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으로 세상을 살아감에는
남에 대해 함부로 희노를 드러내서는 안 되니
기쁨과 분노를 가벼이 드러내면
다른 사람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게 되고
사물에 대한 애증이 깊어서는 안 되니
좋아하고 싫어함이 심하다보면
의지와 정신이 모두 사물의 지배를 받게 된다.
士君子之涉世,
사군자지섭세,
於人不可輕爲喜怒, 喜怒輕, 則心腹肝膽皆爲人所窺.
어인불가경위희노, 희노경, 즉심복간담개위인소규.
於物不可重爲愛憎, 愛憎重, 則意氣精神悉爲物所制.
어물불가중위애증, 애증중, 즉의기정신실위물소제.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應酬응수>
- 사군자[士君子] 지식인(知識人). 지도층(指導層). 교양과 인격이 높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덕행이 높고 학문에 통달한 사람. 학문이 깊고 덕행이 높은 사람. 학문이 있으면서 품성(品性)과 덕(德)이 고상한 사람. 학식(學識)이 있고 후덕(厚德)한 사람. 사(士) 가운데 재덕(才德)이 있는 사람. 상류 사회인. 지식인. 상류 계층의 인물. 관료 및 기타 지위가 있는 향신(鄕紳), 독서인(讀書人) 등을 말한다.
- 섭세[涉世] 세상(世上)을 살아나감. 세상을 살아가다. 세상 물정을 겪다. 세상 경험을 쌓다. 세상사를 겪다. 세상일을 경험하다. 당언겸(唐彦謙)의 시 제삼계(第三溪)에 “세상일 꿈 같단 걸 일찍부터 알아서, 봄비 내린 뒤 때 산밭 가는 걸 버려둘 수 없었네.[早知涉世眞成夢, 不棄山田春雨犁.]”라고 하였다.
- 희노[喜怒] 기쁨과 분노. 기쁨과 노여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참고로, 중용장구(中庸章句) 첫 부분에 “희로애락의 감정이 아직 발동되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 하고, 발동해서 모두 절도에 맞게 되는 것을 화라고 한다.[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라고 하였다.
- 심복[心腹] 심장과 배. 가슴과 배. 무슨 일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충성스러운 부하. 매우 필요하여 없어서는 안 될 사물(事物). 썩 가까워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 주(主)로 아랫사람을 두고 쓰는 말임. 충심(衷心)으로 기뻐하며 성심(誠心)을 다하여 순종(順從)함. 참고로, 사마광(司馬光)이 <당론(唐論)>에서 천보(天寶) 연간 이후의 현종(玄宗)의 정사에 대해 “종기가 심복(心腹)에서 곪는데도 깨닫지 못하고 시랑 같은 무장들이 변의 번진(藩鎭)에서 활개를 치는데도 알지 못하다가 하루아침에 변란이 소홀히 여긴 곳에서 생겨나 변방에서 군사가 일어나자 묘당에서는 격문을 들고는 정신을 못 차리고 맹장들은 쳐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속수무책이었다.[癰疽結于心腹而不悟, 豺狼游于籓籬而不知, 一旦變生所忽, 兵起邊隅, 廟堂執檄而心醉, 猛將望塵而束手.]”라고 한 데서 보이고, 유종원(柳宗元)의 유하동집(柳河東集) 권34 보최암수재논위문서(報崔黯秀才論爲文書)에 “내 일찍이 가슴앓이와 배앓이를 해서 토탄 덩어리를 먹고 싶어 하고 시고 짠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았는데 못 먹게 하면 크게 슬퍼하였다.[吾嘗見病心腹人, 有思啗土炭嗜酸鹹者, 不得則大戚.]”라고 한 데서 보이고, 후한서(後漢書) 진번전(陳蕃傳)에 “나라 밖에 왜구나 도적이 있는 것은 사지에 든 병과 같지만, 나라 안의 정치가 잘 다스려지지 않는 것은 가슴이나 배에 생긴 병과 같다.[寇賊在外, 四支之疾, 內政不理, 心腹之疾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간담[肝膽] 간과 쓸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 속마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간담(肝膽)은 인체 내의 두 기관이다. 담(膽)이 간부(肝府)에 속하여 간과 담은 서로 친근한 사이를 비유한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이화(李花)에 “맑고 찬 기운 뼈에 사무쳐 간담을 일깨우니, 일생의 사려에 사념을 일으킬 수 없구려.[淸寒瑩骨肝膽醒, 一生思慮無由邪.]”라고 한 데서 보이고,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다른 것을 기준으로 보면 간과 쓸개도 그 차이가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고, 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다.[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회남자(淮南子) 숙진훈(俶眞訓)에 “다르다는 관점에서 보면 간담도 호월이 되고, 같다는 시각에서 보면 만물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自其異者視之 肝膽胡越 自其同者視之 萬物一圈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애증[愛憎] 사랑함과 미워함. 사랑과 미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 애오(愛惡). 증애(憎愛).
- 의기[意氣] 기세(氣勢)가 좋은 적극적인 마음.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마음이나 기개. 뜻을 이루어 만족해하는 마음이나 기개. 표정이나 태도 등을 통해 드러나는 기색. 사람이 타고난 기개(氣槪)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模樣). 장(壯)한 마음. 득의(得意)한 마음. 기상(氣像). 호기(豪氣)와 기개(氣槪).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부풍호사가(扶風豪士歌)에 “부풍의 호걸스러운 선비 천하에 뛰어나니, 의기가 서로 통하면 산을 옮길 수 있네.[扶風豪士天下奇, 意氣相傾山可移.]”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증왕이십사시어계사십운(贈王二十四侍御契四十韻)에 “애당초 의기가 서로 부합하여, 곧장 성정의 진실함을 취하였네.[由來意氣合, 直取性情眞.]”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정신[精神]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 마음의 자세나 태도.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意義)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 사물에 접착하는 마음. 신사(神思). 성령(聖靈). 의식(意識). 근기(根氣). 기력(氣力). 참고로, 주자어류(朱子語類) 권8 학2(學二) 총론위학지방(總論爲學之方)에 주희(朱熹)가 이르기를 “양기가 발하는 곳에서는 무쇠나 바위도 뚫을 수가 있으니 정신이 하나로 모이면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는가.[陽氣發處, 金石亦透, 精神一到, 何事不成?]”라고 하였다.
【譯文】 勿輕喜怒, 勿重愛憎.
讀書人的接觸社會, 對於他人不可輕易表現喜歡憤怒, 輕易喜歡憤怒, 內心情感就全都被他人窺見 ; 對於事物不可過分重視喜愛憎恨, 重視喜愛憎恨, 意識情緒就全都被事物制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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