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를 남의 말을 통해 깨닫고자 하면
깨우칠 수도 있지만 미혹될 수도 있으니
스스로 깨달아 명확히 아느니만 못하고
흥취를 외적 환경에 따라 얻고자 하면
얻을 수도 있지만 되레 잃을 수도 있으니
스스로 만족하여 편안히 지냄만 못하다.
事理因人言而悟者, 有悟還有迷, 總不如自悟之了了.
사리인인언이오자, 유오환유미, 총불여자오지료료.
意興從外境而得者, 有得還有失, 總不如自得之休休.
의흥종외경이득자, 유득환유실, 총불여자득지휴휴.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醒성>
- 사리[事理] 사물(事物)의 이치(理致). 일의 도리(道理). 상대적이며 차별이 있는 현상과 절대적이며 평등한 법성(法性). 곧 변화하는 현상과 불변하는 진리를 이른다.
- 이치[理致] 사물의 정당한 조리(條理). 의리(義理)와 정치(情致). 도리에 맞는 취지. 이치에 부합되는 말과 행위 또는 상태를 합리 또는 합리적이라고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치에 어긋난다고 한다. 이(理)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불교 선종(禪宗)에서 종장(宗匠)이 제자를 훈화(訓化)할 때에 경론의 도리를 개시(開示)하여 인도하는 것. 참고로, 남사(南史) 유지린전(劉之遴傳)에 “올바름을 말하여 시를 지으면, 다들 이치(理致)가 있게 된다.[他說理作詩, 都很有條理.]”라고 하였다.
- 미혹[迷惑] 마음이 흐려서 무엇에 홀림. 마음이 흐려지도록 무엇에 홀림. 무엇에 홀려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시비를 가리지 못함. 정신이 헷갈려서 갈팡질팡하는 것. 길을 잃다. 머뭇거리다. 미혹되다. 현혹되다. 참고로, 법화경(法華經)에 “우리 무리는 삼고 때문에 생사의 우리 안에서 모든 열뇌를 받아 미혹되어 앎이 없는 것이다.[我等以三苦故, 於生死之中, 受諸熱惱, 迷惑無知.]”라고 하였다.
- 총불여[總不如] 모두 ~만 못하다. 어느 것도 ~보다 낫지 않다. 결국 ~만 못하다. 결국 ~보다 못하다. 아무리 해도 ~보다 못하다. 전체적으로 ~보다 못하다. 참고로, 두목(杜牧)의 시 증별(贈別)에 “봄바람 불어오는 양주 십리 거리, 주렴 걷고 봐도 모두 너만 못해라.[春風十里揚州路, 卷上珠簾總不如.]”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오[自悟] 스스로 깨닫다. 저절로 깨닫다. 참고로, 후한(後漢)의 역학자인 위백양(魏伯陽)의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 법상성공장(法象成功章)에 “천 번 읽으면 찬연히 갖추어 있음을 알고, 만 번 읽으면 장차 그 오묘한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니, 신명(神明)이 혹 사람에게 일러주거나 심령(心靈)이 홀연히 스스로 깨달아서이네.[千周燦彬彬, 萬遍將可覩, 神明或告人, 心靈忽自悟.]”라고 한 데서 보인다. 주희(朱熹)가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25 노씨장열(老氏莊列) 참동계(參同契)에서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독송하기를 오래하면 문의(文義)와 요결(要訣)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이라고 하였다.
- 요요[了了] 명확한 모양. 슬기로운 모양. 뚜렷하고 분명(分明)함. 눈치가 빠르고 똑똑함. 드디어. 마침내. 끝을 맺다. 명백하다. 분명하다. 분명히 알다. 영리하다. 완료하다. 청산(淸算)하다. 현명하다. 확실히 알다. 불가에서 사용하는 말로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추포가(秋浦歌) 기17(其十七)에 “도파와 지척의 땅에서, 분명하게 말소리가 들려오네. 묵묵히 산승과 작별을 하고는, 머리 숙여 백운에 예배를 드리노라.[桃波一步地, 了了語聲聞. 闇與山僧別, 低頭禮白雲.]”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의흥[意興] 흥미. 흥취. 일시적인 생각. 즉흥적인 생각. 재미. 관심. 참고로,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에 “당나라 사람들은 시를 지을 때 오로지 흥취를 주장했기 때문에 전고를 쓰는 것이 많지 않았고, 송나라 사람들은 시를 지을 때 오로지 전고를 쓰는 것을 숭상하여 흥취가 적었다.[唐人作詩, 專主意興, 故用事不多; 宋人作詩, 專尙用事, 而意興則少.]”라고 한 데서 보이고, 남송(南宋) 엄우(嚴羽)의 창랑시화(滄浪詩話) 시평(詩評)에 “본조 사람들은 이치를 숭상하여 흥취에 병통이 있고, 당나라 사람들은 흥취를 숭상하였지만 이치가 그 속에 있었다.[本朝人尙理而病于意興, 唐人尙意興而理在其中.]”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외경[外境] 외부환경(外部環境). 마음을 빼앗아 가는 바깥의 여러 경계. 물심(物心)으로 구별할 때 물(物)에 해당하는 모든 것. 불교 용어로, 색(色)·성(聲)·향(香)·미(味) 등, 즉 사람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는 외물을 가리킨다.
- 자득[自得] 스스로 만족함. 스스로 얻음. 스스로 깨달아 알아냄. 스스로 터득함. 스스로 뽐내어 우쭐거림. 자기가 자기의 한 일에 대하여 갚음을 받는 일. 스스로 깨달아 얻은 경지. 어떤 일에 있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여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상태. 득의하다. 스스로 느끼다. 체득하다. 스스로 만족하다. 마음에서 도리를 깨닫다.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14장에 “부귀에 처해서는 부귀대로 행하고, 빈천에 처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이적에 처해서는 이적대로 행하며, 환난에 처해서는 환난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곳마다 스스로 만족하지 않음이 없다.[素富貴, 行乎富貴, 素貧賤, 行乎貧賤, 素夷狄, 行乎夷狄, 素患難, 行乎患難. 君子無入而不自得焉.]”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가 깊이 나아가기를 도로써 함은 자득하고자 해서이니, 자득하면 처(處)하는 것이 편안하고 처하는 것이 편안하면 자뢰(資賴)함이 깊게 되고 자뢰함이 깊으면 좌우에서 취함에 그 근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라고 하였다. 또, 장자(莊子) 양왕(讓王)에 “해가 떠오르면 나가서 일하고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 쉬면서 천지자연 사이에 자유로이 노닐면서 마음껏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 어찌 천하를 다스리는 일 따위를 하겠습니까.[日出而作, 日入而息, 逍遙於天地之間而心意自得. 吾何以天下為哉?]”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청명(淸明)에 “꽃을 탐하는 저 고운 새는 즐겁기만 한데, 죽마 타던 어린 시절로 나는 되돌아갈 수 없어라.[繡羽衝花他自得, 紅顔騎竹我無緣.]”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송나라 정호(程顥)의 시 춘일우성(春日偶成)에 “만물은 고요히 관찰해 보면 모두 자득하고, 사시의 아름다운 흥취는 사람과 똑같네.[萬物靜觀皆自得, 四時佳興與人同.]”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휴휴[休休] 도를 즐겨 마음 편안히 지내는 모양. 마음이 너그럽고 도량이 큰 모양. 마음이 아름답고 평탄한 모양. 검소한 모양. 편안함. 만족. 안한(安閑)한 모양. 쉬익쉬익. 바람 소리 또는 새가 나는 소리. 참고로, 서경(書經) 주서(周書) 진서(秦誓)에 “곰곰이 내 생각해 보니, 만일 한 신하가 정성스럽고 한결같으면서 다른 재주는 없으나 그 마음이 곱고 고와 용납함이 있는 듯하여, 남이 가지고 있는 재주를 자신이 소유한 것처럼 여기며, 남이 낸 훌륭하고 성스러운 계책을 마음속으로 좋아하되, 자기 입에서 나온 것보다도 더 좋아한다면, 이는 남을 포용하는 덕이 있는 사람이라, 나의 자손과 백성들을 보호할 것이니, 또한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昧昧我思之, 如有一介臣, 斷斷猗無他技, 其心休休焉, 其如有容, 人之有技, 若己有之; 人之彦聖, 其心好之, 不啻如自其口出, 是能容之, 以保我子孫黎民, 亦職有利哉!]”라고 하였는데, 그 주석에 “휴휴(休休)는 ‘평이하고 솔직하여 선을 좋아한다.[易直好善]’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또, 당(唐)나라 때 시인 사공도(司空圖)가 만년에 벼슬을 사퇴하고 중조산(中條山) 왕관곡(王官谷)에 정자를 짓고 은거하면서 이 정자를 삼휴정(三休亭) 또는 휴휴정(休休亭)이라 칭하였는데, 그가 지은 휴휴정기(休休亭記)에 “재주를 헤아려보니 첫 번째 마땅히 쉬어야 할 일이요, 분수를 헤아려보니 두 번째 마땅히 쉬어야 할 일이요, 늙고 또 귀가 어두우니 세 번째 마땅히 쉬어야 할 일이다.[蓋量其才一宜休, 揣其分二宜休, 耄且聵三宜休.]”라고 하였다. 후에 이로 인해 관직에서 은퇴하는 것을 삼휴(三休)라 하였다. 전하여 관직에서 은퇴(隱退)한 것을 의미한다.
【譯文】 自悟了了, 自得休休.
事物道理因爲他人言語而領悟的人, 有所領悟依然有些迷惑, 總是比不上自己領悟那樣淸楚明白 ; 意境興致隨從外界情境而得到的人, 有所得到依然有些失卻, 總是比不上自有心得那樣安閑快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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