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天下)의 합종(合從)이 이루어지자 조(趙)나라에서 위가(魏加)를 초(楚)나라 춘신군(春申君)에게 보내 말하게 하였다.
“군(君)께서는 장군으로 임명할 적임자가 있으십니까?”
춘신군(春申君)이 말하였다.
“있습니다. 나는 임무군(臨武君)을 장군으로 임명할 생각입니다.”
위가(魏加)가 말하였다.
“저는 어릴 때 활쏘기를 좋아했습니다. 활쏘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춘신군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위가가 말하였다.
“어느 날 경리(更羸)가 위왕(魏王)과 경대(京臺) 아래에 서 있는데, 하늘을 나는 새가 보였습니다. 경리가 위왕에게 ‘신이 왕을 위해 활의 빈 시위만 잡아당겨 새를 떨어뜨려보겠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위왕이 ‘활 쏘는 기술이 그런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까?’라고 하자, 경리가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동쪽에서 기러기가 날아왔습니다. 경리가 빈 활시위를 당기자 그 기러기가 떨어졌습니다. 위왕은 ‘활쏘기가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다니 대단하군요.’라고 하며 감탄하였습니다. 그러자 경리는 ‘저 기러기는 상처를 입어 두려움이 있는 기러기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위왕이 ‘선생은 그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라고 묻자, 경리는 ‘나는 것이 조용하고 울음소리가 슬퍼보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것이 조용한 것은 옛 상처가 아프기 때문이며, 울음소리가 슬픈 것은 오랫동안 무리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 상처가 아물지 않고, 게다가 공포심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활시위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높이 날아 화살을 피하려다가 옛 상처가 도져 떨어진 것입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로 보건대, 지금 임무군(臨武君)은 일찍이 진(秦)나라와 싸워 패한 바가 있으니, 진나라를 막아 싸울 장수로서 마땅치 않습니다.”
【戰國策전국책 : 楚策초책(4)】
天下合從, 趙使魏加見楚春申君曰: “君有將乎?” 曰: “有矣. 僕欲將臨武君.” 魏加曰: “臣少之時好射, 臣願以射譬之, 可乎?” 春申君曰: “可.” 加曰:“異日者, 更羸與魏王處京臺之下, 仰見飛鳥, 更羸謂魏王曰: ‘臣爲王引弓虛發而下鳥.” 魏王曰: ‘然則射可至此乎?’ 更羸曰: ‘可’. 有閒, 鴈從東方來, 更羸以虛發而下之. 魏王曰: ‘然則射可至此乎?’ 更羸曰: ‘此孽也.’ 王曰: ‘先生何以知之?’ 對曰: ‘其飛徐而鳴悲. 飛徐者, 故瘡痛也; 鳴悲者, 久失羣也. 故瘡未息而驚心未至也, 聞弦音引而高飛, 故瘡隕也.’ 今臨武君嘗爲秦孽, 不可爲拒秦之將也.” <戰國策 : 楚策(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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