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에 들어가 무언가 이루려 생각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먼저 세속 밖의 풍광을 겪어 알아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더러운 세속의 인연에서 벗어날 수 없고
세속에서 벗어나 물들지 않으려 생각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먼저 세속의 온갖 맛을 겪어 알아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공허와 적막의 괴로운 멋을 지닐 수 없다.
思入世而有爲者, 須先領得世外風光, 否則無以脫垢濁之塵緣.
사입세이유위자, 수선령득세외풍광, 부즉무이탈구탁지진연.
思出世而無染者, 須先諳盡世中滋味, 否則無以持空寂之苦趣.
사출세이무염자, 수선암진세중자미, 부즉무이지공적지고취.
<채근담菜根譚/청각본淸刻本(건륭본乾隆本)/응수應酬>
- 세속[世俗] 보통 사람들이 사는 사회. 사람이 살고 있는 모든 사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세상의 일반적인 풍속. 불가에서 일반 사회를 이르는 말. 당시 사회의 풍속과 유행 등을 가리킨다. 사기(史記) 순리열전(循吏列傳)에 “손숙오가 삼월에 초나라 재상이 되어 정책을 펼치고 백성들을 이끌자 관민이 화합하고 풍속이 충분히 아름다워졌다. 그의 정치는 금지하는 것에도 끝이 있어 가혹하지 않았고, 관리들은 사악하고 그릇된 일을 하지 않았으며 민간에서도 물건을 훔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三月爲楚相, 施敎導民, 上下和合, 世俗盛美, 政緩禁止, 吏無姦邪, 盜賊不起]”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영득[領得] 취득(取得)하여 제 것을 만듦. 취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듦. 사물(事物)의 이치(理致)를 깨달음. 사물의 이치를 이해하여 환하게 알게 되다.
- 풍광[風光]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 자연이나 세상의 모습. 풍경. 경치(景致). 사람의 용모(容貌)와 품격(品格). 참고로, 백거이(白居易)의 시 감춘(感春)에 “늙은이 마음에 봄을 금치 못하니, 풍광은 눈에 비쳐 새롭구나. 꽃부리는 붉은 새의 부리 같고, 못 물결은 푸른 물고기의 비늘 같아라.[老思不禁春, 風光照眼新. 花房紅鳥嘴, 池浪碧魚鱗.]”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서호절구(西湖絶句)에 “필경 서호의 유월은, 풍광이 계절마다 한결같지 않구나. 하늘과 잇닿은 연잎 끝없이 푸르고, 햇살에 비친 연꽃은 유달리 붉구나.[畢竟西湖六月中, 風光不與四時同. 接天蓮葉無窮碧, 映日荷花別樣紅.]”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곡강(曲江)에 “말 전하건대 풍광이 인사와 함께 유전하거니, 잠시 완상하는 것을 서로 어기지 말지어다.[傳語風光共流轉 暫時相賞莫相違]”라고 하였다.
- 경지[境地] 정신이나 몸, 기술 따위가 도달해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단계나 상태. 학문이나 예술 따위에서 일정한 체계로 이루어진 어떤 영역이나 분야. 일정한 경계 안의 땅. 한 곳의 풍치(風致), 환경(環境), 경계(境界)가 되는 땅. 자기의 특성과 체계로 이루어진 분야. 학문, 예술, 인품 따위에서 일정한 특성과 체계를 갖춘 독자적인 범주나 부분.
- 구탁[垢濁] 때 묻어 더러움. 참고로, 한서(漢書) 권99 왕망전(王莽傳)에 “신은 듣건대, 옛날에는 반역한 나라에 대하여 이미 토벌하고 나서는 그의 궁실을 파서 웅덩이로 만들고 더러운 것들을 쏟아 넣어서 흉허(凶墟)라 이름하고, 여기서는 채소가 나더라도 사람들이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臣聞古者叛逆之國, 旣以誅討, 則瀦其宮室以爲汙池, 納垢濁焉, 名曰凶墟, 雖生菜茹, 而人不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진연[塵緣] 속세의 인연. 티끌세상의 인연이란 뜻으로 속세와의 번거로운 인연을 이르는 말. 이 세상의 번거로운 인연 곧 이 세상과의 연분.
- 암진[諳盡] 다 알다. 모두 알다.
- 자미[滋味] 자양분(滋養分)이 많고 좋은 맛, 또는 그러한 음식. 맛. 재미. 흥취. 미미(美味). 자(滋)는 초목(草木) 중의 맛있는 것으로,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증자(曾子)가 말하기를 ‘상중에 병이 있으면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며 반드시 초목의 자미를 먹는다.’라고 하였으니, 생강과 계피 등을 말한 것이다.[曾子曰:喪有疾, 食肉飮酒, 必有草木之滋焉. 以爲薑桂之謂也.]”라고 하였다. 참고로 종영(鍾嶸)은 시품서(詩品序)에 “오언시는 각종 시들 중에서 수위를 차지하며 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음미할 만한 뜻이 풍부하다.[五言居文詞之要, 是衆作之有滋味者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구월일일과맹십이창조십사주부형제(九月一日過孟十二倉曹十四主簿兄弟)에 “청담에서 재미를 보미 그대들과 나이를 잊고 사귈만하네.[淸談見滋味, 爾輩可忘年.]”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공적[空寂] 조용하고 쓸쓸하다. 불변하는 고유한 실체가 없는 상태. 텅 비고 쓸쓸함. 텅 비고 고요함. 조용하고 쓸쓸함. 사물에 자성(自性)이 없고 생멸(生滅)도 없음. 만물이 모두 실체가 없고 상주(常住)가 없음. 우주만물이 형상이 있는 것이나 형상이 없는 것이나 모두 그 실체가 공무(空無)하여 아무것도 생각하고 분별할 것이 없다는 불가(佛家)의 말이다. 공허와 적멸을 주로 하는 불교를 뜻한다.
- 고취[苦趣] 고통. 괴로움. 힘들지만 오히려 즐길 만한 일취. 쓰라린 맛. 씁쓸한 맛.
【譯文】 入脫塵緣, 出持苦趣.
想進入世俗而有所作爲的人, 必須先領略得到世俗以外風光, 否則不可能擺脫垢穢渾濁的塵世因緣 ; 想超出世俗而沒有沾染的人, 必須先諳熟詳盡世俗之中的滋味, 否則不可能把持空虛寂寞的苦惱意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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