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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에 따라 만물에 맡겨야 긴고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채근담>


인심에는 떼어낼 수 없는 띠가 하나 있어

기러기 털 같아 보여도 무겁기가 태산 같으니

만물은 만물에 맡겨야 함을 분명히 터득해야

요임금과 순임금이 왕위를 선양한 것도

석 잔 술을 양보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고

탕왕과 무왕이 폭군을 주벌한 것도

사실상 한판의 바둑이라 여길 수 있게 된다.


人心一有粘帶,  便鴻毛重若泰山.
인심일유점대,  편홍모중약태산.
唯因物付物,  洒然自得,
유인물부물,  쇄연자득,
則堯舜遜讓不過三杯酒,  湯武征誅真是一局棋矣.
즉요순손양불과삼배주,  탕무정주진시일국기의.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점대[粘帶]  몸에 달라붙어 풀어놓거나 떼어낼 수 없는 띠로 집요한 욕망의 고통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 긴고아[緊箍兒]  긴고아(緊箍兒)는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손오공(孫悟空)의 이마에 둘린, 손오공이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머리테이다. 긴고아(緊箍兒)의 긴(緊)은 조인다, 고(箍)는 둥근 테를 의미하며 아(兒)는 일종의 애칭이다. 긴고아는 삼장법사의 주문에 따라 손오공의 머리를 조여 손오공이 삼장법사의 말에 순종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 홍모[鴻毛]  기러기의 털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볍고 경미한 사물이나 무가치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마천(司馬遷)의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에 “사람은 누구나 한번 죽지만,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이 있고, 깃털보다 가벼운 죽음도 있으니, 이는 그 쓰이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人固有一死 或重於泰山 或輕於鴻毛 用之所趨異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경행록(景行錄)에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기 때문에 명분과 절의를 태산보다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정밀하기 때문에 죽고 사는 것을 기러기 털보다 가볍게 여긴다.[大丈夫 見善明 故重名節於泰山 用心精 故輕死生於鴻毛]”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인물부물[因物付物]  사물에 따라 사물을 맡김. 외물에 따르고 외물에 맡겨 둠. 사물의 본래 상태에 순응하여 사물을 바라보고 거기에 어떤 조작도 가하지 않음. 사물의 실정을 존중함.
  • 쇄연[洒然]  灑然(쇄연). 거침없이. 상쾌히. 괴이하게 여겨 놀라는 모양. 깜짝 놀라는 모양. 깨끗한 모양. 기분 좋다. 후련하다.
  • 자득[自得]  스스로 만족함. 스스로 얻음. 스스로 깨달아 알아냄. 스스로 터득함. 스스로 뽐내어 우쭐거림. 자기가 자기의 한 일에 대하여 갚음을 받는 일. 득의하다. 스스로 느끼다. 체득하다. 스스로 만족하다. 마음에서 도리를 깨닫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14장에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깊이 나아가기를 도로써 함은 자득하고자 해서이니, 자득하면 처(處)하는 것이 편안하고 처하는 것이 편안하면 자뢰(資賴)함이 깊게 되고 자뢰함이 깊으면 좌우에서 취함에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라고 하였다.
  • 요순[堯舜]  고대(古代) 중국(中國)의 요(堯)임금과 순(舜)임금을 아울러 이르는 말. 천하를 공으로 여겨 어진 이에게 선양(禪讓)하였다. 요임금은 중국 고대 전설상의 성제(聖帝)이다. 오제(五帝)의 한사람으로 백성이 잘 따라 평화로웠다고 하며, 순 역시 요의 뒤를 이어 선정(善政)을 베푼 임금이다. 요순 두 임금은 서로 제왕의 자리를 사양하다가 왕위에 오른 뒤에는 태평성대를 이룬 제왕의 모범으로서 받들어지고 있다. 참고로,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요순은 인의(仁義)의 성품을 타고났고, 탕왕과 무왕은 몸에 익혔고, 춘추 오패는 차용하였다. 오래도록 차용하고서 반환하지 않았으니,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堯舜性之也 湯武身之也 五覇假之也 久假而不歸 烏知其非有也]”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황제와 요순은 의상을 드리운 채 편안히 앉아 있었으나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黃帝堯舜 垂衣裳而天下治]”라고 하였다.
  • 손양[遜讓]  겸손함과 사양함을 아울러 이르는 말. 겸손(謙遜)하여 사양(辭讓)함. 참고로, 시경(詩經) 소아(小雅) 각궁(角弓)에 “작위(爵位)를 받고 사양하지 아니하니 망함에 이를 따름이로다.”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해 주희(朱熹)의 집전(集傳)에 “형제간에 서로 원망하고 서로 참소하여 작위를 취하여 사양할 줄을 알지 못하니, 끝내 또한 반드시 망할 뿐이다.[兄弟相怨相讒, 以取爵位而不知遜讓, 終亦必亡而已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선양[禪讓]  덕망이 있는 인물에게 제위를 물려줌. 혈통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줌. 임금이 살아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왕위를 물려 줌. 유교의 이상적인 정권 교체 방식으로, 천자(天子)가 제위(帝位)를 유덕자(有德者)에게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곧 요(堯)·순(舜)·우(禹) 사이에 행해진 정권의 이양을 말하는 것으로, 유교 정치의 모범이 되었다. 선(禪)은 봉선(封禪)의 뜻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 천의(天意)를 묻고 하늘에 고함을 말하는 것으로, 후에 천위(天位)를 수수(授受)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 삼배주[三杯酒]  석 잔 술. 소옹(邵雍)의 시 수미음(首尾吟)에 “요순이 서로 사양한 것은 석 잔 술이고, 탕무가 싸운 것은 한 판 바둑이다.[唐虞揖讓三盃酒, 湯武交爭一局棋.]”라고 하였는데, 이 시는 천자의 지위를 선양한 요순의 겸손한 기상을 말한 시라고 한다.
  • 탕무[湯武]  폭군을 정벌하여 내쫓고 왕이 된 상탕(商湯)과 주 무왕(周武王). 상(商: 은殷)나라 개국 군주 탕(湯)임금과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을 이른다. 탕(湯)은 곧 성탕(成湯: 무공武功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성탕이라 함)인데 성은 자(子), 이름은 이(履)이다. 탕(湯)은 호(號), 또는 시호(諡號)라고도 한다. 무(武)는 무왕(武王)인데 문왕(文王)의 아들로서 성은 희(姬), 이름은 발(發)이다. 탕왕(湯王)은 하(夏)나라의 걸왕(傑王)을 추방[湯放桀]하고 은(殷)나라를 세웠고, 무왕(武王)은 은(殷)나라의 주왕(紂王)을 토벌[武王伐紂]하고 주(周)나라를 세워 유가(儒家)의 성군(聖君)으로 추앙되었다. 참고로, 맹자(孟子) 이루상(離婁上)에 “못을 위하여 고기를 몰아주는 것은 수달이고, 나무숲을 위하여 참새를 몰아주는 것은 새매이고, 탕 임금과 무왕을 위하여 백성을 몰아 준 자는 걸왕과 주왕이다.[爲淵敺魚者, 獺也; 爲叢敺爵者, 鸇也; 爲湯武敺民者, 桀與紂也.]”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요순은 인의(仁義)의 성품을 타고났고, 탕왕과 무왕은 몸에 익혔고, 춘추 오패는 차용하였다. 오래도록 차용하고서 반환하지 않았으니, 자기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이 어떻게 알았겠는가.[堯舜性之也 湯武身之也 五覇假之也 久假而不歸 烏知其非有也]”라고 하였다.
  • 정주[征誅]  폭군에 대한 무력적 징벌. 정벌하고 주살함. 정벌하여 죽임. 정벌하여 주륙함. 참고로, 논어집주(論語集註) 팔일(八佾)에 “그러나 순 임금의 덕은 성품대로 한 것이요 또 읍하여 사양한 것으로 천하를 소유하였으며, 무왕의 덕은 본성을 회복한 것이요 또 정벌과 주륙으로 천하를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 실상은 다른 것이다.[然舜之德 性之也 又以揖遜而有天下 武王之德 反之也 又以征誅而得天下 故其實有不同者]”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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