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따르면서 그 시대의 폐단을 바로잡는 것은
산들바람이 무더위를 가시게 하는 것과 같고
세상에 섞여 살면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스름 달빛이 엷은 구름 뒤에서 비치는 것과 같다.
隨時之內善救時, 若和風之消酷暑.
수시지내선구시, 약화풍지소혹서.
混俗之中能脫俗, 似淡月之映輕雲.
혼속지중능탈속, 사담월지영경운.
<채근담菜根譚/청각본淸刻本(건륭본乾隆本)/응수應酬>
- 수시[隨時] 때에 따라서 함. 그때그때. 때때로. 언제든지. 일정하게 정하여 놓은 때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름. 주역(周易) 관괘(觀卦) 육삼(六三)의 전(傳)에 “때에 따라 나아가고 물러나고 하여 도를 잃지 않기를 바라므로 후회와 허물이 없으니, 순종하기 때문이다.[隨時進退, 求不失道, 故无悔咎, 以能順也.]”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건괘(乾卦) 구사(九四)에 “혹 뛰어오르거나 연못에 있으면 허물이 없으리라.[或躍在淵, 无咎.]”라고 하였고, 주희(朱熹)의 주석에 “때에 따라 나아가고 물러나면 허물이 없는 것이다.[能隨時進退則无咎也.]”라고 하였고, 소옹(邵雍)이 시 용문도중작(龍門道中作) 함련(頷聯)에 “진퇴는 내게 있으니 이미 정한 계획 있고, 용사는 시의를 따르니 일정한 명칭이 없네.[卷舒在我有成算, 用舍隨時無定名.]”라고 하였고, 정이(程頤)가 이천역전(伊川易傳)에 이르기를, “군자는 낮에는 스스로 굳세게 해서 쉬지 않고 어두워질 때가 되면 들어가서 집안에 거처하여 편안히 쉬어 그 몸을 편안하게 하니, 때에 따라 기거해서 그 마땅한 데에 맞춘다.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군자가 낮에는 집안에 있지 않고, 밤에는 바깥에 있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때를 기다리는 도(道)이다.[君子晝則自强不息, 及嚮昏誨, 則入居於內, 宴息以安其身, 起居隨時, 適其宜也. 禮, 君子晝不居內, 夜不居外, 隨時之道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구시[救時/捄時] 당시 사회를 건지다. 구원하다. 당시 사회를 폐단으로부터 건지다. 시폐(時弊)를 바로잡다. 시폐(時弊)는 그 시대(時代)의 폐단(弊端), 나쁜 풍습(風習)을 이른다.
- 화풍[和風] 따뜻한 바람. 부드럽게 솔솔 부는 화창한 바람. 부드러운 바람. 건들바람. 산들바람. 참고로 봄바람은 화풍(和風), 여름바람은 훈풍(薰風), 가을바람은 금풍(金風), 겨울바람은 삭풍(朔風)이라 한다. 근사록(近思錄) 권14 관성현(觀聖賢)에 정자(程子)가 “공자는 천지와 같고, 안자는 온화한 바람, 상서로운 구름과 같으며, 맹자는 태산에 바위가 중첩하듯 우뚝한 기상이다.[仲尼天地也, 顔子和風慶雲也, 孟子泰山巖巖之氣象也.]”라고 하였고, 주희(朱熹)의 명도선생찬(明道先生贊)에 정호(程顥)의 인품을 형용하여 “상서로운 해와 구름이요, 온화한 바람 단비로다.[瑞日祥雲, 和風甘雨.]”라고 하였고, 조비(曹丕)의 등성부(登城賦)에 “봄의 첫 달 정월에, 새해가 시작되니.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고 상쾌하게 만드네.[孟春之月, 惟歲權輿, 和風初暢, 有穆其舒.]”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혹서[酷暑] 몹시 심한 더위. 더위가 심하다.
- 혼속[混俗] 세속에 섞이다. 속세와 어울리다.
- 탈속[脫俗] 속세(俗世)를 벗어남. 속태(俗態)를 벗고 세속(世俗)을 초월함. 탈진(脫塵). 범용(凡庸)에서 넘어섬. 부나 명예와 같은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으로부터 벗어남. 부나 명예와 같은 세속적인 관심사로부터 벗어남. 승려나 수도자가 되어 속세를 떠남.
- 담월[淡月] 으스름한 달. 어슴푸레한 달빛. 불경기인 달. 참고로, 육유(陸游)의 시 시월십사야몽여객분제득조행(十月十四夜夢與客分題得早行)에 “찬 등불 아래 침상에서 식사하고, 작은 시장 근처에서 수레에 기름 치네. 역 문엔 아직도 희미한 달이 떠있고, 길가 나무는 맑은 서리 가득하구나. 관하의 특이한 풍물 눈에 들어오고, 먼 길 앞에 두고 감회가 일어나네. 장부는 힘을 다해 살아가야 하나니, 두 귀밑머리는 시들기 쉽다네.[蓐食寒燈下, 脂車小市傍. 驛門猶淡月, 街樹正淸霜. 觸目關河異, 興懷道路長. 丈夫當自力, 雙鬢易蒼蒼.]”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경운[輕雲] 엷은 구름.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낙신부(洛神賦)에 “구름이 달을 살짝 가리듯 보일락 말락 하고, 바람에 눈꽃이 날리듯 가볍게 나부낀다.[髣髴兮若輕雲之蔽月, 飄飄兮若流風之廻雪.]”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隨時救時, 混俗脫俗.
任何時間內善於匡救時弊, 宛若和緩淸風消除酷熱暑天 ; 混同世俗中能夠超脫塵俗, 好似淡淡月光映射輕薄浮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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