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펼쳐진 천 리를 보는 것이
뒤에 가려진 한 치를 보는 것만 못하니
현상을 꿰뚫어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자신을 돌이켜 살펴보는 것은 어렵고
드러난 것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드러나지 않은 것을 보는 것은 어렵다.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미혹되는 바이며
지혜로운 사람만이 홀로 깨달아 아는 것이다.
見前面之千里, 不若見背後之一寸.
견전면지천리, 불약견배후지일촌.
故達現非難, 而反觀爲難. 見見非難, 而見不見爲難.
고달현비난, 이반관위난. 견현비난, 이견불현위난.
此擧世之所迷, 而智者之獨覺也.
차거세지소미, 이지자지독각야.
<呻吟語신음어 : 應務응무>
- 달현[達現] 현재(現在)를 꿰뚫어보다. 현재에 통달하다. 현상(現象)을 꿰뚫어 알다. 현상을 꿰뚫어 보다.
- 반관[反觀] 돌이켜보다. 되돌아보다. 자신을 돌이켜 살펴봄. 사물(事物)을 가장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 송(宋) 나라 때 유학자 소옹(邵雍)이 제창한 수양법(修養法)의 한 가지로서, 주관(主觀)에 얽매이지 않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지 않고 마음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을 이른다. 또, 불교에서, 외면의 사물과는 일절 관계를 끊고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내면만을 성찰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 반관내조[反觀內照] 돌이켜 내면을 살핌. 불가에서 주로 쓰는 말로, 외면의 사물과는 일체의 관계를 끊고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내면만을 성찰한다는 의미이다.
- 거세[擧世/舉世] 온 세상. 세상사람 전체. 모든 사람. 참고로,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다 탁하거늘 나 홀로 맑고, 뭇사람이 다 취했거늘 나 홀로 깨었는지라, 이 때문에 내가 추방되었노라.[擧世皆濁, 我獨淸, 擧世皆醉, 我獨醒, 是以見放.]”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지소[之所] ~가 ~하는 바. ~의 바(것). ~의 장소.
- 미혹[迷惑] 마음이 흐려서 무엇에 홀림. 마음이 흐려지도록 무엇에 홀림. 무엇에 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시비를 가리지 못함. 정신이 헷갈려서 갈팡질팡하는 것. 길을 잃다. 머뭇거리다. 미혹되다. 현혹되다. 참고로, 법화경(法華經)에 “우리 무리는 삼고 때문에 생사의 우리 안에서 모든 열뇌를 받아 미혹되어 앎이 없는 것이다.[我等以三苦故, 於生死之中, 受諸熱惱, 迷惑無知.]”라고 하였다.
- 지자[智者] 지혜로운 사람. 슬기로운 사람. 슬기가 있는 사람. 참고로, 순자(荀子) 대략(大略)에 “구르는 탄환이 움푹한 곳에서 멈추듯이 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사람에 의해 그치게 된다.[流丸止於甌臾, 流言止於智者.]”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한 자는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자는 동하고, 인한 자는 고요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겁고, 인한 자는 장수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라고 하였고, 사기(史記)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지혜로운 자도 천 가지 생각 중에 반드시 하나의 잘못이 있고, 어리석은 자도 천 가지 생각 중에 반드시 하나의 옳음이 있다. 그러므로 광부의 말이라도 성인은 채택한다고 하는 것이다.[智者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 故曰狂夫之言, 聖人擇焉.]”라고 하였다.
- 독각[獨覺] 혼자서 깨닫다. 스승 없이 혼자 진리를 터득하다. 홀로 깨어 있다. 스스로 깊은 이치를 깨닫다. 부처의 가르침에 의하지 않고 혼자 수행하여 깨달음을 얻음. 부처와의 인연 없이 홀로 수행하여 깨달음을 이룬 자를 이르기도 한다. 참고로, 노동(盧仝)의 시 동행(冬行)에 “위로는 천자를 섬기지 않고, 아래로는 제후들을 알지 못하네. 깊은 밤 잠을 자다 홀로 깨었더니, 마음속에 상쾌한 기운 가득 차 있네.[上不事天子, 下不識侯王. 夜半睡獨覺, 爽氣盈心堂.]”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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