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고요함이야말로 아름다운 자질이니
마음에 간직하고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
요즘 사람들은 홀로 일 없이 있게 되면
이내 스스로 쓸쓸하고 적막함을 못견뎌하고
일을 당하거나 사람을 접하게 되어서야
나오는 대로 말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데
이는 호방하다고 할 수는 있을지라도
덕을 쌓는 인품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沉靜最是美質, 蓋心存而不放者.
침정최시미질, 개심존이불방자.
今人獨居無事, 已自岑寂難堪,
금인독거무사, 이자잠적난감,
才應事接人, 便任口恣情, 即是淸狂, 亦非蓄德之器.
재응사접인, 편임구자정, 즉시청광, 역비축덕지기.
<呻吟語신음어 : 修身수신>
- 침정[沉靜] 고요하다. 잠잠하다. 평온하다. 차분하다. 찹찹하다.
- 미질[美質] 아름다운 성질. 아름다운 본바탕. 뛰어난 재질. 참고로, 논어집주(論語集註) 팔일(八佾) 제8장 제2절에 “그림 그리는 일이 흰 비단을 마련하는 것보다 뒤에 한다는 것이다.[繪事後素.]”라는 시경(詩經)의 구절에 대한 공자(孔子)의 해석이 보이는데, 주희(朱熹)의 주(註)에 “먼저 흰 비단으로 바탕을 삼은 뒤에 오색의 채색을 칠함을 말한 것이니, 마치 사람이 아름다운 자질이 있은 뒤에야 문식을 더할 수 있음과 같은 것이다.[謂先以粉地爲質而後施五采, 猶人有美質然後可加文飾.]”라고 하였다.
- 자질[姿質] 타고난 성품이나 소질. 자태와 재능. 자기가 종사하고 있는 일에 대한 능력이나 실력의 정도. 타고난 체질. 자품(資稟).
- 잠적[岑寂] 외로이 솟아 있는 모양. 쓸쓸하고 적막한 모양. 조용하고 고요하다. 쓸쓸하고 조용하다. 적막하고 스산하다. 적막하다. 고요하다. 정숙하다. 참고로, 당(唐)나라 원진(元稹)의 시 함풍석(含風夕)에 “여름옷은 약간 가벼워지고, 가을 청당은 이미 적막해졌네.[夏服稍輕淸, 秋堂已岑寂.]”라고 하였고, 장벽(張碧)의 시 산거우제즉사(山居雨霽卽事)에 “푸른빛 산 아래 누추한 집을 짓고, 스스로 세상을 멀리 떠나왔더니. 천둥 치고 비 내리다 다 그친 뒤에, 들판이 고요하고 쓸쓸해졌네.[結茅蒼嶺下, 自與喧卑隔. 況値雷雨晴, 郊原轉岑寂.]”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난감[難堪] 견디어 내기 어려움. 감당(堪當)하기 어려움. 나감하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이옥대시원장로원이납군상보(以玉帶施元長老元以衲裙相報)에 “병든 몸에 옥대 띠기도 감당키 어려웠는데, 둔근이 따라서 활촉 같은 기봉에 떨어졌네. 나를 가희원에서 바리때를 들고 걸식케 하려고, 짐짓 운산의 옛 납의를 주는구려.[病骨難堪玉帶圍, 鈍根仍落箭鋒機. 欲敎乞食歌姬院, 故與雲山舊衲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정[恣情] 한껏. 실컷. 마음껏. 제멋대로 굴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다.
- 청광[淸狂] 방종하여 거리낌이 없음. 욕심이 없고 호방하여 예법에 얽매이지 않음. 백치(白癡) 또는 방일(放逸)하여 얽매임이 없음. 병이 들거나 방탕한 것은 아니면서 원대한 포부를 가져 미친 듯 자유롭게 지내는 사람. 마음이 깨끗하여 청아한 맛이 있으면서도 그 행동이 상규(常規)에 어긋나는 것. 실제로 미치지 않았으면서 미친 척하는 것. 병이 들어 미친 사람은 맥(脉)이 탁한데 청광(淸狂)이란 것은 병 없이 미친 것이란 뜻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견흥(遣興)에 “하공은 고상하게 사투리를 쓰고, 벼슬할 땐 늘 거리낌 없이 방종했는데, 상소하여 벼슬을 사퇴하고는, 황관 쓰고 고향으로 돌아갔네.[賀公雅吳語 在位常淸狂 上疏乞骸骨 黃冠歸故鄕]”라고 하였다. 하공(賀公)은 당 현종(唐玄宗) 때 문인으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자호한 하지장(賀知章)을 가리킨다. 하지장은 당 현종(唐玄宗) 때 비서감(祕書監)을 지낸 풍류 시인이었다.
- 호방[豪放] 기개가 있고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다. 의기(義氣)가 장하여 작은 일에 거리낌이 없음을 이른다.
- 축덕[蓄德] 덕을 쌓다. 덕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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