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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못하는 마음, 하지 않는 기개 [不忍不爲 立命立心] <채근담/소창유기>


차마 하지 못하는 한 점의 마음이

바로 백성과 만물을 살리는 뿌리요 싹이며

하지 않을 수 있는 한 조각 기개와 절조가

바로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기둥이요 주춧돌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벌레 한 마리 개미 한 마리에게도

차마 상처를 주거나 잔혹하게 굴지 않는 것이요

한 가닥 실오리만큼의 탐욕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이리하여 곧 만물을 위하여 천명을 세우고

천지를 위한 바른 마음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一點不忍的念頭,  是生民生物之根芽.
일점불인적염두,  시생민생물지근아.
一段不爲的氣節,  是撐天撐地之柱石.
일단불위적기절,  시탱천탱지지주석.
故君子於一蟲一蟻不忍傷殘,  一縷一絲勿容貪冒,
고군자어일충일의불인상잔,  일루일사물용탐모,
便可爲萬物立命,  天地立心矣.
변가위만물입명,  천지입심의.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法법>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 소창유기小窓幽記)에는 “一點不忍的念頭, 是生民生物之根芽 ; 一段不為的氣象, 是撐天撐地之柱石.”라고만 되어 있다.


  • 불인[不忍]  차마 할 수가 없음. 차마 하지 못함. 차마 하기가 어려움. 남에게 차마 모질게 하지 못함. 차마 ~하지 못하다. 참을 수 없다. 참지 못하다. 참고로,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사람들이 모두 사람에게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지금 사람들이 갑자기 어린 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는 모두 깜짝 놀라고 측은해 하는 마음을 가지니, 이것은 어린 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고 해서도 아니며, 향당과 붕우들에게 명예를 구해서도 아니며, 잔인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다.[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 今人, 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 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 非惡其聲而然也.]”라고 하였고, “사람마다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선왕이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을 두어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정사를 시행하셨으니,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차마 해치지 못하는 정사를 행한다면 천하를 다스림은 손바닥 위에 놓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人皆有不忍人之心, 先王有不忍人之心, 斯有不忍人之政矣,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政, 治天下可運於掌上.]”라고 하였다.
  • 염두[念頭]  생각의 시초(始初). 마음의 속. 생각의 맨 처음. 머리 속의 생각.
  • 근아[根芽]  움. 어린 싹. 근원. 근본. 뿌리.
  • 불위[不爲]  ~하지 않음. ~를 위하려는 것이 아니다. ~를 위해서 ~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때문이 아니다. 불능(不能)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고 불위(不爲)는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으로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어려움을 말하자, 맹자(孟子)기 왕 노릇 하지 못하는 것은 가벼운 깃털을 들지 못하고 수레에 가득 실린 섶나무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 않는 것[不爲]이지, 하지 못하는 것[不能]이 아님을 설명하였다.
  • 기절[氣節]  굽힐 줄 모르는 강직한 기개(氣槪)와 절조(節操). 패기와 절조. 포부와 절개. 기후(氣候).
  • 탱천[撐天]  기운이나 기세 등이 뻗쳐올라 하늘을 찌를 듯함. 하늘을 찌를 듯이 공중으로 높이 솟아오름. 분하거나 의로운 기개(氣槪), 기세(氣勢) 따위가 북받쳐 오름.
  • 탱지[撐地]  땅을 지탱함.
  • 주석[柱石]  주석(柱石)은 기둥과 주춧돌로 국가의 중임을 맡은 대신을 비유한다. 한서(漢書) 원후전(元后傳)에 “왕상은 내행이 돈독하여 위중함이 있고 지위가 장상을 두루 거쳤으니 나라의 기둥과 주춧돌 같은 신하이다.[王商內行篤, 有威重, 位歷將相, 國家柱石臣也.]”라고 하였다. 또,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에 조선(朝鮮) 태종(太宗)이 풍양(豐壤) 이궁(離宮)의 연회에서 허조(許稠)에게 기대며 세종(世宗)에게 “이 사람은 나의 주석이다.[此予柱石也]”라고 하였다는 이야기가 보인다.
  • 상잔[傷殘]  물체가 손상을 입어 생긴 흠. 해치다. 상해하다. 상처를 입어 불구가 되다.
  • 일루[一縷]  한 올의 실이라는 뜻으로, 몹시 약하여 간신히 유지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 오리의 실이라는 뜻으로, 몹시 미약하거나 불확실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이르는 말. 참고로, 매승(枚乘)이 상서간오왕(上書諫吳王)에서 “무릇 한 가닥 실오라기에 3만 근의 무거운 물건을 묶어 위로 끝없이 높은 하늘에 매달아 아래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에 드리워 둔다면, 비록 심히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그것이 장차 끊어질까 애를 태울 것입니다. 이는 말이 막 놀랐는데 북을 쳐서 경기를 일으키고, 묶은 줄이 이제 끊어지려 하는데 다시 무거운 물건으로 당기는 것과 같으니, 묶은 줄이 하늘에서 끊어지면 다시 맬 수 없을 것이고 무거운 물건이 깊은 연못으로 추락해 잠기면 다시 꺼내기 어려울 것입니다.[夫以一縷之任, 係千鈞之重, 上懸之無極之高, 下垂之不測之淵, 雖甚愚之人, 猶知哀其將絶也. 馬方駭, 鼓而驚之; 係方絶, 又重鎮之, 係絶於天, 不可復結, 墜入深淵, 難以復出.]”라고 한 데서 보인다. <文選 卷39>
  • 일사[一絲]  한 오리의 실. 한 가닥의 실. 참고로, 명(明)나라 장무(章懋)가 지은 풍산어록(楓山語録)에, 후한(後漢)의 은사(隱士) 엄광(嚴光)이 광무제(光武帝)의 부름을 거절하고 동강(桐江)에 은거하며 지조를 지킨 일을 기려 “동강의 한 가닥 낚싯줄이 한(漢)나라의 구정을 부지하였다.[桐江一絲扶漢九鼎]”라고 한 데서 보인다. <後漢書 嚴光列傳> 동강(桐江)은 중국 엄주(嚴州)에 있는 물 이름으로 후한(後漢) 초기 명사인 엄광(嚴光)이 이곳에서 은거하면서 낚시질한 곳인바, 곧 훌륭한 선비가 은거하며 강학한 공이 커서 나라의 국운을 붙들었음을 말한 것이다.
  • 탐모[貪冒]  욕심내어 이익을 취함. 함부로 탐냄. 욕심내고 시기함. 탐오하다. 탐묵하다. 욕심이 많고 하는 짓이 더럽다. 자치통감(資治通鑑) 권147 양기(梁紀)에 “심약(沈約)의 문학은 당시에 드높았으나 영예와 이익을 탐하였다.[約文學高一時, 而貪冒榮利.]”라고 한 데서 보이고, 진서(晉書) 권80 왕희지열전(王羲之列傳)에 왕희지가 병을 칭탁하여 벼슬을 그만두고 떠나면서 부모님 묘소 앞에서 스스로 맹세하기를 “지금 이후로 감히 이 마음 변하여 탐하고 무릅써 구차히 나아간다면 이것은 어버이를 업신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어서 자식이 아닙니다. 자식으로 자식답지 못하면 천지도 덮어주고 실어주지 않고, 명교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진실로 맹세하는 정성은 해와 같이 밝습니다.[自今之后, 敢渝此心, 貪冒苟進, 是有無尊之心而不子也. 子而不子, 天地所不覆載, 名敎所不得容. 信誓之誠, 有如皦日.]”라고 한 데서 보인다. 탐도모매(貪圖冒昧).
  • 모매[冒昧]  사리 판단이나 앞뒤 헤아림도 없이 마구 나아감. 사리(事理)를 따지지 않고 함부로 일을 행함. 사리를 따짐이 없이 덮어놓고 하는 모양.
  • 변가[便可]  바로, 즉시 ~할 수 있다. ~면 된다.
  • 입명[立命]  천명(天命)을 좇아 마음을 안정(安定)하게 함. 천명에 따라 마음의 안정을 얻음. 천명을 완수하는 것. 명예를 세우다. 평판을 좋게 하다.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마음을 보존하여 성을 함양함은 하늘을 섬기는 것이요. 요절과 장수함에 의심하지 않아, 몸을 닦고 천명을 기다림은 명을 세우는 것이다.[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 殀壽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라는 말과 “자신이 할 도리를 옳게 다하고 죽는 것이 바로 명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盡其道而死者, 正命也.]”라는 말이 나온다.
  • 입심[立心]  마음을 작정(作定)하여 단단히 먹음. 작정하여 어떤 마음을 단단히 먹음. 마음먹다. 결심하다. 회암집(晦庵集) 권36 답진동보(答陳同甫)에 “마음을 확립하는 근본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법을 삼아야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으로 기준을 삼아서는 안 된다.[立心之本 當以盡者爲法 而不當以不盡者爲凖]”라고 하였다.

【譯文】 不忍不爲,  立命立心.
一點不忍心懷的內心想法,  是生養民眾生長萬物的根基萌芽  ;  一段不爲已甚的氣度節操,  是支撐天空撐扶大地的砥柱基石.  所以有才德的人對於一只昆蟲一個螻蟻都不忍心傷害殘虐,  一段線縷一截蠶絲都不容許貪圖冒昧,  轉變可以成爲一切事物奉養天命·自然社會樹立正心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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