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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지 마라 [不著不染불착불염 物我兩忘물아양망] <채근담/취고당검소>


오색 붓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려도

붓은 바래지 않고 허공 또한 물들지 않으며

잘 드는 칼로 물을 베어도

칼날은 무뎌지지 않고 물 또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이 의미를 깨달아 몸가짐하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느낌과 반응이 모두 적절하고 마음과 외경을 함께 잊게 될 것이다.


彩筆描空,  筆不落色,  而空亦不受染.
채필묘공,  필불낙색,  이공역불수염.
利刀割水,  刀不損鍔,  而水亦不留痕.
이도할수,  도불손악,  이수역불유흔.
得此意以持身涉世,  感與應俱適,  心與境兩忘矣.
득차의이지신섭세,  감여응구적,  심여경양망의.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靈영>

※ 취고당검소와 소창유기에는 “彩筆描空, 筆不落色, 而空亦不受染;利刀割水, 刀不損鍔, 而水亦不留痕.”이라고만 되어 있다.


  • 채필[彩筆/綵筆]  채색 붓. 여러 가지 색깔을 칠하는 데에 쓰는 붓. 채색(彩色)하는 데 쓰는 붓. 채색을 묻힌 붓으로 그린 흔적. 그림 그리는 솜씨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기막히게 뛰어난 문재(文才). 뛰어난 시문. 문재(文才)를 마음껏 발휘하게 하는 멋진 붓. 채필(彩筆)은 오채필(五彩筆)의 준말로, 뛰어난 시문(詩文)의 재질을 의미한다. 남조(南朝) 양(梁)나라 때 문장가인 강엄(江淹)은 송(宋), 제(齊), 양(梁) 3조(朝)에 걸쳐서 문명을 떨쳤다.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 오색 붓을 주는 꿈을 꾼 뒤로 문사(文思)가 크게 진보했는데, 만년에 야정(冶亭)에서 잠을 자는데 자칭 곽박(郭璞)이라는 사람이 와서 이르기를 ‘내게 붓이 있었는데, 경(卿)한테 가있은 지가 오래되었으니 돌려주어야겠다.’라고 하므로, 자기 품속에서 오색필(五色筆)을 꺼내어 그에게 돌려준 꿈을 꾸었는데, 그 후로는 좋은 시문(詩文)을 전혀 짓지 못하자 당시 사람들이 문재가 다하였다고 여겼다[又嘗宿於冶亭, 夢一丈夫自稱郭璞, 謂淹曰: ‘吾有筆在卿處多年, 可以見還.’ 淹乃探懷中得五色筆一以授之. 爾後為詩絕無美句, 時人謂之才盡.]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채색 붓이란 곧 뛰어난 문재(文才)를 의미한다. <南史 卷59 江淹列傳> <梁書 卷14 江淹列傳> <太平御覽 卷398 人事部39 吉夢下> 또, 오대(五代) 왕인유(王仁裕)의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 권2 몽필두생화(夢筆頭生花)에 “이태백이 어릴 적에 쓰던 붓끝에서 꽃이 피어나는 꿈을 꾸었는데, 이 뒤로 천부적인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李太白少時, 夢所用之筆頭上生花, 後天才贍逸, 名聞天下.]”는 채필생화(綵筆生花)의 고사도 있다. <南史 卷59 江淹傳> <開元天寶遺事 夢筆頭生花>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당도조염소부분도산수가(當塗趙炎少府粉圖山水歌)에 “명공이 깊이 연구하여 채필을 휘둘러서, 산을 몰고 바다를 달려 눈앞에 갖다 놓았네.[名公繹思揮彩筆 驅山走海置眼前]”라고 한 데서도 보인다.<太平御覽 卷398> <開元天寶遺事 卷2 夢筆頭生花> 강엄필(江淹筆). 강엄몽필(江淹夢筆).
  • 낙색[落色]  퇴색하다. 색이 바래다. 의복 따위가 퇴색하다. 의복 따위가 바래다.
  • 이도[利刀]  날이 날카롭고 썩 잘 드는 칼. 잘 드는 칼. 예리한 칼.
  • 지신[持身]  제 몸의 처신(處身). 지신하다. 처신하다. 몸가짐을 하다. 지궁(持躬).
  • 섭세[涉世]  세상(世上)을 살아나감. 세상을 살아가다. 세상 물정을 겪다. 세상 경험을 쌓다. 세상사를 겪다. 세상일을 경험하다. 당언겸(唐彦謙)의 시 제삼계(第三溪)에 “세상일 꿈 같단 걸 일찍부터 알아서, 봄비 내린 뒤 때 산밭 가는 걸 버려둘 수 없었네.[早知涉世眞成夢, 不棄山田春雨犁.]”라고 하였다.
  • 감응[感應]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 움직임. 믿거나 비는 정성이 신령에게 통함. 신이 어떤 사람의 마음이나 정성에 감동을 받음. 전기나 자기를 띤 물체의 영향으로 다른 물체가 전기나 자기를 띠게 됨. 또는 그 현상. 참고로, 주역(周易) 함괘(咸卦) 단(彖)에 “유(柔)가 위에 있고 강(剛)이 아래에 있어서 두 기운이 감응하여 서로 친해서 그치고 기뻐하며 남자가 여자에게 낮춘다. 이 때문에 형통하여 정함이 이로우니, 여자를 취하면 길(吉)한 것이다.[柔上而剛下, 二氣感應以相與, 止而說, 男下女. 是以亨利貞取女吉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서경이자가(徐卿二子歌)에 “그대는 못 보았나 서경의 두 아들 뛰어나게 잘난 것을, 길한 꿈에 감응하여 연이어 태어났네. 공자와 부처가 친히 안아 보내주었으니, 두 아이는 모두가 천상의 기린아일세.[君不見徐卿二子生絶奇, 感應吉夢相追隨, 孔子釋氏親抱送, 竝是天上麒麟兒.]”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구적[俱適]  모두 같다. 서로 맞다. 모두 맞다.
  • 전일[專一]  마음을 오로지 한 곳에만 씀. 마음과 힘을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씀.
  • 심경[心境]  마음의 상태 또는 마음의 경지(境地)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가한 마음과 무위의 심경, 넉넉하고 한가한 심경, 일 있을 때에 일 없을 때의 심경 등 마음의 상태를 나타낸다.
  • 양망[兩忘]  두 가지를 다 잊음.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샘물이 마르면 물고기들이 땅위에 서로 남게 되어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는데 이는 물이 마르기 전의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지내느니만 못하다. 성군 당요(唐堯)는 찬양하고 폭군 하걸(夏桀)은 비난하는 것 또한 둘 다 잊어버리고 도와 함께 변화하는 것만은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 與其譽堯而非桀也 不如兩忘而化其道]”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박박주(薄薄酒)에 “생전엔 부귀 누리고 사후엔 문장 남긴다 하나, 백 년이 순식간이요 만세가 하 바삐 지나가네. 백이·숙제와 도척의 이름이 모두 덧없는 것이거니, 가장 좋은 건 지금 당장에 한번 취하여, 시비와 우락을 모두 다 잊는 거로세.[生前富貴死後文章, 百年瞬息萬世忙. 夷齊盜跖俱亡羊, 不如眼前一醉, 是非憂樂都兩忘.]”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不著不染,  物我兩忘.
五彩的筆描繪天空,  彩筆沒有退落色彩,  天空也沒有受到渲染  ;  鋒利的刀切割流水,  利刀沒有損壞刀刃,  流水也沒有留下痕跡.  得到這樣的意境用來把持身行涉曆世事,  感觸與應驗完全適合,  心靈與境物兩者一起忘記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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