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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를 아는 것, 만년의 촛불[世知, 萬年之燭] <呻吟語신음어 : 性命성명>


난초는 불로써 향기를 내지만 또한 불로써 소멸하고

기름은 불로써 빛을 내지만 또한 불로써 고갈되며

폭죽은 불로써 소리를 내지만 또한 불로써 흩어진다.

드러나지 않는 것은 남아있는 이유가 되고

드러나는 것은 사라지는 이유가 되니

어찌 성색과 기미만이 그러하겠는가?

세태를 아는 것이 답답한 자의 발이 되나니

이를 일러 만년의 촛불이라 하는 것이다.


蘭以火而香,  亦以火而滅.  膏以火而明,  亦以火而竭.
난이화이향,  역이화이멸.  고이화이명,  역이화이갈.
炮以火而聲,  亦以火而泄.
포이화이성,  역이화이예.
陰者所以存也,  陽者所以亡也.  豈獨聲色·氣味然哉?
음자소이존야,  양자소이망야.  기독성색·기미연재?
世知鬱者之爲足,  是謂萬年之燭.
세지울자지위족,  시위만년지촉.

<呻吟語신음어 : 性命성명>


  • 분란[焚蘭]  난초를 태움. 명나라 구준(丘濬)의 가례의절(家禮儀節)에 “옛날에는 지금 세상에서 쓰는 향(香)이 없었다. 한(漢)나라 이전에는 단지 난초와 지초와 쑥과 발 따위를 태웠을 뿐인데, 뒤에 백월이 중국으로 편입되면서 비로소 있게 되었다. 이것이 비록 옛날의 예법이 아니기는 하지만, 통용해 온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귀신도 편안하게 여길 것이다.[古無今世之香, 漢以前, 只是焚蘭芷蕭茇之類. 後百粤入中國始有之. 雖非古禮, 然通行已久, 鬼神亦安之矣.]”라는 말이 나온다.
  • 기독[豈獨]  어찌 ~뿐이겠는가? 설마~뿐이란 말인가? 설마 ~만이란 말인가?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유감5수(有感五首) 其4(其四)에 “끝내는 옛법에 따라 분봉을 해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들을 것이 소소곡만 있겠는가.[終依古封建, 豈獨聽簫韶.]”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거협(胠篋)에서 “전성자는 하루아침에 제나라 임금을 죽이고, 그 나라를 도둑질했으니, 그가 도둑질한 것이 어찌 제나라 하나뿐이겠는가? 성인의 법도 아울러 도둑질한 것이었다.[然而田成子一旦殺齊君而盜其國, 所盜者豈獨其國邪? 并與其聖知之法而盜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성색[聲色]  말소리와 얼굴빛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음악(音樂)과 여색(女色)을 아울러 이르는 말. 목소리와 낯빛. 언어(言語)와 기색(氣色). 음악과 미색 등의 감각적 오락. 넓게는 육근(六根)의 감각 기능. 인간이 사는 욕락(欲樂)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제33장에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나는 밝은 덕이 음성과 얼굴빛을 대단찮게 여김을 생각한다.’라 하거늘 공자께서는 ‘음성과 얼굴빛은 백성을 교화함에 있어 말단이다.’라고 하였다.[詩云 予懷明德 不大聲以色 子曰 聲色之於以化民 末也]”고 하였고, 순자(荀子) 성악편(性惡篇)에 “사람의 본성은 악하니, 그 선한 것은 작위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 사람의 본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겨나 사양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며, 태어나면서부터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해침이 생겨나 충신(忠信)이 없는 것이며, 태어나면서부터 눈과 귀의 욕망이 있고 아름다운 음악과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데 이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음란함이 생겨나 예의와 규범이 없는 것이다.[人之性惡, 其善者, 僞也. 今人之性, 生而有好利焉, 順是, 故爭奪生而辭讓亡焉; 生而有疾惡焉, 順是, 故殘賊生而忠信亡焉; 生而有耳目之欲, 有好聲色焉, 順是, 故淫亂生而禮義文理亡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기미[氣味]  기분과 취미. 마음과 취미(趣味). 냄새와 맛을 아울러 이르는 말. 일이 되거나 안 되는 모양(模樣). 약의 효능(效能)이나 성질(性質)을 판단(判斷)하는 기준(基準). 참고로, 송나라 소식(蘇軾)이 해남(海南)으로 귀양 갈 때 황정견(黃庭堅)이 자첨적남해(子瞻讁南海)라는 시를 지어 주었는데 “자첨이 해남으로 귀양을 가니, 당시의 재상이 그를 죽이려 했네. 혜주의 밥 배불리 먹고, 자세히 연명 시에 화답하였네. 팽택은 천 년토록 이름 남겠고, 동파도 백세까지 전해지리라. 둘의 출처 비록 같지 않지만, 기상과 취미만은 서로 같아라.[子瞻讁海南 時宰欲殺之 飽喫惠州飯 細和淵明詩 澎澤千載人 東坡百世士 出處雖不同 氣味乃相似]”라고 한 구절이 있다.
  • 울자[鬱者]  서사증(徐師曾)의 시체명변(詩體明辨)에 “탄식을 섞은 노래로 깊은 슬픔과 근심을 드러내어 가슴속의 응어리를 토로하는 것을 음이라고 한다.[吁嗟嘅謌, 悲憂深思, 以呻其鬱者曰吟.]”라고 하였다.
  • 울울[鬱鬱]  침울함. 수목이 무성함. 우울함. 울창함. 울적함. 마음이 펴이지 않고 답답함. 나무가 매우 배게 들어서 매우 무성(茂盛)함. 향기가 진하고 의태가 장엄하고 아름다운 것. 기분이 언짢은 모양. 근심으로 괴로워하는 모양. 답답하여 펼치지 못하는 모양. 강렬하다. 농후하다. 의기소침하다. 침울하다. 풀이 죽다. 근심으로 비통해하다. 울적하다. 참고로, 왕창령(王昌齡)의 시 증우문중승(贈宇文中丞)에 “근심으로 괴로워하며 웃는 날 없고, 말없이 혼자서 길을 떠도네.[鬱鬱寡開顔, 默默獨行李.]”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장유(壯遊)에 “나는 병으로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워 뜻을 펴지 못하나니, 날개 저어감이 어려워라.[鬱鬱苦不展 羽翮困低昻]”라고 하였고, 좌사(左思)의 영사(詠史) 시에 “지엽 무성한 건 계곡 밑의 소나무요, 가지 드러낸 건 산꼭대기 어린 나무라, 저 한 치쯤의 어린 나무 줄기로, 이백 척 소나무를 가리누나.[鬱鬱澗底松 離離山上苗 以彼徑寸莖 蔭此百尺條]”라고 한 데서 보이고, 서경잡기(西京雜記) 권4에 “한(漢)나라 등공(滕公)이 수레를 타고 가다가 동도문(東都門)에 이르자 말이 울면서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발로 오랫동안 땅을 찼다. 사졸을 시켜 그곳을 파보니 깊이 석 자쯤 들어간 곳에 석곽(石槨)이 있었다. 등공이 촛불로 비춰보니, 거기에 ‘가성이 답답하더니 삼천 년 만에 해를 보도다. 아, 등공이 이곳에 거처하리라.[佳城鬱鬱, 三千年見白日, 吁嗟滕公居此室.]’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등공의 뜻에 따라 마침내 이곳에 장사 지냈다.”라고 한 데서 보인다.

  신음어적(呻吟語摘)에는 “蘭以火而香, 亦以火而滅 ; 膏以火而明, 亦以火而竭 ; 炮以火而聲, 亦以火而泄(洩). 陰者, 所以存也 ; 陽者, 所以亡也. 豈獨聲色·氣味然哉? 世知鬱(郁)者之為足, 是謂萬年之燭.”라고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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