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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붙어 살지 마라[蒼蠅附驥창승부기 蔦蘿依松조라의송] <소창유기/채근담>


쉬파리가 천리마 꼬리에 붙으면

빠르기야 빨리 가겠지만

꽁무니에 붙었다는 수치를 떨치기 어렵고

더부살이가 소나무에 의지하면

높기야 높이 오르겠지만

오르고자 빌붙었다는 수치는 면키 어렵다.

이에 군자는 풍상을 스스로 껴안을지언정

어항 속의 물고기나 조롱 속의 새처럼

살기 위해 남에게 의탁하지 않는다.


蒼蠅附驥,  捷則捷矣,  難辭處後之羞.
창승부기,  첩즉첩의,  난사처후지수.
蔦蘿依松,  高則高矣,  未免仰攀之恥.
조라의송,  고즉고의,  미면앙반지치.
所以君子寧以風霜自挾,  毋爲魚鳥親人.
소이군자영이풍상자협,  무위어조친인.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峭초>


  • 창승[蒼蠅]  쉬파리. 쉬파릿과의 곤충(昆蟲)을 통틀어 이르는 말. 전하여, 무고로 다른 사람에게 죄를 씌우기 위해 모함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참고로, 시경(詩經) 소아(小雅) 청승(靑蠅)에 “앵앵거리는 쉬파리가 울타리에 앉았도다. 화락한 군자여, 참소하는 말을 믿지 마라.[營營靑蠅, 止于樊, 豈弟君子, 無信讒言.]”라고 하였는데, 정현(鄭玄)의 전(箋)에 “파리라는 곤충은 흰 것을 더럽혀서 검게 만들고 검은 것을 더럽혀서 희게 만드니, 아첨하는 사람이 선과 악을 변란시키는 것을 비유하였다.[蠅之爲蟲, 汙白使黑, 汙黑使白, 喩佞人變亂善惡也.]”라고 하였고, 주희(朱熹)의 주(註)에 “앵앵거리며 나는 소리는 사람의 청각을 혼란시키고, 쉬파리는 더러워 흑색과 백색을 변란시킨다.[營營, 往來飛聲, 亂人聽也. 靑蠅汚穢, 能變白黑.]”라고 하였다. 또, 시경(詩經) 제풍(齊風) 계명(雞鳴)에 “닭이 이미 울었으니 조정에 신하가 가득합니다 하니, 닭이 우는 것이 아니라 창승의 소리로다.[雞旣鳴矣, 朝旣盈矣. 匪雞則鳴, 蒼蠅之聲.]”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창승부기미[蒼蠅附驥尾]  쉬파리가 천리마(千里馬)의 꼬리에 붙음. 쉬파리가 준마(駿馬) 꼬리에 붙으면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다는 뜻에서, 전하여 학덕(學德)이 높은 이와 종유(從遊)함으로써 큰 명성을 얻게 됨. 또는, 후배(後輩)가 선배(先輩)에게 의지하여 명성(名聲)을 얻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기(史記) 권61 백이열전(伯夷列傳)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비록 어질었으나 공자(孔子)를 만나서 이름이 더욱 드러났고, 안연(顔淵)이 비록 학문에 독실했으나 천리마 꼬리에 붙어서 행실이 더욱 드러났다.[伯夷叔齊雖賢, 得夫子而名益彰; 顔淵雖篤學, 附驥尾而行益顯.]”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는데, 당(唐)나라 사마정(司馬貞)의 주(注)에 “쉬파리가 천리마 꼬리 끝에 붙어서 천 리를 가는 것은 안회(顔回)가 공자를 인하여 이름이 드러난 것을 비유한 것이다.[蒼蠅附驥尾而致千里, 以譬顔回因孔子而名彰也.]”라고 하였다. 참고로 왕세정(王世貞)의 엄주속고(弇州續稿) 권153 제태사이문정공문(祭太師李文定公文)에 “불초한 소자가, 남궁에서 천리마 꼬리에 붙었는데, 나는 공을 숙부라 부르고, 공은 나를 아우로 대하였다네.[小子不類, 南宮附驥. 余曰叔父, 公乃弟視.]”라고 하였고, 한(漢)나라 왕포(王褒)의 사자강덕론(四子講德論)에 “모기는 하루 종일 팔딱거려도 계단 하나 뛰어넘지 못하지만, 천리마 꼬리에 붙어 있으면 천리를 함께 치달릴 수도 있고, 기러기 날개를 더위잡으면 사해를 날아갈 수도 있으니, 내가 비록 우둔하긴 하지만 그대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夫蚊蝱終日經營, 不能越階序, 附驥尾, 則涉千里 ; 攀鴻翮, 則翔四海. 僕雖頑嚚, 願從足下.]”라고 하였다.
  • 조라[蔦蘿]  겨우살이덩굴과 댕댕이덩굴. 겨우살잇과에 속한 상록 관목. 참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등에 기생한다. 잎은 두껍고 가지는 둥글고 황록색이며, 봄에 황색 꽃이 핀다. 나무에 해를 주지만 약용한다. 참고로, 시경(詩經) 소아(小雅) 기변(頍弁)에 “새삼 덩굴과 더부살이, 소나무 잣나무에 뻗어 있네.[蔦與女蘿, 施于松柏.]”라고 하였는데, 집전(集傳)에서 “이는 형제와 친척들이 이에 의지하여 화목한 생활을 할 수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以比兄弟親戚纏綿依附之意.]”라고 하였다.
  • 앙반[仰攀]  위로 기어오르다. 지위가 높은 사람과 교제하거나 인척 관계를 맺다.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과 교제하거나 인척 관계를 맺다. 고반(高攀). 빌붙다.
  • 풍상[風霜]  바람과 서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 모질게 겪은 세상의 고생이나 고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어렵고 고생스러운 세상살이를 가리킨다. 고되고 수고로운 것을 가리킨다. 고결한 정절을 가리킨다. 세월의 변천을 가리킨다. 바람과 서리처럼 엄숙하고 맹렬함을 상징하는 뜻에서 불법(不法)을 규탄하는 준열(峻烈)한 법관(法官)의 풍도를 이른다. 준엄하고 엄숙하게 시문을 짓는 것을 비유한다. 참고로,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날씨가 추워지고 나야 송백이 가장 늦게 시드는 것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라고 하여 군자(君子)의 꼿꼿한 지조(志操)를 비유하였고, 북제서(北齊書) 문양제기(文襄帝紀)에서 “두 대의 군주를 거치면서 위험하고 어려운 일들을 겪었는데, 온갖 풍상을 피하지 않았기에 오늘날의 부귀와 영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綿歷二紀, 犯危履難, 豈避風雪, 遂得富貴當年, 榮華身世.]”라고 하였고, 서경잡기(西京雜記) 권3에 한나라의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홍렬(鴻烈) 21편을 편찬하고는 “글자마다 모두 풍상의 기운을 담고 있다.[字中皆挾風霜]”라고 자부한 고사가 있고, 당(唐)나라 왕유(王維)의 춘계문답(春桂問答)에 “봄 계수나무에게 묻기를, 복사꽃 오얏꽃이 한창 흐드러져서, 어디를 가나 봄빛으로 가득한데, 그대는 무슨 일로 홀로 꽃이 없는가. 봄 계수나무가 대답하기를, 봄꽃이 어찌 오래갈 수 있으리오. 바람과 서리에 흔들려 떨어질 때, 나 홀로 빼어남을 그대는 모르는가.[問春桂, 桃李正芳華, 年光隨處滿, 何事獨無花? 春桂答, 春華詎能久? 風霜搖落時, 獨秀君知不?]”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寧以自挾,  毋爲親人.
蒼蠅叮附馬尾,  迅捷雖然迅捷了,  難以推辭處在後面的羞愧  ;  蘿蔦依附松樹,  高標雖然高標了,  未能免除仰仗攀附的恥辱.  所以有德行的人寧可在風霜雨雪中自我扶挾,  不要作爲花鳥魚蟲親近他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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