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잘 쓰는 사람은 힘이 따르고
세력을 잘 쓰는 사람은 세력이 따르며
지혜를 잘 쓰는 사람은 지혜가 따르고
재물을 잘 쓰는 사람은 재물이 따르니
이것을 일러 ‘乘(승: 타다)’이라 한다.
탄다는 것은 기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 탈 것을 잃으면
배로 힘을 들여도 힘이 붙지 않고
그 탈 것을 얻으면
사물과 어긋남이 없고
나에게는 곤궁함이 없으며
천하가 그 이로움을 누리게 된다.
善用力者就力, 善用勢者就勢, 善用智者就智,
선용력자취력, 선용세자취세, 선용지자취지,
善用財者就財, 夫是之謂乘. 乘者, 知幾之謂也.
선용재자취재, 부시지위승. 승자, 지기지위야.
失其所乘, 則倍勞而力不就,
실기소승, 즉배로이역불취,
得其所乘, 則與物無忤, 於我無困, 而天下享其利.
득기소승, 즉여물무오, 어아무곤, 이천하향기리.
<呻吟語신음어 : 應務응무>
- 선용[善用] 알맞게 쓰거나 좋은 일에 씀. 알맞게 잘 씀. 올바르게 씀. 좋게 씀.
- 용력[用力] 마음이나 힘을 씀. 심력(心力)이나 체력(體力)을 씀. 힘을 내다. 힘을 들이다. 노력하다. 참고로, 당 덕종(唐德宗) 때의 시인 고황(顧況)의 시 행로난(行路難)에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눈을 져다가 우물을 메우느라 공연히 힘쓰는 것을, 모래를 때어 밥을 지은들 어찌 먹을 수 있으랴.[君不見擔雪塞井徒用力 炊沙作飯豈堪喫]”라고 한 데서 보이고, 대학장구(大學章句) 보망장(補亡章)에 “힘쓰기를 오래 해서 하루아침에 활연히 관통함에 이르면, 모든 사물의 표리와 정추가 이르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至於用力之久, 而一朝豁然貫通焉, 則衆物之表裏精粗無不到者.]”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용세[用勢] 세력(勢力)을 사용함.
- 세력[勢力] 권력(權力)이나 기세(氣勢)의 힘. 여러 요소들이 모여 기세를 뻗치는 힘. 일을 하는 데에 드는 힘. 어떤 속성이나 힘을 가진 집단. 일정한 속성을 지니고 기세를 뻗치는 집단을 이르는 말.
- 용지[用智] 지혜를 사용하다. 바둑에서 기력(棋力)의 단계(段階)를 나타내는 말의 하나. 지혜(智慧)를 운용(運用)할 줄 안다는 뜻으로 5단(段)을 이르는 말.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위학(爲學)에, 정호(程顥)가 이르기를 “사람의 정은 각각 가려지는 바가 있기 때문에 도에 나아가지 못하니, 대체로 병통이 스스로 사사로이 하고 지혜를 쓰는 데에 있다. 스스로 사사로이 하면 유위로써 자취에 응하지 못하고 지혜를 쓰면 명각으로써 자연스럽게 하지 못한다.[人之情, 各有所蔽, 故不能適道, 大率患在於自私而用智. 自私則不能以有爲爲應迹, 用智則不能以明覺爲自然.]”라고 하였다.
- 용재[用財] 재물(財物)을 씀. 참고로, 한서(漢書) 화식전(貨殖傳)에 “파촉의 과부 청은 그 선조가 단혈을 얻어 그 이로움을 여러 대 동안 마음껏 누렸지만 집안이 또한 비방을 받지 않았다. 청이 과부로 그 가업을 지키고 재물을 사용하여 스스로 보호하니 사람들이 감히 범하지 못하였다. 시황이 정부라 여겨 객례로 대접하고 그녀를 위해 여회청대를 세웠다.[巴寡婦淸, 其先得丹穴而擅其利數世, 家亦不訾. 淸寡婦能守其業, 用財自衛, 人不敢犯. 始皇以爲貞婦而客之, 爲築女懷淸臺.]”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취재[就財] 재물을 좇다. 재를 따르다.
- 지기[知幾] 일의 기미(幾微)를 알아채다. 기미를 알다. 일의 낌새를 채다. 예견하다. 어떤 사태나 사물의 미세한 변화 조짐을 알아내다. 참고로, 주역(周易) 계사하전(繫辭下傳)에, 공자가 이르기를 “기미를 아는 것은 신묘하도다. 군자는 위로 사귀되 아첨하지 않고 아래로 사귀되 모독하지 않으니, 기미를 아는 것이다. 기(幾)는 동함의 은미함으로 길(吉)・흉(凶)이 먼저 나타난 것이니,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어나서 하루가 마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역(易)에 이르기를 ‘돌처럼 절개가 굳은지라 하루를 마치지 않으니, 정(貞)하고 길(吉)하다.’라고 하였으니, 절개가 돌과 같으니, 어찌 하루를 마치겠는가. 결단함을 알 수 있다. 군자는 은미함을 알고 드러남을 알며, 유(柔)를 알고 강(剛)을 아니, 만부(萬夫)가 우러른다.[知幾其神乎! 君子上交不諂, 下交不瀆, 其知幾乎! 幾者, 動之微, 吉之先見者也, 君子見幾而作, 不俟終日. 易曰: 介于石, 不終日, 貞吉. 介如石焉, 寧用終日? 斷可識矣. 君子知微知彰, 知柔知剛, 萬夫之望.]”라고 하였고, 정이(程頤)의 동잠(動箴)에 “철인은 기미를 알아 생각할 때에 성실히 하고, 지사는 행실을 힘써 행함에 지조를 지킨다. 천리를 따르면 여유가 있고 인욕을 따르면 위험하니, 창졸간에도 능히 생각해서 전전긍긍하여 스스로 잡아 지키도록 하라. 습관이 성(性)과 더불어 이루어지면 성현과 함께 돌아가리라.[哲人知幾, 誠之於思, 志士勵行, 守之於爲. 順理則裕, 從欲惟危, 造次克念, 戰兢自持. 習與性成, 聖賢同歸.]”라고 하였다.
- 기미[幾微] 일의 조짐. 재앙의 조짐. 낌새. 느낌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일이나 상황의 되어 가는 형편. 앞일에 대한 다소 막연한 예상이나 짐작이 들게 하는 어떤 현상이나 상태. 은미(隱微)하여 아직 나타나지 않은 현상. 참고로, 주자(朱子)의 시 재거감흥(齋居感興) 20수 중 제8수에 “기미는 참으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나니, 선의 실마리는 본디 면면히 이어지는 것이다. 관문을 닫고 행상인의 출입을 금지할 것이요, 저 음유(陰柔)의 도에 이끌리는 일을 끊어야 할 것이다.[幾微諒難忽 善端本綿綿 閉關息商旅 絶彼柔道牽]”라고 한 데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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