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제들의 천성이 아직 흐려지지 않았다면
가르침이 쉽게 받아들여지므로
공자의 말처럼 사랑으로써 수고롭게 하되
지나친 사랑으로 방자한 마음을 조장하지 말고
자제들의 천성이 이미 허물어져 버렸다면
가르침이 행해지기 어려우므로
맹자의 말대로 부형이 모범으로 길러내되
쉬이 포기하여 스스로 거듭날 길을 끊어놓지 마라.
子弟天性未漓, 敎易入也,
자제천성미리, 교이입야,
則體孔子之言以勞之, 勿溺愛以長其自肆之心.
즉체공자지언이노지, 물닉애이장기자사지심.
子弟天性已壞, 敎難行也,
자제천성이괴, 교난행야,
則守孟子之言以養之, 勿輕棄以絶其自新之路.
즉수맹자지언이양지, 물경기이절기자신지로.
<圍爐夜話위로야화>
- 자제[子弟] 남의 아들의 높임말. 남의 집안의 젊은 사람을 일컫는 말. 남을 높여 그의 자녀를 이르는 말. 남을 높여 그 집안의 젊은이를 이르는 말. 아들과 아우. 부형(父兄)의 상대되는 말로 자식과 아우를 뜻한다. 대개는 자식과 조카들을 가리킨다. 연배가 어린 후배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 천성[天性] 타고난 성품(性品).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품성. 천명(天命). 하늘의 뜻 또는 하늘이 내린 운명. 선천적으로 갖추고 난 성정. 천시(天時). 참고로, 의례(儀禮) 학례(學禮) 보부(保傅)에, 공자가 말하기를 “어려서 만들어지면 타고난 천성과 같아지고 오래도록 습관이 배면 저절로 그리되는 것과 같다.[幼成若天性, 習慣如自然.]”라고 하였다.
- 미리[未漓] 아직 옅어지지 않다. 아직 흐려지지 않다.
- 공자지언이로[孔子之言以勞] 논어(論語) 헌문(憲問)에 “공자가 이르기를 ‘자식을 사랑한다면 고생을 시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임금에게 충성한다면 깨우쳐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라고 하였다.
- 익애[溺愛] 지나치게 사랑에 빠짐. 함박 빠져 심히 사랑함. 지나치게 사랑하거나 귀여워함. 사랑에 빠짐. 참고로, 대학장구(大學章句) 전 8장에 “속담에 ‘사람들이 그 자식이 악한 것을 모르고, 그 싹이 큰 것을 모른다.’라고 한 말이 있다.[諺有之曰: 人莫知其子之惡, 莫知其苗之碩.]”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의 주(注)에 “사랑에 빠진 자는 밝지 아니하고, 얻는 것을 탐내는 자는 만족함이 없으니, 이것이 치우침이 해가 되어 집안이 다스려지지 못하는 이유인 것이다.[溺愛者不明, 貪得者無厭, 是則偏之爲害, 而家之所以不齊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조장[助長] 도와서 자라나게 함. 자라도록 도움. 겉으로는 남을 도와주는 것 같으나 실제로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도록 만드는 행위. 조급히 키우려고 무리하게 힘들여 오히려 망친다는 경계를 나타낸다. 일이나 경향이 더 심해지도록 도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김.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쓴다. 선동(煽動)이란 말과 유사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 호연장(浩然章)에, 맹자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는 일에 대하여 이르기를 “반드시 무슨 일을 하되 미리 기약하지 말아서, 마음에 잊지 말며 조장하지도 말아야 한다. 송(宋)나라 사람처럼 하지 말아야 한다. 송나라 사람 중에 자기 밭의 벼싹이 자라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뽑아놓은 자가 있었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돌아와서 집안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오늘 내가 매우 피곤하다. 내가 벼싹이 자라도록 도왔다.’라고 하므로 그 아들이 달려가서 보았더니, 벼싹이 말라 있었다. 천하에 벼싹이 자라도록 억지로 조장하지 않는 자가 적으니, 유익함이 없다 해서 버려두는 자는 비유하면 벼싹을 김매지 않는 자요, 억지로 조장하는 자는 비유하면 벼싹을 뽑아놓는 자이니, 이는 비단 유익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치는 것이다.[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 勿助長也, 無若宋人然. 宋人有閔其苗之不長而揠之者, 芒芒然歸, 謂其人曰: 今日病矣, 予助苗長矣. 其子趨而往視之, 苗則槁矣. 天下之不助苗長者寡矣, 以爲無益而舍之者, 不耘苗者也, 助之長者, 揠苗者也, 非徒無益, 而又害之.]”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참고로, 주역집주(周易集註) 권14에 “익(益)과 관련하여, 날마다 모르는 것을 알고 달마다 능한 것을 잊지 않으면 장유(長裕)라고 이를 만한데, 그렇지만 이를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益則日知其所亡 月無忘其所能 可謂長裕矣 然非助長也]”라고 하였다.
- 자사[自肆] 자기 마음대로 함. 제멋대로 방자함.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 자자(自恣).
- 방자[放恣] 어려워하거나 삼가는 태도가 없이 건방짐.
- 맹자지언이양[孟子之言以養]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도(道)에 맞는 자가 도에 맞지 않는 자를 길러주고, 재주 있는 자가 재주 없는 자를 길러준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어진 부형이 있음을 즐거워하는 것이다.[中也養不中, 才也養不才, 故人樂有賢父兄也.]”라고 하였다.
- 경기[輕棄] 가벼이 여겨 버려 둠. 가볍게 보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가볍게 지나치다. 가볍게 여겨 버려두다. 쉽게 버리다. 쉽게 포기하다.
- 자신[自新] 제 스스로 허물을 고침. 마음을 고쳐 새롭게 함. 스스로 죄를 뉘우치고 새 사람이 되는 것. 묵은 것을 버리고 제 스스로 새로워짐. 제 스스로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아 새로운 길에 들어섬. 옛 악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데로 나아가는 것. 갱생하다. 스스로 잘못을 고치고 새롭게 행동하다. 허물을 고쳐 마음을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권6 순제기(順帝紀)에 “정월 초하루와 입춘에 기쁘게 온 천하와 더불어 마음을 씻고 스스로 일신하였다.[朔旦立春 嘉與海內洗心自新]”라고 하였고, 남사(南史) 순백옥전(荀伯玉傳)에 “제(齊)나라 고제(高帝)의 고리(故吏)인 축경수(竺景秀)가 죄를 짓고 구금되어 있었는데, 고제에게 ‘만약 제가 새롭게 될 수 있는 길을 허락해 주신다면 칼을 삼켜 창자를 깎아 내고 잿물을 마셔 위를 씻어 내겠습니다.[若許某自新, 必呑刀刮腸, 飮灰洗胃.]’라고 말하여 풀려났다.”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教子勿溺愛, 子墮莫棄絶.
當子弟的天性尚未受到社會惡習感染, 而變得澆漓時, 教導他是不難的, 因此應以孔子 “愛之能勿勞乎”的方式去教導他, 而不要太過分溺愛, 增長了他自我放縱的心. 當子弟天性已經敗壞, 不易教導時, 要依孟子 “中也養不中, 才也養不才”的方式教他, 不要輕易地放棄, 使他失去了自新的機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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