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으로서 큰일을 앞두었을 때
남들의 앞에 서는 일을 맡게 되었다면
마땅히 신중과 과단에 대하여 알아야 하고
남에 딸려서 일을 하게 되었다면
마땅히 명철에 대하여 알아야만 한다.
명철이란 것은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니
일에 도움이 안 되면 스스로 사라지는 것일 뿐이다.
士君子當大事時,
사군자당대사시,
先人而任, 當知愼果二字. 從人而行, 當知明哲二字.
선인이임, 당지신과이자. 종인이행, 당지명철이자.
明哲非避難也, 無裨於事而只自沒耳.
명철비피난야, 무비어사이지자몰이.
<呻吟語신음어 : 應務응무>
- 사군자[士君子] 교양과 인격이 높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덕행이 높고 학문에 통달한 사람. 학문이 깊고 덕행이 높은 사람. 학문이 있으면서 품성(品性)과 덕(德)이 고상한 사람. 학식(學識)이 있고 후덕(厚德)한 사람. 사(士) 가운데 재덕(才德)이 있는 사람. 상류 사회인. 지식인. 상류 계층의 인물. 관료 및 기타 지위가 있는 향신(鄕紳), 독서인(讀書人) 등을 말한다.
- 신과[愼果/慎果] 신중(愼重)과 과단(果斷). 신중성 (愼重性)과 과단성 (果斷性). 매우 조심스러운 성질과 일을 딱 잘라서 결정하는 성질.
- 신중[愼重/慎重] 매우 조심스러움. 가볍게 행동하지 않고 조심스러움.
- 과단[果斷] 일을 딱 잘라서 결정함. 딱 잘라 용기(勇氣) 있게 결정(決定)함. 참고로, 서경(書經) 주관(周官)에 성왕이 관리들에게 훈계한 내용 중 하나로 “너희 경사들에게 경계하노니 공이 높음은 뜻 때문이요, 업이 넓음은 부지런함 때문이니, 능히 과단해야 뒤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戒爾卿士, 功崇惟志, 業廣惟勤, 惟克果斷, 乃罔後艱.]”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태괘(泰卦) 구이(九二)에 대한 주희(朱熹)의 본의에서 “구이는 강함으로 유약한 위(位)에 거하여 하괘(下卦)의 중(中)에 있고 위에 육오(六五)의 응(應)이 있으니, 태(泰)를 주관하면서 중도를 얻은 자이다. 점치는 사람이 거침과 더러움을 포용하면서도 과감하고 강하게 결단하며, 멀리 있는 자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붕류와 사사로이 친하지 않는다면 이 효의 중행(中行)의 도에 부합할 것이다.[九二以剛居柔, 在下之中, 上有六五之應, 主乎泰而得中道者也. 占者能包容荒穢而果斷剛決, 不遺遐遠而不昵朋比, 則合乎此爻中行之道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명철[明哲] 세태나 사리에 밝음. 현명하고 사리에 밝음, 또는 그 사람. 서경(書經) 열명 상(說命上)에 “사태를 잘 파악하는 사람을 명철하다고 하니, 명철한 사람이 실로 모범이 되는 것이다.[知之曰明哲, 明哲實作則.]”라고 하였고, 시경(詩經) 대아(大雅) 증민(蒸民)에 “이미 사리에 밝고 또 일에 밝아 그 몸을 보전하도다.[旣明且哲 ,以保其身.]”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집전에 “명은 이치에 밝은 것을 이르고, 철은 일에 자세히 아는 것을 이른다.[明謂明於理, 哲謂察於事.]”라고 하였고, “명철이란 안전한 것을 택하고 위험한 것을 버려 그 몸을 온전히 잘 보존하는 것이다.[明哲謂擇安去危善全其身]”라고 하였으니,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준말로 난세(亂世)에 함부로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보전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즉, 자기 신명(身命)을 보전하는 데 명철하다는 뜻이다.
- 명철보신[明哲保身] 이치에 밝아 제 몸을 잘 보호함. 사리에 밝아서 위험한 것을 멀리하여 몸을 보전함. 혼란한 세상에서 슬기롭게 처신하여 몸을 온전히 보전함. 사리에 통하여 무리들에 앞서 알고 사리에 따라 나옴과 물러남을 어긋나지 않게 함. 지혜가 뛰어나고 이치에 따라 일을 처리하여 몸을 온전하게 보전함. 총명(聰明)하여 도리(道理)를 좇아 사물(事物)(事物)을 처리(處理)하고, 몸을 온전(穩全)히 보전(保全)한다는 뜻으로, 매사(每事)에 법도(法度)를 지켜 온전(穩全)하게 처신(處身)하는 태도(態度)를 이르는 말이다. 명철보신(明哲保身)은 시경(詩經) 대아(大雅) 증민(烝民)에서 연유한 것으로, 윤길보(尹吉甫)가 주(周)나라 선왕(宣王)의 신하 중산보(仲山甫)가 선왕의 명을 충실히 수행한 것을 묘사하면서 “명(明)한데다 또 철(哲)하기까지 하여 제 몸을 보존하였네.[既明且哲, 以保其身.]”라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주희(朱熹)의 집전에 “명은 이치에 밝은 것을 이르고, 철은 일에 자세히 아는 것을 이른다.[明謂明於理, 哲謂察於事.]”라고 하였다. 또,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7장에 “군자는 윗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않고, 아랫자리에 있어도 배반하지 않으니, 나라에 도가 있을 때 그의 발언은 흥기(興起)시키기에 충분하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 그의 침묵은 용납받기에 충분하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도리에 밝은 데다 슬기롭게 처신하여 그 몸을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네.’라고 하였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이다.[居上不驕, 爲下不倍, 國有道, 其言足以興; 國無道, 其黙足以容. 詩曰旣明且哲, 以保其身. 其此之謂與.]”라고 하였다.
- 피난[避難] 어려운 일을 피함. 재난(災難)을 피함. 재난(災難)을 피해 멀리 옮아감. 재난을 피하여 있는 곳을 옮겨감. 어려움을 피하다.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권58 우후열전(虞詡列傳)에 “한(後漢) 안제(安帝) 때에 도적 영계(寧季)가 무리를 규합하여 조가현(朝歌縣)을 공략하고 재물을 약탈하였는데, 우후(虞詡)가 조가현의 장(長)에 임명된 뒤에 말하기를 ‘쉬운 것을 구하지 않고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는 것이 신하의 직분이니, 반근착절을 만나지 않으면 어떻게 훌륭한 연장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志不求易, 事不避難, 臣之職也. 不遇盤根錯節, 何以别利器乎?]’라고 하고는 갖가지 계책을 써서 도적들을 모두 토벌하였다.”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무비[無裨] 쓸모없다. 무익하다.
- 자몰[自沒] 스스로 마치다. 스스로 들어가다. 스스로 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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