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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순간처럼 살 것인가, 하루를 작은 일생처럼 살 것인가 <채근담>


어지러운 세상에 분주한 자는

마음이 바쁘고 생각이 다급하여

백년이 마치 눈 깜빡할 사이 같고

자연 속에 느긋이 사는 사람은

생각을 그치고 한가히 작용하여

하루가 참으로 작은 일생과도 같다.


奔走風塵者,  心冗意迫,  百年恍若一瞬.
분주풍진자,  심용의박,  백년황약일순.
棲遲泉石者,  念息機閑,  一日眞如小年.
서지천석자,  염식기한,  일일진여소년.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後集후집>


  • 분주[奔走]  바삐 달림. 매우 바쁘게 뛰어다님. 이리저리 바쁨을 비유하는 말. 권력자에게 달려가 영합(迎合)함. 사령(使令). 사방에 나가서 왕의 덕을 알리며 선양하는 것. 급히 가다. 바삐 가다. 참고로, 시경(詩經) 청묘(淸廟)에 “제제(濟濟)한 많은 선비들이 문왕(文王)의 덕을 간직하여 하늘에 계신 분을 대하고 사당에 계신 신주(神主)를 매우 분주히 받든다.[濟濟多士, 秉文之德, 對越在天, 駿奔走在廟.]”라고 한 데서 보이고, 서경(書經) 주고(酒誥)의 “너희들의 팔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서 서직(黍稷) 농사를 잘 지어 분주히 그 부모와 어른을 섬기도록 하라. 민첩하게 수레와 소를 끌고서 멀리까지 나가 장사하여 그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라.[嗣爾股肱 純其藝黍稷 奔走事厥考厥長 肇牽車牛 遠服賈 用孝養厥父母]”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풍진[風塵]  진세(塵世). 속세(俗世). 속루(俗累). 관도(官途). 속리(俗吏)의 직무. 경관(京官)에 대해서 지방관을 이르는 말. 화류가(花柳街). 바람과 티끌. 바람에 일어나는 먼지. 병란(兵亂). 전란(戰亂). 병진(兵塵). 병마(兵馬)가 치달리며 자욱하게 일으키는 먼지. 전쟁터에서 일어나는 티끌이라는 뜻으로 전쟁으로 인한 어수선하고 어지러운 일이나 분위기를 이르는 말. 관계(官界). 혼탁(混濁)하고 은원(恩怨)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벼슬길. 고된 나그네 생활. 고된 세상살이. 번거로운 속사(俗事). 어지러운 세상. 고풍청진(高風淸塵)의 준말로 인품이 고결한 사람을 비유할 때 쓰는 표현. 벼슬살이하는 도성을 가리킬 때 흔히 쓰는 시어(詩語). 참고로, 고적(高適)의 시 봉구작(封丘作)에 “나는 본디 맹저 들에서 고기 잡고 나무나 하며, 일생이 본래 한가로운 사람. 초야에서 광가나 부르며 지낼지언정, 어찌 풍진 속에서 벼슬살이를 할 수 있으랴.[我本漁樵孟諸野, 一生自是悠悠者. 乍可狂歌草澤中, 寧堪作吏風塵下.]”라고 하였고, 고적(高適)의 시 인일기두이습유(人日寄杜二拾遺)에 “동산에 한번 은거하여 흘려보낸 삼십 년 봄, 책과 칼이 풍진 속에 늙어 갈 줄 알았으랴.[一臥東山三十春, 豈知書劍老風塵.]”라고 하였고, 당순지(唐順之)의 시 제동석초당도증황송강(題東石草堂圖贈黃松江)에 “송강태수는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벼슬을 살 때도 그 마음이 고향 들녘에 가 있었다.[松江太守好靜者, 迹在風塵心在野.]“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석민(釋悶)에 “강변의 노옹이 일을 잘못 요량한 것인지, 눈이 어두워서 풍진이 맑아짐을 보지 못하겠네.[江邊老翁錯料事, 眼暗不見風塵淸.]”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알선주묘(謁先主廟)에 “쇠잔해진 모습을 어찌 볼 수 있으랴, 게다가 풍진세상 길기까지 했으니.[如何對遙落, 況乃久風塵.]”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야망(野望)에 “온 천하 풍진 속에 여러 아우와 헤어져서, 하늘 한쪽에서 우노라니 이 한 몸 요원하여라.[海內風塵諸弟隔, 天涯涕淚一身遙.]”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약공택음시일대풍시(約公擇飮是日大風詩)에 “새벽의 거센 바람에 먼지가 하늘에 가득해라 그 까닭 생각하니 어찌 간에 저촉된 게 아니랴[曉來顚風塵暗天, 我思其由豈坐慳.]”라고 하였고, 이단(李端)의 시 대촌중노인답(代村中老人答)에 “도성에서 전란을 겪은 뒤로는, 시골집에서도 밥 짓는 연기 보기 어려워졌네.[京洛風塵後 村鄕烟火稀]”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왕우군(王右軍)에 “우군은 본래 청진한 사람인데 소쇄한 모습으로 풍진에 있도다. 산음에서 도사를 만나니 이 거위 좋아하는 손님에게 글 써 달라 요구했지. 흰 깁을 펼쳐 도덕경을 쓰니, 필법이 정묘하여 입신의 경지로세. 글씨를 다 쓰고는 거위를 조롱에 넣어 갔나니 어찌 주인에게 작별 인사인들 했으랴.[右軍本淸眞, 瀟洒在風塵. 山陰遇羽客, 要此好鵝賓. 掃素寫道經, 筆精妙入神. 書罷籠鵝去, 何曾別主人.]”라고 한데서 보인다.
  • 풍진[風塵]  풍진(風塵)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어지럽고 지저분한 일들로 부정을 이른다. 또, 쉽게 사람을 오염시킨다는 의미로 깨끗해질 수 없음을 이른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상예(賞譽)편에서 “왕융(王戎)이 말하기를 ‘태위(太尉) 왕연(王衍)은 정신과 자태가 고상하고 고결해서 마치 옥돌 숲 속의 구슬나무 같으니, 본디 풍진(風塵) 밖의 인물이다.[王衍神姿高徹, 如瑤林瓊樹, 自然是風塵外物.]’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또 경저(輕詆)편에서는 “유량(庾亮)의 권력이 막중하여 왕도(王導)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였다. 유량(庾亮)은 석두(石頭)에 있고 왕도(王導)는 야성(冶城)에 앉아 있었는데, 큰 바람이 먼지를 일으키자 왕도(王導)가 부채로 먼지를 털면서 말하기를 ‘원규(元規: 유량庾亮의 자字)의 먼지가 사람을 더럽히는군.’이라 하였다.[庾公權重, 足傾王公 ; 庾在石頭, 王在冶城坐 ; 大風揚塵, 王以扇拂塵曰: 元規塵汚人!]”고 하였다. 또, 문선(文選)에 수록된 유효표(劉孝標)의 변명론(辨命論)에서 “마음이 곤옥처럼 곧아서 꼿꼿하고 우뚝한 모습으로 세상의 풍진(風塵)에 섞이지 않는다.[心貞崑玉,亭亭高竦, 不雜風塵.]”라 하였는데, 이선(李善)의 주(注)에 “곽박(郭璞)의 유선시(遊仙詩)에서 ‘풍진(風塵) 바깥에 초연하다.[高蹈風塵外]’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풍진(風塵)은 육조인(六朝人)들의 관용어였다.
  • 심용의박[心冗意迫]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두고, 생각이 급하다. 쓸데없이 신경 쓰고 마음이 급하다. 마음이 번거롭고 생각이 급하다.
  • 황약[恍若]  황여(恍如). 마치 ~인 것 같다. 황(恍)은 분명하지 않고 으슴푸레하다는 의미인데 후딱 지나침을 뜻한다.
  • 일순[一瞬]  지극히 짧은 동안. 아주 짧은 시간(時間). 순간적으로. 한순간. 눈을 한 번 깜박거리는 짧은 시간을 가리킨다. 육기(陸機)의 문부(文賦)에 “아주 짧은 시간에 고금을 돌아보고, 순식간에 사해를 더듬어보네.[觀古今於須臾, 撫四海於一瞬.]”라고 하였고, 번역명의집(飜譯明義集) 시분(時分)에서는 “20(念)을 일순(一瞬)이라 하고, 20순(瞬)을 일탄지(一彈指)라고 한다.[二十念爲一瞬, 二十瞬爲一彈指.]”라고 하였다. 참고로, 육유(陸游)의 입촉기(入蜀記)에 “돛에 바람을 가득 받아 한순간에 천리를 갈 수 있는 형세가 있다.[帆風飽滿 有一瞬千里之勢]”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소? 가는 것은 이 물과 같이 쉬지 않고 흐르지만 영영 가 버리는 것이 아니요,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과 같지만 끝내 아주 없어지지도 더 늘어나지도 않는다오.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천지간에 한순간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만물과 나는 모두 무궁한 것이니, 또 무엇을 부러워할 것이 있겠소.[客亦知夫水與月乎 逝者如斯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而卒莫消長也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서지[棲遲]  하는 일 없이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놂. 관에서 물러나 편안히 쉼. 천천히 돌아다니며 마음껏 놂. 벼슬을 마다하고 세상을 피하여 시골에서 삶. 돌아다니며 쉬거나 한가로이 지내는 것. 자연에 묻혀 한가하게 사는 상태. 한가하게 지냄. 느리게 삶. 은거하여 편안하게 노니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진풍(陳風) 형문(衡門)에 “형문(衡門: 두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질러 만든 허술한 대문)의 아래여 쉬고 놀 수 있도다. 샘물이 졸졸 흐름이여 굶주림을 즐길 수 있도다.[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洋洋, 可以樂飢.]”라고 하여 누추한 곳이라도 은자가 지내기엔 족한 곳이라는 구절이 있고, 유장경(劉長卿)의 시 장사과가의댁(長沙過賈誼宅)에 “이곳에서 보낸 귀양살이 삼 년이라도, 가의는 만고에 남은 것은 가의의 슬픔이네.[三年謫宦此棲遲 萬古惟留楚客悲]”라고 하였고, 도잠(陶潛)의 시 구일한거(九日閒居)에 “한가로이 지내는 것 본래 즐거움 많거니 오래 머물다 보면 어찌 이루는 게 없으랴.[棲遲固多娛, 淹留豈無成?]”라고 하였다.
  • 천석[泉石]  샘과 돌. 산수(山水)의 경치(景致). 물과 돌이 어우러진 자연의 경치. 수석(水石). 자연의 다른 표현. 양만리(楊萬里)의 시 송유혜경(送劉惠卿)에 “시와 술이 고질적인 병인 줄 알았더니, 새로 온 산천도 약이 없는 독이로다.[舊病詩狂與酒狂, 新來泉石又膏盲.]”라고 하였고, 한유(韓愈)의 시 송석처사부하양막(送石處士赴河陽幕)에 “풍운은 장대한 회포에 들고, 천석 소리는 은자의 귀를 작별하네.[風雲入壯懷 泉石別幽耳]”라고 하였고, 전유암(田游巖)이 당 고종(唐高宗)에게 “신은 물과 바위에 대한 병이 이미 고황에 들고 연무(煙霧)와 노을에 고질병이 들었는데, 성상의 시대를 만나 다행히 소요하고 있습니다.[臣泉石膏肓煙霞痼疾, 旣逢聖代, 幸得逍遙.]”라고 한 데서 보인다. <舊唐書 卷192 田游巖傳>
  • 염식기한[念息機閑]  생각을 쉬고 심기를 한가히 함.
  • 염식[念息]  마음이 고요함. 생각을 그침. 마음이 가라앉음. 마음속에 욕망이 없는 상태. 심념평식(心念平息).
  • 기한[機閑]  심기(心機)가 한가하다. 작용을 한가이하다. 한가하게 활동하다.
  • 작용[作用]  평소의 행위. 몸가짐. 움직이게 되는 힘. 어떤 현상이나 운동을 일으킴. 어떠한 현상을 일으키거나 영향을 미침. 한 힘에 다른 힘에 미치어서 영향(影響)이 일어나는 일. 사물이나 사람에 변화를 가져다주거나 영향을 미침. 두 개의 물체 사이에 어떤 힘이 미칠 때 한쪽의 힘을 이르는 말. 어떠한 물리적 원인이나 대상이 다른 대상이나 원인에 기여함. 현상학에서, 표상, 의식, 체험 등의 심적 과정 일반에 있어서 대상적 측면인 의미 내용에 대하여 이것을 지향하는 능동적 계기를 이르는 말. 작용하다. 영향을 미치다. 행동하다. 참고로, 불교에서 심(心)·의(意)·식(識) 중 식(識)이 대상을 판별하는 활동을 작용(作用)이라 한다. 전등록(傳燈錄)에 “성이 어디에 있는가? 작용에 있다.[性在何處 曰在作用]”고 하였다.
  • 소년[小年]  짧은 수명. 과일·작물 등이 잘되지 않는 해. 음력 12월이 29일인 해. 음력 12월 24일을 말함. 소절야(小節夜)·소년야(小年夜)라고도 하는데, 이 날은 잠을 자지 않고 집집마다 부엌신에게 제사를 지내었다. 교년회(交年會). 참고로,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수명이 짧은 것은 수명이 긴 것에 미치지 못한다. 어찌 그런 연유를 알 수 있는가? 하루살이 버섯은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하고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이것들은 잠깐 동안 사는 것들이다.[小知不及大知, 小年不及大年. 奚以知其然也? 朝菌不知晦朔, 蟪蛄不知春秋, 此小年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송(宋)나라 당경(唐庚: 당자서唐子西)의 시 취면(醉眠)에 “산은 고요하기 태고와 같고, 해는 길어 소년과 같네.[山靜似太古, 日長如小年.]”라고 한 데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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