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呻吟語摘신음어적 序서 – 呂坤여곤


신음(呻吟)이란 앓는 소리이다. 신음어(呻吟語)란 병이 들었을 때 하는 말이다. 병에 걸렸을 때의 고통은 오직 병에 걸린 사람만이 알며,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기 어렵고, 또한 병에 걸렸을 때만 느끼고, 이미 병이 나으면 또 다시 잊어버린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고 나약하여 병에 잘 걸렸고, 병에 걸렸을 때마다 신음하며, 늘 고통을 기록하고 스스로 한탄하며 말하기를 ‘질병을 조심해야지, 다시는 병에 걸리지 말아야지.’라고 하였다. 그러나 조심하지 않아 또다시 병에 걸렸고, 또 그것을 바로 기록하였다.

세상의 병은 두루 겪어보아 기억할 수 없을 지경이나, 한 가지 병을 여러 번 겪어도 끝내 뉘우치지 못한다. 옛말에 이르기를 ‘세 번 팔을 부러져야 훌륭한 의원이 된다.’고 하였는데, 나는 아홉 번 팔이 부러진 셈이다. 깊은 고질병을 여러 번 겪고 나니, 신음한 것이 어제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 많은 병에 온전한 몸이 없고, 오랜 병에 온전한 기운이 없으니, 곧 숨이 끊어질 듯 근근이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이로다!

삼십년 동안 내가 기록한 신음어가 대략 몇 권이 되니,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약을 삼으려 한다.

사농대부(司農大夫) 유경택(劉景澤)은 마음을 다잡고 본성을 닦아 평생 신음하는 바가 없었으므로 나는 그를 매우 아낀다. 얼마 전 안문(雁門)에서 함께 일하며 각자 괴로운 바를 이야기하였는데, 내가 신음어(呻吟語)를 꺼내어 경택에게 보여주었다.

경택이 말하기를 “나 또한 신음하는 바가 있으나 아직까지 그것을 기록하지는 못하였다. 우리 인간의 병은 대체로 서로 같으니, 그대가 이미 그것을 기록하였다면 어찌하여 천하의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가? 이는 대략 세 가지 유익함이 있으니, 병을 고치려는 사람은 그대의 신음을 보고, 장차 죽을병에서 일어나게 할 것이고,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은 그대의 신음을 보고 각자 자신의 병을 고칠 것이며, 아직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그대의 신음을 보고 미연에 병을 조심할 것이다. 이는 그대의 몸 하나로 천하에 본보기로 경계하는 것이니, 그로 인해 장수하는 사림이 많을 것이다. 이미 그대가 낫지 않았더라도 능히 남을 낫게 할 수 있으니, 어찌 많지 않겠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미치광이 같은 말 중에서 덜 심한 것으로 골라 남긴다.

아! 나로 하여금 바듯이 숨이 붙어 있게 한다면 마땅히 삼 년 쑥을 구해 이 남은 생을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데, 어찌 감히 고질병 때문에 스스로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경택, 경택이여! 그대가 도리어 나를 치유해 주었구나.

만력계사삼월, 포독거사영릉 여곤 서


呻吟, 病聲也. 呻吟語, 病時語也. 病中疾痛, 惟病者知, 難與他人道, 亦惟病時覺, 既愈, 旋復忘也. 予小子生而錯弱善病, 病時呻吟, 輒誌所苦以自恨曰: ‘慎疾, 無復病.’ 已而弗慎, 又復病, 輒又誌之. 蓋世病備經, 不可勝誌. 一病數經, 竟不能懲. 語曰: ‘三折肱成良醫.’ 予乃九折臂矣! 沉痼數經, 呻吟猶昨. 嗟嗟! 多病無完身, 久病無完氣. 奄奄視息而人也哉!
三十年來, 所誌呻吟語, 凡若干卷, 攜以自藥. 司農大夫劉景澤, 攝心繕性, 平生無所呻吟, 予甚愛之. 頃共事雁門, 各談所苦. 予出呻吟語視景澤, 景澤曰: “吾亦有所呻吟, 而未之誌也. 吾人之病, 大都相同. 子既誌之矣, 盍以公人? 蓋三益焉: 醫病者見子呻吟, 起將死病;同病者見子呻吟, 醫各有病;未病者見子呻吟, 謹未然病. 是子以一身示懲於天下, 而所壽者眾也. 既子不愈, 能以愈人, 不既多乎?” 因擇其狂而未甚者存之.
嗚呼! 使予視息茍存, 當求三年艾, 健此餘生, 何敢以沉痼自棄? 景澤, 景澤, 其尚醫余也夫!

萬歷癸巳三月, 抱獨居士寧陵 呂坤 書


  • 섭심[攝心]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여 흩어지지 않게 함. 마음을 가다듬어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 마음을 한 곳에 거둬들여 산란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攝(섭)은 검섭(檢攝: 검찰檢察하고 조심)함이다. 참고로, 심경부주(心經附註) 권2 정심장(正心章)에 “마음을 잡는 것은 단지 경이니, 조금만 경하면 무슨 일을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산에 오르는 것도 다만 이 마음이요 물에 들어가는 것도 다만 이 마음인 것이다.[攝心只是敬, 才敬看做甚麽事. 登山亦只這箇心, 入水亦只這箇心.]”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선성[繕性]  본성을 기르다. 본성을 갈고 닦다. 본성을 함양하다. 계를 지니고 수행하다. 수지(修持).
  • 삼년애[三年艾]  큰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양약(良藥)을 이른다. 삼년애(三年艾)는 3년 묵은 쑥이라는 말로, 구하기 힘든 좋은 약을 말한다.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 “지금 천하에 왕노릇을 하려는 것은 마치 7년 묵은 병에 3년 묵은 약쑥을 구하는 것과 같으니, 이제부터라도 미리 약쑥을 저축해 두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얻지 못할 것이다.[今之欲王者, 猶七年之病, 求三年之艾也, 苟爲不畜, 終身不得.]”라고 하였다.

신음어적(呻吟語摘)은 여곤(呂坤)의 저서이다. 여곤(呂坤)은 명(明)나라 가정(嘉靖) 때의 학자로, 자는 숙간(叔簡), 호는 신오(新吾), 하남 영릉(河南寧陵) 사람이다.
만력(萬曆) 21년(1593년)년에 간행된 신음어(呻吟語)는 6권이었으나, 내용이 미흡하기도 하고 부정확하기도 하여, 여곤(呂坤) 자신이 첨삭(添削)하기도 하고 내용을 바꾸거나 추가하기도 하여, 만력 44년(1616년)에 신음어적(呻吟語摘)이라고 제(題)하고, 내(內)·외(外) 2편 2권으로 축소하여 간행하였다.
내편(內篇)은 권1 예집(禮集), 권2 악집(樂集), 권3 사집(射集)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집(藝集)은 성명(性命)·존심(存心)·윤리(倫理)·담도(談道)로 구성되어 있고, 악집(樂集)은 수신(修身)·문학(問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집(射集)은 응무(應務)·양생(養生)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편(外篇)은 권4 어집(御集), 권5 서집(書集), 권6 수집(數集)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집(御集)은 천지(天地)·세운(世運)·성현(聖賢)·품조(品藻)로 구성되어 있고, 서집(書集)은 치도(治道)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집(數集)은 인정(人情)·물리(物理)·광유(廣喩)·사장(詞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30여 년에 걸친 저자 여곤의 정신적 고투와 사색의 흔적을 기록한 것으로, 번잡하고 정미하게 말하지 않고 독실함을 근본으로 삼으며, 허황한 고상한 담론을 하지 않고, 실천을 과정으로 삼았다. 그 내용은 수신도덕(修身道德)에 관한 실천궁행(實踐躬行)의 교훈을 논술하고, 철학·도덕·정치·역사·사회·문학 등 각 분야에 걸쳐있다. 당시 유행하던 성리학(性理學)을 비판하고 실천을 주로 하는 주장을 펼쳐 명대(明代)의 사상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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