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 남을 구제하고 사물을 이롭게 함에는
실질에 근거해야지 명분만 내세워서는 안 되니
명분만 내세우다보면 덕이 손상되고
지도층이 나라를 근심하고 백성을 위함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야지 말만 내세워서는 안 되니
말만 내세우다보면 비방이 찾아온다.
士君子濟人利物, 宜居其實, 不宜居其名, 居其名則德損.
사군자제인이물, 의거기실, 불의거기명, 거기명즉덕손.
士大夫憂國爲民, 當有其心, 不當有其語, 有其語則毁來.
사대부우국위민, 당유기심, 부당유기어, 유기어즉훼래.
<菜根譚채근담/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應酬응수>
<格言聯璧격언련벽/從政類종정류>
※ 격언연벽(格言聯璧)에는 ‘士君子’가 ‘士大夫’로 되어 있다.
- 사군자[士君子] 지식인(知識人). 교양과 인격이 높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덕행이 높고 학문에 통달한 사람. 학문이 깊고 덕행이 높은 사람. 학문이 있으면서 품성(品性)과 덕(德)이 고상한 사람. 학식(學識)이 있고 후덕(厚德)한 사람. 사(士) 가운데 재덕(才德)이 있는 사람. 상류 사회인. 지식인. 상류 계층의 인물. 관료 및 기타 지위가 있는 향신(鄕紳), 독서인(讀書人) 등을 말한다.
- 제인[濟人] 남을 돕다. 다른 사람을 구제하다. 다른 사람을 구조하는 것을 가리킨다.
- 이물[利物] 만물을 이롭게 함. 사물을 이롭게 함. 참고로,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군자가 인을 체행함이 남의 우두머리가 될 만하며 모임을 아름답게 함이 족히 예에 합하며 물건을 이롭게 함이 족히 의에 조화되며, 정고함이 족히 일의 근간이 될 수 있다.[君子體仁足以長人, 嘉會足以合禮, 利物足以和義, 貞固足以幹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실질[實質] 형식이나 외모가 아닌 실제를 이루는 바탕. 실제(實際)로 있는 본바탕.
- 명분[名分] 명위(名位)와 신분(身分). 명위(名位)와 신분(身分)에 맞는 예의(禮儀)와 제도(制度). 이름과 그에 따르는 내용·직분 또는 인륜상의 분한(分限)·본분(本分). 신분이나 이름에 걸맞게 지켜야 할 도리. 군신, 부자, 부부가 서로 지켜야 하는 도덕상의 일. 명목이 구별된 대로 그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나 분수. 일을 하기 위해 겉으로 제시하는 이유나 구실.
- 사대부[士大夫] 사(士)와 대부(大夫)를 아울러 이르던 말. 벼슬이나 문벌(門閥)이 높은 집안의 사람을 이르던 말. 문무(文武) 양반층(兩班層)을 일반 평민층(平民層)에 상대하여 이르던 말. 사(士)와 대부(大夫)라는 뜻으로, 관직이 있는 사람이나 군대의 장교 등을 의미하거나 우리나라에서는 글 읽는 선비[士]와 벼슬하는 관리[大夫] 등의 개념으로 문벌(門閥)이 높은 집안의 사람인 사족(士族)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참고로, 이정유서 하(二程遺書下) 군신(君臣)에 “인주(人主)가 하루 사이에 어진 사대부들을 접견하는 때가 많고 환관과 궁첩을 가까이하는 때가 적으면 기질(氣質)을 함양하여 덕성(德性)을 훈도할 수 있다.[人主一日之間, 接賢士大夫之時多, 親宦官宮妾之時少, 則可以涵養氣質, 而薰陶德性.]”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우국[憂國] 나랏일을 근심하고 염려(念慮)함. 나라를 근심하고 염려함. 참고로,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진등전(陳登傳)에, 허사(許汜)가 유비(劉備)에게 진등이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하지 않고 주인인 자신은 높은 와상(臥牀)으로 올라가 눕고, 손님인 자기는 아래 와상에 눕게 한 일을 말하자, 유비가 “그대는 국사의 명망을 지닌 사람으로,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져서 임금이 처소를 잃은 판이라, 그대에게 오직 나라를 걱정하고 자신을 잊어서 온 세상을 구제할 뜻이 있기를 바란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전답이나 살 집을 구하고 다닐 뿐, 아무런 채택할 만한 말이 없었으니, 원룡이 이것을 꺼렸던 것이다. 어찌 그대와 말할 가치가 있었겠는가. 나 같았으면 자신은 백 척 누각 위로 올라가 눕고, 그대는 땅바닥에 눕게 했을 것이다. 어찌 와상을 위아래의 차이로만 하였겠는가.[君有國士之名, 今天下大亂, 帝主失所, 望君憂國忘家, 有救世之意, 而君求田問舍, 言無可采, 是元龍所也, 何緣當與君語. 如小人, 欲臥百尺樓上, 臥君於地, 何但上下牀之間耶.]”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위민[爲民] 백성(百姓)을 위함.
- 훼래[毁來] 헐뜯음이 온다. 비방이 온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원훼(原毁)에 “일을 잘 다스리면 비방이 일어나고, 덕이 높으면 훼방이 온다.[事修而謗興 德高而毁來]”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濟世居實, 爲民用心.
讀書的人救濟他人利益萬物, 應當落實他的實行, 不應當留意他的名聲, 留意名聲就會品德損害 ; 做官的人憂勞國事爲了人民, 應當懷有他的眞心, 不應當只有他的言語, 只有言語就有貶毁到來.[士大夫救助接濟別人, 應該落在實處, 而不應追求名聲, 追求名聲就會損害道德 ; 士大夫憂國事愛百姓, 應該發諸真心, 而不應滿口空談, 滿口空談, 就會招來毀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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