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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향원을 싫어하고 비부를 멀리한 까닭 <圍爐夜話위로야화>


공자는 어찌하여 향원을 싫어하였는가

향원은 충실하고 청렴한 것처럼 보이지만

거짓된 모습이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공자는 어찌하여 비부를 멀리하였는가

비부는 못 얻어 근심하고 잃을까 근심하여

모든 일에 있어 속된 마음이기 때문이다.


孔子何以惡鄕愿,  只爲他似忠似廉,  無非假面孔.
공자하이오향원,  지위타사충사렴,  무비가면공.
孔子何以棄鄙夫,  只因他患得患失,  盡是俗心腸.
공자하이기비부,  지인타환득환실,  진시속심장.

<圍爐夜話위로야화>


  • 하이[何以]  무엇으로. 어떻게. 왜. 어째서. 어찌하여. 무엇으로써. 무슨 일로써.
  • 향원[鄕原]  향원(鄕愿). 향리(鄕里)에서는 근후(謹厚)하다고 일컬어지나 실제는 시류에 영합하는 사람. 겉으로는 근신하는 풍모를 지니고 있으나 실제로는 세속(世俗)에 영합하는 위선자(僞善者). 겉으로는 성실한 척하지만 사실은 매사에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고 시속(時俗)에 맞추어 두루뭉술하게 살거나 뚜렷한 가치관이 없고 삶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아 위선적인 사람. 향리(鄕里)에서 겉으로는 덕(德)이 있는 사람이라 칭송을 받으나 실제의 행실은 그렇지 못하여 남을 속여서 사복(私腹)을 채우던 악덕 토호(土豪). 수령을 속이고 향민(鄕民)을 부추겨서 실리(實利)를 취하던 악덕 부호(富戶). 겉으로는 가장 선량한 체 하면서도 실상은 가장 추악한 짓을 행하던 마을의 협잡꾼.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향원은 덕을 해치는 자이다.[鄕原, 德之賊也.]”라고 하였는데,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에 이를 인용하여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문 앞을 지나면서 내 집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내가 서운해 하지 않을 자는 오직 향원일 것이다. 향원은 덕의 적이다.’라고 하셨다.[孔子曰: 過我門而不入我室, 我不憾焉者, 其惟鄕原乎, 鄕原, 德之賊也.]”라고 하였고, 주자(朱子)의 집주(集註)에 “공자는 향원이 덕 같으면서도 덕이 아니기 때문에 ‘덕의 적’이라고 하신 것이다.[孔子以其似德而非德, 故以爲德之賊.]”라고 주하였다. 또,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에 만장(萬章)이 맹자에게 향원(鄕愿)에 대해 묻자, 맹자가 “‘어찌하여 이리 허풍스러운가. 말은 행동을 돌아보지 않고 행동은 말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곧 옛사람이여, 옛사람이여라고 하는가. 무엇 때문에 행동을 그토록 외롭고 쓸쓸하게 하는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세상을 살면서 잘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속마음을 감추고 세상에 아첨하는 자가 바로 향원이다.[何以是嘐嘐也, 言不顧行, 行不顧言, 則曰古之人, 古之人, 行何爲踽踽涼涼. 生斯世也, 爲斯世也, 善斯可矣. 閹然媚於世也者, 是鄉原也.]”라고 하였고, “향원(鄕原)은 비난하려 해도 들어 비난할 것이 없고 풍자하려 해도 풍자할 것이 없어서 유속(流俗)과 동화하며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여, 거(居)함에 충신(忠信)과 같고 행함에 청렴결백(淸廉潔白)과 같아서 여러 사람들이 다 좋아하거든 스스로 옳다고 여기나 요(堯)・순(舜)의 도(道)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러므로 덕(德)의 적(賊)이라고 하신 것이다.[非之無擧也 刺之無刺也 同乎流俗 合乎汚世 居之似忠信 行之似廉潔 衆皆悅之 自以爲是 而不可與入堯舜之道 故曰德之賊也]”라 하였고,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을 미워하노니, 가라지를 미워함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말재주 있는 자를 미워함은 의를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말이 많은 자를 미워함은 진실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정나라 음악을 미워함은 정악(正樂)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간색(間色)인 자색을 미워함은 정색인 주색(朱色)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요, 향원을 미워함은 진정한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이다.[惡似而非者 惡莠恐其亂苗也 惡佞恐其亂義也 惡利口恐其亂信也 惡鄭聲恐其亂樂也 惡紫恐其亂朱也 惡鄕原恐其亂德也]”라고 비판하였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原’은 ‘愿(삼가다)’과 같다.
  • 향원[鄕愿]  향원(鄕愿)은 향원(鄕原)으로도 쓴다. 시골 사람으로 외모가 근원(謹愿)한 자. 규각(圭角)이 없이 적당하게 세속과 어울려 지내는 사람. 온 고을 사람이 모두 점잖다[愿]고 칭찬하여 흠잡을 것은 없는 사람이나 이럭저럭 처세나 하고 착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 청렴하고 깨끗한 체하여 들어서 배척할 거리도 없으나 시속에 혼동되어 이럭저럭 살아가는 사람. 온 고을 사람으로부터 근신한다는 칭찬을 받는 사람으로 행동에 아무런 흠은 없으나 여러 사람 비위만 맞추고 정작 착한 일은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른다. 마음이 의리에 있지 않고 아첨하고 잘 보이려는 사심을 갖고 있다. 밖으로 보이는 행동은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 얼른 비난할 것이 없는 듯하나 군자의 중용지도(中庸之道)와 배치되는 환경문합(環境吻合)의 소도(小道)로서, 악을 정당하게 드러난 것만도 못하다 하여 덕을 해치는 무리라고 공자와 맹자가 다 같이 크게 증오하였다. 논어(論語) 양화(陽貨)에서 공자(孔子)는 이러한 자들을 겉으로만 공손한 사이비 유덕자(似而非有德者)라 하여 “향원은 덕의 적이다.[鄕原, 德之賊也.]”라고 배척하였는데, 그때그때 세태에 따라 동조하고 시속에 영합하기 때문에 꼬집어 지적할 허물도 없고 겉으로 보기에는 점잖은 것 같지만, 이렇게 주견 없는 행동이 도리어 덕(德)을 어지럽히고 진위(眞僞)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모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자(朱子)는 ‘향원은 지역 인물 가운데 근후해 보이는 자이다. 대개 유속에 뇌동하고 더러움에 영합하여 세상에 잘 보이려 아부하기 때문에 지역 사람들 가운데 근후하다는 칭찬을 받는 것이다. 부자께서는 덕으로 보이지만 덕이 아니요 도리어 덕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덕을 해치는 도적이라고 심하게 미워하셨다.’라고 해석하여 기롱하였다. <論語 陽貨 第30章 集注>
  • 지위[只爲]  ~하기 위하여. ~하려고. ~ 때문에.
  • 사충사렴[似忠似廉]  충신한 것처럼 보이고, 청렴한 것처럼 보임. 맹자(孟子)가 일찍이 향원(鄕原)의 인간됨을 일러 “유행하는 풍속과 어울리고, 더러운 세상과 부합하여, 처신은 흡사 충신한 사람 같고, 행위는 마치 청렴결백한 것 같아서,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하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여 그와 더불어 요순의 도에 들어갈 수 없으므로, 그를 덕의 적이라고 하는 것이다.[同乎流俗 合乎汚世 居之似忠信 行之似廉潔 衆皆悅之 自以爲是而不可與入堯舜之道 故曰德之賊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盡心下>
  • 사충[似忠]  매우 간사한 사람은 아첨하는 수단을 교묘히 부려 마치 충성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의미이다. 송(宋)나라 여회(呂誨)가 왕안석(王安石)을 탄핵하며 “매우 간사한 자는 충성스러운 것처럼 보이고, 매우 아첨하는 자는 믿음직스러워 보인다.[大姦似忠, 大佞似信.]”라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宋史 卷321 呂誨列傳>
  • 무비[無非]  아니. 그러한 것이 없이 모두. 아닌 것이 없이 모두. 단지 ~에 지나지 않다. 반드시 ~이다. ~가 아닌 것이 없다.
  • 가면공[假面孔]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엉큼한 얼굴. 또는 그런 태도나 모습. 가면구(假面具).
  • 가면[假面]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종이·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에 쓰는 물건. 속뜻을 감추고 겉으로 거짓을 꾸미는 의뭉스러운 얼굴. 또는 그런 태도나 모습. 진짜 속마음을 감추고 거짓으로 나타내는 행위나 태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면공[面孔]  낯. 얼굴. 표정.
  • 비부[鄙夫]  인격(人格)이 비루(卑陋)한 사람. 탐욕스럽고 비루한 사람. 마음씀씀이가 너절하고 어리석은 사내. 개인의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사람. 마음씨가 더럽고 못된 사내. 비루(鄙陋)한 남자. 비속한 사람. 무지한 사람. 비천한 사람. 무식한 사람. 저. 소인. 소생. 참고로,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비루한 자들과 함께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그 자리를 얻기 전에는 얻으려고 안달하고, 얻고 나서는 잃을까 걱정하니 참으로 잃을까 걱정한다면 못하는 짓이 없게 될 것이다.[鄙夫可以事君也與.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苟患失之, 無所不至矣.]”라고 하였는데, 주자(朱子)의 주(註)에 “작게는 등창을 빨아 주고 치질을 핥아 주며, 크게는 아버지와 임금을 시해하는데, 이는 모두 잃을까 걱정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小則吮癰舐痔, 大則弑父與君, 皆生於患失而已.]”라고 하였다.
  • 지인[只因]  단지 ~로 인하여. 오직 ~때문에.
  • 환득환실[患得患失]  녹위(祿位)에 집착하는 것. 이익(利益)이나 지위(地位)를 얻기 전에는 얻으려고 근심하고, 얻은 후에는 잃을까 해서 걱정한다는 뜻으로, 이래저래 근심 걱정이 끊일 사이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비루한 사람과 더불어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부귀를 얻기 전에는 그것을 얻지 못할까 걱정하고, 이미 그것을 얻고 나서는 또 잃어버릴까 걱정한다. 진실로 그것을 잃어버릴까 걱정하면 못할 짓이 없게 된다.[鄙夫, 可與事君也與哉? 其未得之也, 患得之, 旣得之, 患失之. 苟患失之, 無所不至矣.]”라고 하였는데, 주자(朱子)의 주(註)에 “작게는 등창을 빨아 주고 치질을 핥아 주며, 크게는 아버지와 임금을 시해하는데, 이는 모두 잃을까 걱정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小則吮癰舐痔, 大則弑父與君, 皆生於患失而已.]”라고 하였다.
  • 진시[盡是]  전부 ~이다. 모두 ~이다. 온통 ~이다. 그 모두가 ~하다. 모두가 ~이다. 도처에. 매우 많다.
  • 속심장[俗心腸]  속된 마음.
  • 속심[俗心]  명예(名譽)나 이익(利益)에 끌리는 속(俗)된 마음. 세상의 명예나 이익을 구하고자 하는 속된 마음.
  • 심장[心腸]  느끼는 심정. 감정이 우러나는 속 자리. 마음씨. 마음 씀씀이. 감정. 흥미. 기분. 재미.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순환 계통의 중추 기관.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심장(心臟). 참고로, 청(淸)나라 때 여회(余懷)의 판교잡기(板橋雜記) 일사(軼事)에 “비록 송 광평의 철석 심장이라도 매화를 위하여 부를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雖宋廣平鐵石心腸, 不能不爲梅花作賦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한유(韓愈)의 송맹동야서(送孟東野書)에, 맹교(孟郊)·이고(李翶)·장적(張籍)에 대해 말하기를 “알지 못하겠다. 하늘이 장차 그들의 소리를 화락하게 하여 국가의 성대함을 울리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차 그들의 몸을 곤궁하고 굶주리게 하며 그들의 마음속을 그립고 시름겹게 하여 스스로 그들 자신의 불행을 울게 할 것인가.[抑不知天將和其聲, 而使鳴國家之盛邪?抑將窮餓其身, 思愁其心腸, 而使自鳴其不幸邪?]”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鄉願盡盜德,  鄙夫不知德.
孔夫子爲什麼厭惡‘鄉愿’呢?  因爲他只是表面上看來忠厚廉潔,  其實內心裏並不如此,  可見得這種人虛偽矯飾,  以假面孔示人.  孔夫子爲什麼厭棄‘鄙夫’呢?  因爲他凡事不知由大體著想,  只知爲自己個人的利益斤斤計較,  得失心太重,  是個不知人生精神內涵的俗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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