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 있는 자들은
가까운 친족에게도 위세를 휘두르니
어찌 알겠는가. 연기와 구름이 눈앞을 지나가듯
이미 그 소멸이 눈앞에 보인다는 것을
간사한 자들은
평탄한 땅에서도 풍파를 일으키니
어찌 알겠는가. 귀신은 영험이 있어
그 시비가 전도된 행위를 들어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權勢之徒, 雖至親亦作威福, 豈知煙雲過眼, 已立見其消亡.
권세지도, 수지친역작위복, 기지연운과안, 이입견기소망.
奸邪之輩, 即平地亦起風波, 豈知神鬼有靈, 不肯聽其顚倒.
간사지배, 즉평지역기풍파, 기지신귀유령, 불긍청기전도.
<圍爐夜話위로야화>
- 권세[權勢] 권력(權力)과 세력(勢力)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지친[至親] 더할 수 없이,지극(至極)히 친(親)함. 더할 수 없이 혈통(血統)이 가까운 사이. 더할 수 없이 가까운 친족(親族)이라는 뜻으로, 부모와 자녀, 형과 아우 또는 작은 아버지와 조카 사이를 이르는 말.
- 위복[威福] 위세(威勢). 위력과 은혜. 형상(刑賞)의 대권(大權). 위력으로 억압하기도 하고 은혜로 달래기도 하는 일. 위광(威光)과 복운(福運) 또는 위압(威壓)과 복덕(福德)을 아울러 이르는 말. 벌(罰)과 상(賞). 때로 위압(威壓)으로써 복종시키고 때로 복덕(福德)을 베풀어 심복하게 함. 서경(書經) 주서(周書) 홍범(洪範)에 “오직 군주만이 복을 짓고, 오직 군주만이 위엄을 짓고, 오직 군주만이 옥식을 할 수 있으니, 신하는 복을 짓고 위엄을 짓고 옥식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惟辟作福, 惟辟作威, 惟辟玉食. 臣無有作福、作威、玉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에 “오직 군주만이 복을 만들기 때문에 사람에게 포상할 수 있고, 오직 군주만이 위엄을 부리기 때문에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원래는 통치자가 시행하는 상벌의 권한을 말한 것인데, 후세에 이르러 측근의 사람이 권력을 함부로 농단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 기지[豈知] 어찌 알았으랴? 생각해 본 일도 없다. 참고로, 당나라 고적(高適)의 시 인일기두이습유(人日寄杜二拾遺)에 “동산에 한번 은거하여 흘려보낸 삼십 년 봄, 책과 칼이 풍진 속에 늙어 갈 줄 알았으랴.[一臥東山三十春, 豈知書劍老風塵.]”라고 한 구절에서 보인다. <高常詩集 卷5 人日寄杜二拾遺>
- 연운[煙雲] 구름 같이 피는 연기(煙氣). 연기와 구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구름이나 연기가 지나가는 것처럼 조금도 기억에 남지 않은 과거사(過去事)들을 비유한 말. 참고로, 소식(蘇軾)의 보회당기(寶繪堂記)에 “기뻐할 만한 것을 보면 이따금 소장하였으나, 남들이 집어가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안개와 구름이 눈앞을 스쳐 지나고, 온갖 새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지나고 나면 다시 생각나지 않는 데야 어쩌겠는가.[見可喜者 雖時復蓄之 然爲人取去 亦不復惜也 譬之煙雲之過眼 百鳥之感耳 豈不欣然接之 然去而不復念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연운과안[煙雲過眼] 특별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소식(蘇軾)의 보회당기(寶繪堂記)에 “기뻐할 만한 것을 보면 이따금 소장하였으나, 남들이 집어가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안개와 구름이 눈앞을 스쳐 지나고, 온갖 새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지나고 나면 다시 생각나지 않는 데야 어쩌겠는가.[見可喜者 雖時復蓄之 然爲人取去 亦不復惜也 譬之煙雲之過眼 百鳥之感耳 豈不欣然接之 然去而不復念也]”라고 한 구절에서 보인다.
- 입견[立見] 선채로 봄. 선 자리에서 보다. 당장에 보다. 그 자리에서 보다.
- 소망[消亡] 꺼져 없어짐. 없어지다. 소멸하다. 멸망하다. 조락하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86 자객열전(刺客列傳)에, 전국 시대 말에 연(燕)나라 태자 단(丹)이 진(秦)나라에 원한을 갚기 위해 전광(田光)과 상의하였는데, 전광이 나이가 들어 그 일을 직접 도모하지 못하고 형가(荊軻)를 추천하며 말하기를 “지금 태자께서는 제가 한창일 때의 소문만 듣고 신의 정력이 이미 소진되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합니다.[今太子聞光壯盛之時, 不知臣精已消亡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간사[奸邪] 성질(性質)이 간교(奸巧)하고 사곡(邪曲)함. 한서(漢書) 권77 합관요전(蓋寬饒傳)에 “산에 맹수가 있으면 명아주나 콩잎도 따지 못하고, 나라에 충신이 있으면 간사한 자들이 일어나지 못한다.[山有猛獸, 藜藿爲之不采 ; 國有忠臣, 奸邪爲之不起.]”라고 하였고, 구당서(舊唐書) 권135 노기열전(盧杞列傳)에, 노기(盧杞)는 당나라 덕종 때 재상의 지위에 있으면서 현신(賢臣)들을 음해하여 죽인 간신(姦臣)이다. 덕종이 그를 자사(刺史)에 임명하려 할 때, 덕종이 “뭇사람들이 노기를 간사하다고 하지만, 짐은 도대체 모르겠다.[衆人論杞奸邪, 朕何不知.]”라고 하자, 이면(李勉)이 대답하기를 “노기의 간사함은 천하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데, 오직 폐하만 모르십니다. 이것이 그가 간사한 까닭입니다.[盧杞奸邪, 天下人皆知, 唯陛下不知, 此所以爲奸邪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신귀[神鬼] 사람이 죽은 뒤에 남는다는 넋. 사람에게 화(禍)와 복(福)을 내려 준다는 신령(神靈).
- 불긍[不肯] ~하려고 하지 않다. 원하지 않다. 즐기어 하지 아니함. 요구(要求) 따위를 즐기어 듣지 아니함. 요구 따위를 받아들이지 않음. 즐겨 하고자 하지 않음. 기꺼이 ~하려고 하지 않다. 참고로, 정자(程子)가 맹자를 평하기를 “맹자는 우뚝한 태산의 기상이 있다.[孟子泰山巖巖之氣象也]”라고 하였고, 육구연(陸九淵)이 주희(朱熹)를 평가하기를 “주원회(朱元晦)는 기상이 태산 교악과 같다. 다만 한스러운 것은 스스로 자신의 견해를 옳다 여기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朱元晦如泰山喬嶽 惟恨其自是己見 不肯聽人說話]”라고 하여 맹자와 주자의 기상을 태산에 비긴 데서 보인다. <近思錄 卷14 觀聖賢> <心經附註 心經後論>
- 전도[顚倒] 위치나 차례가 거꾸로 뒤바뀜. 위와 아래를 바꾸어서 거꾸로 됨. 엎어져서 넘어짐. 낭패하여 쓰러짐. 번뇌 때문에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현실을 잘못 파악함. 뒤바뀌다. 전도하다. 상반되다. 뒤섞여서 어수선하다. 혼란하다. 심신이 어지러워지는 것. 착란(錯亂).
【譯文】 權勢之途如煙如雲, 姦邪之輩謹神謹鬼.
有權有勢的人, 雖然在至親好友的面前, 也要賣弄他的權勢作威作福, 哪裏知道權勢是不長久的? 就像煙散雲消一般容易. 奸險邪惡之徒, 即使在太平無事的日子裏, 也會爲非作歹一番, 哪裏曉得天地間終是有鬼神在暗中默察的? 邪惡的行爲終歸要失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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