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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장애보다 이치의 장애가 더 제거하기 어렵다 [事障易解 理障難除] <채근담>


마음은 한 알의 맑은 구슬과 같으니

마음이 물욕에 가려지는 것은

마치 구슬이 진흙모래에 섞인 것과 같아

씻어내기 쉽지만

감정과 인식이 달라붙게 되면

마치 구슬을 금과 은으로 장식한 것과 같아

닦아내기가 아주 어렵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더러운 병을 근심할 것이 아니라

깨끗한 병이 더 고치기 어려움을 근심해야 하고

일의 장애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치의 장애가 더 제거하기 어려움을 두려워해야 한다.


心是一顆明珠.
심시일과명주.
以物欲障蔽之,  猶明珠而混以泥沙,  其洗滌猶易.
이물욕장폐지,  유명주이혼이니사,  기세척유이.
以情識襯貼之,  猶明珠而飾以銀黃,  其洗滌最難.
이정식친첩지,  유명주이식이은황,  기세척최난.
故學者不患垢病,  而患潔病之難治.  不畏事障, 而畏理障之難除.
고학자불환구병,  이환결병지난치.  불외사장, 이외이장지난제.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 명주[明珠]  고운 빛이 나는 좋은 구슬. 아름다운 보배 구슬. 방합(蚌蛤) 속에서 생긴 진주(眞珠). 광택이 나는 진주. 남의 시문(詩文)을 찬미하여 이른 말. 훌륭한 인재를 뜻하는 말. 참고로 한유(韓愈)가 노정(盧汀)에게 수답한 시 수노급사곡강하화행(酬盧給事曲江荷花行)에서 노정이 준 시 96자(字)를 가리켜 “나에게 밝은 구슬 96개를 보내주니, 글자마다 찬 빛이 뼛속을 비치는 것 같네.[遺我明珠九十六, 寒光映骨睡驪目.]”라고 하였다.
  • 명주[明珠]  부처의 말에 “중생들이 모두 옷 속에 보배인 명주가 있구나.”라고 하였으니, 그것은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을 말한 것이다. 고운 빛이 나는 아름다운 구슬의 빛이 밝은 달과 같다하여 명월마니(明月摩尼)라고도 한다.
  • 명주[明珠]  야광명주(夜光明珠).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구슬. 야광주(夜光珠) 고운 빛이 나는 아름다운 구슬. 방합(蚌蛤) 속에서 생긴 진주(眞珠). 대합조개에서 나오는 진주 비슷한 구슬로 밤중에도 빛을 발하는 보주(寶珠)라 한다. 후한서(後漢書) 권68 부융열전(符融列傳)과 그 주석에 “부융(符融)이 태학에서 이응(李膺)을 사사(師事)하다가 곽태(郭泰)를 한 번 만나보고는 감탄한 나머지 이응에게 소개하면서 ‘바다 속의 구슬이 아직 빛을 발하지 않고, 새 중의 봉황이 나래를 아직 펴지 않은 격이다.[海之明珠 未燿其光 鳥之鳳凰 羽儀未翔]’라고 말하였다.”고 한 데서 보이고, 한(漢)나라 추양(鄒陽)이 모함을 받고 투옥된 뒤 옥중에서 양 효왕(梁孝王)에게 상소한 글 가운데 “명월주나 야광벽을 밤중에 갑자기 길에 던지면 누구나 칼을 어루만지며 노려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까닭 없이 보배가 앞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史記 卷83 鄒陽列傳>
  • 장폐[障蔽]  막아서 가림. 덮거나 막아서 보이지 않게 가리거나 숨김. 막다. 가리다. 덮어서 숨기다.
  • 니사[泥沙]  진흙과 모래를 아울러 이르는 말. 침적토(沈積土). 주물사(鑄物砂). 남의 밑에 깔려 있는 것. 시시한 존재. 하찮은 물건. 낮고 보잘것없는 지위. 소식(蘇軾)의 시 우중간모란(雨中看牡丹)에 “모란꽃 잎 차마 진창에 더럽힐 수 없어, 타락죽에 떨어진 꽃잎 달여 마시네.[未忍汚泥沙 牛酥煎落蘂]”라고 하였고, 우세남(虞世南)의 시 문유거마객행(門有車馬客行)에 “은총 입어 일할 자리 얻어놓고도, 길 잃은 채 한직으로 버려져 있네.[逢恩借毛翼, 失路委泥沙.]”라고 한 데서 보인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의 시 자소(自笑)에 “진창 모래 천지인데 지느러미 늦게 흔들었고, 하늘 가득 그물인데 경솔하게 날개 폈네.[泥沙滿地掉鬐晩, 網罟彌天舒翼輕.]”라 하여 진창에 갇힌 물고기나, 그물 속에서 날갯짓 하다가 옴짝달싹도 할 수 없게 된 자신을 조소하였다.
  • 정식[情識]  감정과 인식(認識). 감정으로 의식하는 것. 감정과 지식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알음알이. 분별심(分別心).
  • 인식[認識]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아는 일. 의식하고 지각(知覺)하는 작용의 총칭. 일반적으로 사람이 사물에 대하여 가지는 그것이 진(眞)이라고 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개념. 또는 그것을 얻는 과정.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구상, 판단, 추리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지적 작용을 이른다.
  • 분별[分別]  느끼고 헤아려서 현상을 식별함. 대상을 사유하고 식별하는 마음의 작용. 심(心), 심소(心所)가 대경(對境)에 대하여 작용을 일으켜 그 상(相)을 취해서 생각하는 것. 구별하여 판단함. 서로 구별(區別)을 지어 가르는 것. 사물을 종류에 따라 나누는 것. 세상물정(世上物情)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 분별심[分別心] 불교에서, 나와 너, 좋고 싫음, 옳고 그름 따위를 헤아려서 판단하는 마음.
  • 친첩[襯貼]  풀칠하여 붙인 것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음. 달라붙다.
  • 은황[銀黃]  은(銀)과 금(金)을 아울러 이르는 말. 금은 따위로 만든 장식품. 흰빛과 누른 빛. 은인(銀印)과 금인(金印)으로 고관들이 차던 것.
  • 구병[垢病]  지저분한 버릇. 더러운 병.
  • 결병[潔病]  결벽(潔癖). 유난스럽게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성벽(性癖). 유별나게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성질이나 버릇.
  • 사장[事障]  열반(涅槃)을 해치는 번뇌(煩惱). 괴로움을 되풀이하게 하는 탐(貪)·진(瞋)·치(癡) 등의 번뇌. 불가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진리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는 요소인데, 논리에 대한 집착을 이장(理障)이라 하고 현상에 대한 집착을 사장(事障)이라 한다. 부처의 경지에 드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로 이치의 장애[理障]와 일의 장애[事障]가 있는데, 그중 ‘이치의 장애’는 바른 지견을 막아 버린다고 한다. 대장일람집(大藏一覽集)에 “바른 지견을 막아 버린다.[礙却正知見]”는 석가모니의 말이 보인다.
  • 이장[理障]  정견(正見)에 장애가 되는 무명(無明)의 번뇌. 사견(邪見)이 정견(正見)을 해롭게 하는 이장(二障)의 한 가지. 불가에서 사용한 개념으로 진리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는 요소인데, 논리에 대한 집착을 이장(理障)이라 하고 현상에 대한 집착을 사장(事障)이라 한다.

【譯文】 事障易解,  理障難除.
心是一顆明亮的珍珠.  用物質欲望屏障遮蔽它,  猶如明珠混雜於泥土沙石,  它的淸洗蕩滌還容易  ;  用情感知識配襯貼就它,  猶如明珠裝飾了白銀黃金,  它的淸洗蕩滌最困難.  所以讀書人不用擔憂不潔的毛病,  而擔心潔淨毛病的難以治療  ;  不會畏懼事情的障礙,  而畏懼義理障礙的難以排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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