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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 있으면서 속세를 벗어나는 방법 [入塵不染 縱橫自在] <채근담>


세상의 태도는 따듯하고 냉담함이 있지만

나는 화내거나 좋아함이 없고

세상의 재미는 깊음과 심심함이 있지만

나는 기뻐하거나 싫어함이 없다.

조금도 통속적인 인정의 틀에 빠져들지 않으면

그것이 곧 속세에서 속세를 벗어나는 수단이 된다.


世態有炎涼,  而我無嗔喜.  世味有濃淡,  而我無欣厭.
세태유염량,  이아무진희.  세미유농담,  이아무흔염.
一毫不落世情窠臼,  便是一在世出世法也.
일호불락세정과구,  변시일재세출세법야.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세태[世態]  세상(世上)의 돌아가는 형편(形便). 사람들의 일상이나 문화에서 보이는 세상의 상태와 형편. 사람들의 일상생활, 풍습 따위에서 보이는 세상의 상태나 형편.
  • 염량[炎涼]  더위와 서늘함. 더위와 추위. 세력의 성함과 쇠약함. 대하는 사람의 처지에 따른 태도의 따뜻함과 냉담함. 인정의 후함과 박함. 세태를 판단하고 선악과 시비를 분별하는 슬기. 정세나 이익 등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태도. 염량(炎涼)은 ‘더위와 추위’로 해석되지만, ‘세력간의 성쇠’를 말한다. 이른바 염량세태(炎涼世態)로 권세의 유무(有無)에 따라 권력이 성했을 때는 아첨하면서 붙고, 권력을 잃으면 푸대접하여 차별하는 매우 속된 경향을 두고 표현하는 말이다. 참고로, 비당신(費唐臣)의 폄황주(貶黃州)에 “지금 세상의 정리가 이와 같으니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것 역시 시절의 추세라고 할 수가 있다.[如今世情皆如此, 炎凉趨避, 亦時勢之自然.]”라고 하였다. 凉은 涼과 같다.
  • 냉담[冷淡]  태도가 차갑고 무관심함. 태도나 마음씨가 동정심 없이 차가움. 어떤 대상에 흥미나 관심을 보이지 않음.
  • 진희[嗔喜]  성내는 것과 기뻐하는 것.
  • 세미[世味]  세상맛. 세상의 달고 쓴 맛. 사람 사는 세상의 정리. 사람이 세상(世上)을 살아가며 겪는 온갖 경험(經驗). 세상살이에서 겪고 느끼게 되는 괴로움이나 즐거움 따위의 세상사는 재미. 공명을 이루어 벼슬을 하고 싶은 마음. 참고로, 송(宋)나라 육유(陸游)의 시 임안춘우초제(臨按春雨初霽)에 “세상사는 맛은 해 바뀔수록 깁처럼 얇아지는데, 누가 말 타고 서울에 와 나그네가 되게 하였나.[世味年來薄似紗, 誰令騎馬客京華.]”라고 하였고, 한유(韓愈)의 시 시상(示爽)에 “나는 늙어 사는 재미 엷어졌지만, 구습에 젖어 그대로 눌러앉아서. 얼굴 두껍게 백관 속에 보태졌으니, 그 자체가 어찌 잘못 아니겠느냐.[吾老世味薄, 因循致留連. 强顔班行內, 何實非罪愆.]”라고 하였다.
  • 농담[濃淡]  짙음과 옅음. 용액 따위의 진함과 묽음. 또는 그런 정도. 색채나 명암 따위의 짙고 옅은 정도.
  • 흔염[欣厭]  기뻐하고 싫어함.
  • 세정[世情]  세태와 인정. 세속(世俗)에 관한 마음. 세상의 사정이나 형편. 세상 사람들의 인심. 사회상황. 세상물정. 세력과 이끗에 따라 쏠리는 세속의 정으로 자신의 지조를 지키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참고로, 당(唐)나라 고적(高適)의 시 봉구현(封丘縣)에 “생계는 남쪽 이랑의 밭이 있어야 하겠지만, 세정은 동으로 흐르는 물에 부쳤어라.[生事應須南畝田, 世情付與東流水.]”라고 하였고,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시 신축세칠월부가환강릉야행도구작(辛丑歲七月赴假還江陵夜行塗口作)에 “시서는 오랜 우호가 돈독하고, 임원엔 세속의 정이 없다네.[詩書敦宿好, 林園無世情.]”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과구[窠臼]  형식과 규범에 얽매임. 일정한 형식. 상투(常套)적인 격식. 틀에 박힌 절차나 행동. 문장이나 예술 작품 따위의 기존 격식. 정형화된 패턴. 시문에 있어서 스스로 생각하여 짓는 것이 아니고 다만 이미 정해진 일상적 투식을 답습하는 것.
  • 낙구[落臼]  고정된 틀에 몰입하여 헤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불락과구(不落窠臼: 문장 등이 독창적인 풍격을 이루다. 낡은 틀에 얽매이지 않다.).
  • 낙구[落臼]  절구[臼]에 떨어진다[落]는 말로 백발백중(百發百中), 틀림없는 결과의 뜻을 나타낸다. 추문락구(推門落臼: 문을 여닫을 적에 수돌쩌귀가 암돌쩌귀를 벗어나지 않고 자유롭게 열리고 닫히는 상태).
  • 변시[便是]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곧. 다른 것이 없이 곧.
  • 재세출세법[在世出世法]  속세에 있으면서 속세를 벗어나는 방법.

【譯文】 入塵不染,  縱橫自在.
世俗的情態有炎熱涼薄,  而我沒有瞋恨喜悅  ;  入世的滋味有濃烈淡薄,  而我沒有欣喜厭惡.  一絲一毫不落入世態人情的腔窠科臼,  就是一種活在人世又超脫人世的方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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