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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득의 경지에 이르면 하늘과 하나가 된다 <呻吟語신음어 : 應務응무>


글씨가 붓을 가리지 않는데 이르고

글이 글귀를 다듬지 않는데 이르고

말이 입단속을 하지 않는데 이르고

일 처리가 고심하지 않는데 이르는

이러한 경지들을 자득이라 이른다.

자득한 자는 하늘과 하나된 것과 같다.


字到不擇筆處,  文到不修句處,
자도불택필처,  문도불수구처,
話到不檢口處,  事到不苦心處,  皆謂之自得.
화도불검구처,  사도불고심처,  개위지자득.
自得者與天遇.
자득자여천우.

<呻吟語신음어 : 應務응무>


  • 불택필[不擇筆]  붓을 가리지 않음.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곧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데 종이나 붓 따위의 재료 또는 도구를 가리는 사람이라면 서화의 달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저수량(褚遂良)은 당(唐)나라 때의 문신이자 서예가로 우세남(虞世南), 구양순(歐陽詢)과 함께 당 나라 초기의 명필(名筆)로 꼽히는데, 정밀한 붓과 좋은 먹이 아니면 글씨를 쓰지 않았다. 저수량이 우세남(虞世南)에게 자신과 구양순(歐陽詢)의 글씨를 비교하여 묻자, 우세남이 “내가 듣기에 구양순은 종이와 붓을 가리지 않고도 마음대로 글씨를 쓴다고 하니, 자네가 어찌 댈 수 있겠나?[聞詢不擇紙筆, 皆能如志, 官豈得若此.]”라고 하였다고 한다. <事文類聚 別集 卷12 不擇紙筆 / 書斷列傳>
  • 검구[檢口]  입단속. 입조심. 말조심. 입을 막다. 참고로, 공자가어(孔子家語) 권3 관주(觀周)에 “공자(孔子)가 주나라 태묘(太廟)에 가서 입을 세 겹으로 봉한[三緘其口] 금인(金人)을 보았는데, 금인의 등 뒤에 ‘옛날에 말조심하던 사람이다. 경계하여 많은 말을 하지 말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또한 많다.[古之愼言人也. 戒之哉, 無多言. 多言多敗.]’로 시작하는 장문의 명(銘)이 새겨져 있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이 말이 비록 비루하더라도 사정에 맞는다.[此言雖鄙, 而中事情.]’라고 말하였다.”라고 하였고, 오대(五代) 때 풍도(馮道)는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길 정도로 처세에 능하였는데, 재상으로서 73세의 장수를 누리는 동안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입이 화근(禍根)임을 깨닫고 설(舌)에 이르기를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가는 곳 마다 몸이 편안하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라고 입조심을 하라는 내용의 시를 남겼으며, 변의장자자경(辨意長者子經)에도 “입은 화(禍)의 문이다.[口爲禍之門]”라고 하였고, 명심보감(明心寶鑑) 언어(言語)에서도 “입과 혀는 화와 근심의 문이다.[口舌者, 禍患之門.]”라고 하였다.
  • 자득[自得]  스스로 만족함. 스스로 얻음. 스스로 깨달아 알아냄. 스스로 터득함. 스스로 뽐내어 우쭐거림. 자기가 자기의 한 일에 대하여 갚음을 받는 일. 스스로 깨달아 얻은 경지. 어떤 일에 있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여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상태. 득의하다. 스스로 느끼다. 체득하다. 스스로 만족하다. 마음에서 도리를 깨닫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14장에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깊이 나아가기를 도로써 함은 자득하고자 해서이니, 자득하면 처(處)하는 것이 편안하고 처하는 것이 편안하면 자뢰(資賴)함이 깊게 되고 자뢰함이 깊으면 좌우에서 취함에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라고 하였다. 또,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해가 떠오르면 나가서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 쉬면서 천지자연 사이에 자유로이 노닐면서 마음껏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를 하겠습니까.[日出而作, 日入而息, 逍遙於天地之間而心意自得. 吾何以天下為哉?]”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청명(淸明)에 “꽃을 탐하는 저 고운 새는 즐겁기만 한데, 죽마 타던 어린 시절로 나는 되돌아갈 수 없어라.[繡羽衝花他自得, 紅顔騎竹我無緣.]”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송나라 정호(程顥)의 시 춘일우성(春日偶成)에 “만물은 고요히 관찰해 보면 모두 자득하고, 사시의 아름다운 흥취는 사람과 똑같네.[萬物靜觀皆自得, 四時佳興與人同.]”라고 한 데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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