잡시(雜詩)에 “어찌 당세의 선비가, 가슴속에 빙탄이 가득한 것과 같으리오.[孰若當世士 氷炭滿懷抱]”라고 하였고, 한유(韓愈)의 시 청영사탄금(聽潁師彈琴)에 “영사여 그대는 거문고 솜씨 참으로 능하거니, 빙탄을 내 창자에 놓지 말지어다.[潁乎爾誠能 無以氷炭置我腸]”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에 “일이 만약 잘못되면 반드시 형벌을 받을 것이요, 일이 잘 된다고 해도 틀림없이 병들게 될 것입니다. 성사되든 안 되든 후환이 없는 자는 오직 덕이 있는 자만이 가능한 일입니다.[事若不成, 則必有人道之患, 事若成, 則必有陰陽之患, 若成若不成, 而無後患者, 唯有德者能之.]”라고 하였는데, 이 글에 대한 곽상(郭象)의 주(注)에 “인도의 근심은 비록 없어지더라도 기쁨과 두려움의 감정이 가슴속에서 싸우는데, 이는 원래 인간의 오장 속에 얼음과 숯이 한데 엉겨 있기 때문이다.[人患雖去, 然喜懼戰於胸中, 固已結冰炭於五臟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만강[滿腔]  마음속에 가득 참. 창자 가득. 마음과 몸에 가득 찬 상태. 가슴속에 가득 차다. 가득 차다. 참고로, 맹자집주(孟子集註) 공손추상(公孫丑上)에 “몸속에 가득한 것이 측은지심이다.[滿腔子是惻隱之心]”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정호(鄭顥)가 “온 몸에 봄날의 화기가 가득 차 있다.[滿腔子都是春意]”라고 한 데서 보인다. 강자(腔子)는 구각(軀殼)으로, 몸속을 이르는 말이다.
  • 화기[和氣]  인자하고 환한 얼굴빛. 사이좋게 정다운 분위기. 따뜻하고 화창(和暢)한 날씨. 온화(溫和)한 기색(氣色). 화목(和睦)한 분위기(雰圍氣). 생기 있는 기색. 온화하다. 부드럽다. 상냥하다. 한서(漢書) 권36 초원왕유교전(楚元王劉交傳)에 “화평한 기운[和氣]은 상서로움을 부르고 어긋난 기운[乖氣]은 재이를 부르니, 상서로움이 많으면 그 나라가 안정되고 재이가 많으면 그 나라가 위태로우니, 이는 천지에 변하지 않는 법칙이고 고금에 두루 적용되는 이치이다.[和氣致祥 乖氣致異 祥多者其國安 異衆者其國危 天地之常經 古今之通義也]”라고 하였다. 또,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장에 “기뻐하고 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정이 발하지 않은 것을 중이라 이르고, 발하여 모두 절도에 맞는 것을 화라 이른다. 중이란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란 것은 천하의 공통된 도이다.[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 發而皆中節謂之和, 中也者. 天下之大本也; 和也者, 天下之達道也.]”라고 하였는데, 주희의 주에 “이는 성정의 덕을 말씀하여 도를 떠날 수 없는 뜻을 밝힌 것이다.[此言性情之德, 以明道不可離之意.]”라고 하였다.
  • 수지[隨地]  가는 곳에 따라. 가는 곳마다. 어디서나. 아무데나.
  • 춘풍[春風]  봄바람. 봄철에 불어오는 바람. 봄철에 부는 따뜻한 바람. 온화한 인품을 이르기도 한다. 참고로,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에 “봄바람에 도리화가 피는 밤이요,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지는 때로다.[春風桃李花開夜, 秋雨梧桐葉落時.]”라고 하였고, 북송의 학자 주광정(朱光庭)이 일찍이 명도(明道) 정호(程顥)를 만나보고 돌아와서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봄바람 속에 한 달 동안 앉아 있었다.[光庭在春風中坐了一月.]”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滿腔和氣,  隨地春風.
天體運轉的寒冷暑熱容易躲避,  人情世態的炎涼冷暖難以消除  ;  人情世態的炎涼冷暖容易消除,  我們內心的恩仇怨恨難以排除.  去除了這心中的恩仇怨恨,  就能心中充滿祥和之氣,  自然到處都有和惠的春風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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