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고를 당하여 허둥대지 않으려면
평상시의 생각을 굳건히 지녀야 하고
죽음에 임하여 연연하지 않으려면
살아서의 일들을 가벼이 여겨야 한다.
欲遇變而無倉忙, 須向常時念念守得定.
욕우변이무창망, 수향상시념념수득정.
欲臨死而無貪戀, 須向生時事事看得輕.
욕임사이무탐련, 수향생시사사간득경.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修身수신>
- 우변[遇變] 변고(變故)를 만나다.
- 변고[變故] 재변(災變)이나 사고(事故). 갑작스러운 재앙이나 사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좋지 않은 일.
- 창망[倉忙] 황급하다. 부산하다. 바쁘다.
- 상시[常時]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 때. 임시가 아닌 관례대로의 보통 때. 참고로, 두보(杜甫)의 글 추술(秋述)에 “가을에 내가 여행 도중에 장안에서 병을 앓게 되었는데, 고기를 키울 수 있을 만큼 비가 많이 내리고 걸상에도 푸른 이끼가 낄 지경이었다. 그런데 옛날에는 비가 오면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비가 와도 오는 사람이 없다.[秋, 杜子臥病長安旅次, 多雨生魚, 靑苔及榻, 常時車馬之客, 舊雨來, 今雨不來.]”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소식(蘇軾)의 희자유(戱子由)에 “완구 선생은 산처럼 체구가 큰데, 완구의 학사는 작기가 배 만하네. 늘 머리 숙이고 책을 읽다가, 홀연 기지개를 켜면 천장에 머리 부딪친다.[宛丘先生長如丘, 宛丘學舍小如舟. 常時低頭誦經史, 忽然欠伸屋打頭.]”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염념[念念] 늘 마음에 둠. 매우 짧은 시간. 여러 가지 생각. 염(念)은 본래 ‘찰나(刹那)’의 뜻이며, 염념(念念)은 짧은 시간(時間)에도 늘 잊지 아니하고 생각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참고로, 능엄경(楞嚴經)에 “나의 이 무상하여 변하여 무너지는 몸이 비록 멸한 적이 없지만, 내가 살펴보건대 지금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 변천하고 있으며 새록새록 머물지 않는 것이 마치 불이 재가 되어 점점 사그라지는 것과 같다.[我此無常變壞之身, 雖未曾滅, 我觀現前念念遷謝, 新新不住, 如火成灰, 漸漸消殞.]”라고 한 데서 보인다. ‘찰나의 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은 능엄경의 각종 주석서에서 앞 문장과 같은 취지의 설명을 할 때 자주 보인다. 또, 논어(論語) 위정(爲政)에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吾十有五而志干學]”라는 공자의 말이 있는데, 그 주석에서 “여기에서 말한 학문은 곧 대학(大學)의 도(道)이다. 여기에 뜻을 두면 생각하고 생각함이 여기에 있어서 하기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此所謂學, 卽大學之道也. 志乎此則念念在此, 而爲之不厭矣.]”라고 하였다.
- 수득[守得] 지켜 얻다. 지켜내다. 유지하다. 얻어내다. ‘得’은 동사 뒤에 붙어 그 동작이 거침없이 가능한 것을 나타낸다. 참고로, 심경부주(心經附註) 권2 대학(大學) 정심장(正心章)에, 장재(張載)가 “마음을 바로잡는 초기에는 응당 자신의 마음을 엄한 스승으로 삼아서 동작함이 있을 때마다 두려워할 줄을 알아야 한다. 1, 2년 동안 이렇게 하는 사이에 지킴이 견고해지면 자연히 마음이 바루어질 것이다.[正心之始, 當以己心爲嚴師, 凡有動作, 則知所懼. 如此一二年間, 守得牢固, 則自然心正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득정[得定] 안정되다. ~得定은 보어로, 어떤 상태의 안정 또는 확정을 나타낸다. 선정(禪定)에 들다.
- 견정[堅定] 확고하다. 굳다. 꿋꿋하다. 부동(不動)하다. 굳히다. 확고히 하다. 견고히 하다.
- 임사[臨死] 죽을 고비에 이름. 죽을 고비에 임(臨)함. 참고로, 명(明)나라 원황(袁黃)의 요범사훈(了凡四訓) 제2편 개과지법(改過之法)에 “하나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는 한, 하늘에 가득한 악도 회개할 수가 있는 법이다. 옛사람 중에는 일생 동안 악을 행하다가 죽음에 임박하여 참회하며 하나의 선한 생각을 일으켜서 마침내 선종을 얻은 사람도 있다. 한 생각을 굳세게 다듬으면, 백년의 악도 씻을 수가 있으니, 이를 비유하건대 천년 동안 어두웠던 골짜기에 등불 하나가 켜지면 그 즉시로 천년 동안의 암흑이 모두 물러나는 것과 같다.[一息尙存, 彌天之惡, 猶可悔改. 古人有一生作惡, 臨死悔悟, 發一善念, 遂得善終者. 謂一念猛厲, 足以滌百年之惡也. 譬如千年幽谷, 一燈纔照, 則千年之暗俱除.]”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탐련[貪戀] 연연해하다. 미련을 갖다. 몹시 그리워하다. 몹시 서운해하다. 지위를 탐하고 봉록을 선모하는 것.
- 생시[生時] 살아 있는 동안. 자지 않고 깨어 있을 때. 자거나 취(醉)하지 아니하고 깨어 있을 때. 태어난 시간.
- 사사[事事] 모든 일. 일마다. 이 일 저 일. 만사. 일을 열심히 행함. 어떤 일에 종사하다. 일을 하다. 참고로, 서경(書經) 열명 중(說命中)에서 “일에 종사함이 바로 대비가 있는 것이니, 대비가 있으면 근심할 것이 없다.[惟事事, 乃其有備, 有備無患.]”라고 하였고, 명(明)나라 설선(薛瑄)의 독서록(讀書錄 권4에 “마음속으로 망녕되이 생각하지 않으면 온 마음이 모두 천리이고, 몸을 망녕되이 움직이지 않으면 온 몸이 모두 천리이고, 일을 망녕되이 행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모두 천리일 것이다.[心不妄思, 一心皆天理; 身不妄動, 一身皆天理; 事不妄爲, 事事皆天理.]”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간득[看得] ~ (볼)할 수 있다. 보자 하니. 볼 수 있다. ‘得’은 동사 뒤에 붙어 그 동작이 거침없이 가능한 것을 나타낸다.
- 경담[輕淡] 대수롭지 않다. 시들하다. 경미하다. 가볍다. 희미하다.
【譯文】 念念守定, 事事看輕.
想要遭遇變故而毫無倉促慌忙, 應當面對平常時候每個心念守護得堅定 ; 想要面臨死亡而毫無貪惜留戀, 應當面對活著時候每件事情看待得輕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