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더불어 지냄에는
나중에 쉽사리 멀어지느니보다
처음부터 어렵사리 친해지는 것이 낫고
일을 다루어 처리함에는
뒤늦게 기교로 버텨나가느니보다
미리 우직함으로 지켜나가는 것이 낫다.
與人者, 與其易疏於終, 不若難親於始.
여인자, 여기이소어종, 불약난친어시.
御事者, 與其巧持於後, 不若拙守於前.
어사자, 여기교지어후, 불약졸수어전.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 여인[與人] 남에게 주다. 남에게 베풀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다. 다른 사람과 사귀다. 참고로,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순 임금은 더욱 위대함이 있으니, 선을 남과 함께하여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남을 따르며 남에게서 취하여 선을 행함을 좋아하였다.[大舜有大焉, 善與人同, 舍己從人, 樂取於人以爲善.]”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안연(顔淵)에 “군자가 공경하여 잃음이 없으며, 남과 어울리면서 공손하고 예가 있으면 사해의 안이 모두 형제이니, 군자가 어찌 형제가 없음을 걱정하겠는가.[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자로(子路)에 “거처하기를 공손히 하며, 일할 때는 공경하며, 사람을 대할 때는 성실하게 한다.[居處恭, 執事敬, 與人忠]”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여기[與其] ~하기 보다는. ~하느니. 차라리. 참고로,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죄가 의심스럽거든 가벼운 쪽으로 다스리고 공이 의심스럽거든 후한 쪽으로 치하할 것이니,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상적으로 법을 쓰지 않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 낫다.[罪疑惟輕, 功疑惟重, 與其殺不辜, 寧失不經.]”라고 한 데서 보이고, 대학(大學) 장구(章句) 10장(十章)에 “차라리 임금의 재물을 훔치는 신하를 둘지언정 백성에게서 긁어모으는 신하는 두지 않는다.[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이소[易疏] 소원해지기 쉬움. 멀어지기 쉬움. 참고로, 맹자(孟子) 고자 상(告子上)에 “왕이 지혜롭지 못함이 이상할 것이 없구나. 비록 천하에 쉽게 생장하는 물건이 있더라도 하루 동안 햇볕을 쪼이고 열흘 동안 춥게 하면 능히 생장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임금을 뵘이 드물고 내가 물러나오면 임금의 마음을 차갑게 하는 자가 이른다. 싹이 있은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無或乎王之不智也. 雖有天下易生之物也, 一日暴之, 十日寒之, 未有能生者也. 吾見亦罕矣, 吾退而寒之者至矣. 吾如有萌焉, 何哉?]”라고 한데 대해, 주자가 “임금의 마음은 오직 기르는 바에 달려 있으니, 군자가 선을 기르면 지혜로워지고, 소인이 악을 기르면 어리석어진다. 그러나 현인은 소원하기 쉽고 소인은 친근하기 쉽다. 이 때문에 적은 사람이 많은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정직한 사람이 사악한 자를 이길 수 없으니, 예로부터 국가가 다스려지는 날이 항상 적고 혼란한 날이 항상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人君之心, 惟在所養, 君子養之以善則智, 小人養之以惡則愚. 然賢人易疎, 小人易親. 是以寡不能勝衆, 正不能勝邪, 自古國家治日常少而亂日常多, 蓋以此也.]”라는 범씨(范氏, 范祖禹)의 말을 인용한 데서 보인다.
- 불약[不若] ~만 같지 않다. ~만 못하다. ~에는 미치지 못한다. 기면서 머리를 자꾸 오른쪽으로 돌린다는 거북. 참고로,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에 “강을 보고 물고기만 부러워하는 것이 집에 돌아가 그물을 만드는 것만 못하다.[臨河而羡魚, 不若歸家織網.]”라고 하였고, 해록쇄사(海録碎事) 권19 구두화전(臼頭花鈿)에 “못생긴 여자가 만면에 장식을 해도 서비(徐妃)가 반 화장한 것만 못하다.[臼頭花鈿滿面, 不若徐妃半粧.]”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난친[難親] 친해지기 어려움. 가까이하기 어려움. 예기보주(禮記補註)에 “소인(백성)은 물에 빠지고 군자(사대부)는 말에 빠지고 대인(천자와 제후)은 백성에게 빠지니, 모두 설만히(하찮게) 여기는 바에 있는 것이다. 물은 사람에게 친근하나 사람을 빠뜨리니, 그 덕이 친압하기 쉬우나 가까이하기 어려우므로 사람을 빠뜨리기 쉽다. 쓸데없는 말이 많으면 남에게 있어서는 번거로워, 말이 나오기는 쉽고 뉘우치기는 어려우므로 사람을 빠뜨리기 쉽다. 백성은 인정에게 가려져 비루한 마음이 있어서, 경외할 만하고 소홀히 할 수 없으므로 사람을 빠뜨리기 쉽다. 그러므로 군자는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小人溺於水, 君子溺於口, 大人溺於民, 皆在其所䙝也. 夫水近於人而溺人, 德易狎而難親也, 易以溺人. 口費而煩, 易出難悔, 易以溺人. 夫民閉於人而有鄙心, 可敬不可慢, 易以溺人. 故君子不可以不愼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어사[御事] 일을 제어하다. 일을 다스리다. 일을 맡아하다. 일을 다스리는 자를 말한다. 일을 다스리는 주나라의 사도(司徒), 사마(司馬), 사공(司空)을 가리킨다.
- 교지[巧持] 교묘하게 유지함. 교묘하게 지탱함. 꾸며서 유지함. 참고로, 송(宋)나라 여본중(呂本中)의 관잠(官箴)에, 사마자미(司馬子微)의 좌망론(坐忘論)을 인용하며 “끝에 가서 교묘하게 변명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착실하게 조심하는 것이 낫다.[與其巧持於末, 孰若拙戒於初.]”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사마자미(司馬子微)는 당(唐)나라 무측천(武則天)과 예종(睿宗)과 현종(玄宗)의 귀의를 받았던 도사(道士) 사마승정(司馬承禎)을 말한다.
- 졸수[拙守] 우직하게 지키다. 졸렬하게 고수하다. 수졸(守拙). 어리석음을 지킴. 졸렬함을 지킴. 참고로, 도잠(陶潛)의 귀원전거(歸園田居)에 “남쪽 들판에서 황무지 일구며, 졸박함을 지켜 전원으로 돌아왔네.[開荒南野際, 守拙歸園田.]”라고 하였다.
- 수졸[守拙] 어리석음을 지킴. 자기 분수에 만족함. 어리석음을 지키고 본성(本性)을 고치지 않음. 사대부들이 관직에 나가지 않고 스스로 청빈함을 지키며 사는 것. 자신의 소박한 본성과 분수를 지켜 재주를 부리거나 명리(名利)를 다투지 않음. 세태에 융합하지 않고 우직(愚直)함을 지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못난 본성을 고치지 않음. 어리석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우직한 태도를 고집하여 본성을 고치지 않음. 바둑에서 기력(棋力)을 나타내는 말. 겨우 자기의 집이나 지킬 정도라는 뜻으로 초단(初段)을 이르는 말. 참고로, 진(晉)나라 도연명(陶淵明: 도잠陶潛)의 귀원전거(歸園田居)에 “남쪽 들판에서 황폐한 밭 일구며 졸렬함을 지켜 전원으로 돌아왔다.[開荒南野際, 守拙歸園田.]”라고 하였다.
【譯文】 與人漸親, 御事拙守.
交與他人的人, 與其輕易疏遠在最終, 不如艱難親近在開始 ; 治理事務的人, 與其機巧自持在事後, 不如愚拙守成在事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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