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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처럼 녹이고 바다처럼 포용하라 [陶熔頑鈍 容納橫汙] <채근담>


내가 커다란 용광로에 뛰어난 대장장이라면

어찌 억세고 무딘 쇠가 다스려지지 않음을 걱정하겠으며

내가 만약 커다란 바다이거나 긴 강이라면

어찌 멋대로 흐르는 더러운 물을 담지 못할까 걱정하겠는가.


我果爲洪爐大冶,  何患頑金鈍鐵之不可陶熔.
아과위홍로대야,  하환완금둔철지불가도용.
我果爲巨海長江,  何患橫流汙瀆之不能容納.
아과위거해장강,  하환횡류오독지불능용납.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 과[果]  정말로, 만약. 과연. 마침내. 참으로. 과감하게 그 뜻을 시행함.
  • 홍로[洪爐]  도가니. 만물을 녹이는 큰 용광로. 만물을 구워 내는 큰 화로. 홍로(洪爐)는 대로(大鑪)와 같은 말로, 만물을 만들어내는 큰 용광로라는 말인데, 천지(天地), 조물(造物) 등 만물을 생성하는 본원(本源)을 비유하여 쓰는 말이다. 참고로, 주희(朱熹)가 공자(孔子)의 제자 안연(顔淵)의 수양을 비유하여 “안자가 사욕을 이김은 홍로 위에 한 점 눈과 같다.[顔子克己 如紅爐上一點雪]”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대력삼년춘백제성방선출구당협구거기부장적강릉표박유(大曆三年春白帝城放船出瞿唐峽久居蘷府將適江陵漂泊有)에 “바람에 흩날리는 백발을 가지고, 조화의 자연 속에 묻혀 지내야지.[飄蕭將素髮, 汩沒聽洪鑪.]”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지금 대장장이가 쇠를 녹이는데, 쇠가 펄펄 뛰면서 ‘나는 반드시 막야검(鏌鎁劍)이 되겠다.’고 한다면 대장장이는 반드시 그것을 상서롭지 못한 쇠로 여길 것이다. 또 지금 누가 사람의 모습을 지녔다 해서 ‘나는 반드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면 조화옹(造化翁)도 반드시 그를 상서롭지 못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한결같이 천지(天地)를 큰 용광로로 삼고 조화옹을 큰 대장장이로 삼는다면 어디에 간들 안 될 것이 있겠는가.[今大冶鑄金, 金踊躍曰: ‘我且必爲鏌鎁.’ 大冶必以爲不祥之金. 今一犯人之形而曰: ‘人耳人耳.’ 夫造化者必以爲不祥之人. 今一以天地爲大鑪, 以造化爲大冶, 惡乎往而不可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대야[大冶]  조선 시대, 20~25인 규모의 장인(匠人)을 소유한 큰 대장간을 말하며, 장인의 규모에 따라 대야, 중야(中冶), 소야(小冶)로 나뉘었다.
  • 대야[大冶]  큰 대장장이. 쇠붙이를 주조하는 기술자. 기술이 정묘하여 금속을 잘 제련하는 야금사(冶金師). 훌륭한 야장(冶匠)이라는 뜻으로, 조화(造化)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남조(南朝) 송(宋)나라 정도자(鄭道子)의 신불멸론(神不滅論)에 “형체의 경우는 대야(大冶)의 한 사물일 뿐이다.[若形也, 則大冶之一物耳.]”라고 하였고, 또,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지금 위대한 대장장이가 쇠를 녹이는데, 그 쇠가 펄펄 뛰면서 ‘나는 반드시 막야검이 되겠다.’라고 한다면, 대장장이는 반드시 이를 상서롭지 못한 쇠로 여길 것이고, 지금 사람이 한 번 사람의 형체를 타고났다 해서 ‘나는 내세에도 꼭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한다면, 조화옹도 반드시 그를 상서롭지 못한 사람으로 여길 것이다.[今大冶鑄金, 金踊躍曰, 我且必爲鏌鎁, 大冶必以爲不祥之金. 今一犯人之形而曰, 人耳人耳, 夫造化者必以爲不祥之人.]”라고 하였고, “지금 한번 천지를 대로로 삼고, 조화를 대장장이로 삼는다면, 어디로 간들 안 될 것이 있겠는가.[今一以天地爲大鑪, 以造化爲大冶, 惡乎往而不可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완금[頑金]  무딘 쇠. 무딘 금속.
  • 둔철[鈍鐵]  무딘 쇠. 무딘 철.
  • 완금둔철[頑金鈍鐵]  용광로에 잘 녹지 않는 쇠붙이나 광석. 잘 변형되지 않는 단단한 금속이나 쇠. 단단한 금속과 무딘 쇠.
  • 도용[陶熔/陶鎔]  훌륭한 품성을 갖추도록 잘 가르쳐서 기름. 흙을 빚거나 쇠를 녹여 물건을 만들 듯이 물건이 만들어짐. 점점 교화(敎化)되어 감. 훌륭한 품성을 갖추도록 잘 가르쳐서 기름. 가마에서 도자기를 굽고 용광로에서 쇠를 녹이는 것처럼 인재를 배양해서 육성한다는 뜻으로, 보통 대신이 나라를 다스리는 비유로 쓴다.
  • 거해[巨海]  큰 바다. 매우 크고 넓은 바다.
  • 장강[長江]  물줄기의 길이가 긴 강. 물줄기가 길고 큰 강. 중국(中國)의 양자강(揚子江)을 말함.
  • 횡류[橫流]  정당한 경로를 밟지 않고 흐르는 것. 물 따위가 제 곬을 흐르지 아니하고 옆으로 꿰져 흐름. 물품을 정당하지 못한 경로로 팖. 물품을 정당한 경로를 밟지 않고 전매(專賣)하는 일. 범람하다. 마구 흐르다. 참고로, 진(晉)나라 범녕(范甯)이 지은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 서문(序文)에 “공자께서 창해의 횡류를 보고 위연히 탄식했다.[孔子睹滄海之橫流, 乃喟然而嘆.]”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주(註)에 “백성들이 어지럽게 이산하는 것이 마치 물이 마구 넘쳐흐르는 것과 같다.[百姓散亂, 似水之橫流.]”라고 하였다. 백성이 유리표박하는 것이 마치 물의 횡류와 같음을 비유한 것이다.
  • 오독[汙瀆]  물이 고인 웅덩이. 더러운 시궁창. 참고로, 사기(史記) 권63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 “장주(莊周)가 일찍이 몽(蒙) 땅의 칠원(漆園)이란 곳의 관리로 있을 때, 초(楚)나라 위왕(威王)이 장주가 현인이라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 재상(宰相)으로 초빙하려하자 ‘그대는 빨리 떠나가 나를 더럽히지 마라. 나는 차라리 더러운 시궁창에 노닐며 스스로 즐거워할지언정 나라를 소유한 자에게 얽매이지 않겠다. 종신토록 벼슬하지 않은 채 나의 뜻을 즐겁게 할 것이다.[子亟去, 無汚我! 我寧遊戱汚瀆之中自快, 無爲有國者所覊. 終身不仕, 以快吾志焉.]’라고 하며 거절하였다.”라고 한데서 보인다.
  • 횡류오독[橫琉汙瀆]  순리대로 흐르지 않는 물과 더럽게 오염된 물.
  • 용납[容納]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언행을 받아들임. 물건(物件)을 포용(包容)함. 부정적(否定的)인 것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내버려두는 것. 남의 잘못이나 입장, 형편 따위를 너그러이 받아들임. 어떤 물건이나 상황을 받아들임. 참고로, 통감절요(通鑑節要) 진기(晉紀) 효혜황제(孝惠皇帝)에 “황제는 도량이 크고 관후하여 사리에 밝게 통달하고 도모하기를 좋아하였으며, 직언을 용납하여 일찍이 사람들 앞에서 낯빛을 잃은 적이 없었다.[帝宇量宏厚, 明達好謀, 容納直言, 未嘗失色於人.]”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陶熔頑鈍,  容納橫汙.
我果眞是洪大火爐冶煉大師,  何必憂患堅硬金屬笨重鐵石的不可陶鑄熔煉.  我果眞是廣巨海洋漫長江河,  何必憂患橫溢河流汙濁溝渠的不能包容受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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