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어리석은 사람이 없는데
어찌 함부로 속임수를 쓰겠으며
세상 모두가 괴로운 사람들인데
어찌 홀로 편안함을 누리겠는가.
天下無憨人, 豈可妄行欺詐.
천하무감인, 기가망행기사.
世上皆苦人, 何能獨享安閑.
세상개고인, 하능독향안한.
<圍爐夜話위로야화>
- 감인[憨人] 어리석은 사람. 우매한 사람. 질박한 사람.
- 기가[豈可] 어찌 ~해도 좋단 말인가? 어찌 ~할 수 있는가? 감히 ~할 수 있는가? 참고로, 한서(漢書) 권48 가의전(賈誼傳)에 가의가 관중(管仲)의 말을 인용하여 “관자는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사유(四維)라고 하는데, 사유가 반듯하게 펼쳐지지 않으면 나라가 멸망하고 만다.’라고 하였습니다. 관중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그만이지만, 관중이 조금이라도 정치의 체도(體道)를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管子曰: 禮義廉恥是謂四維, 四維不張, 國乃滅亡. 使管子愚人也則可, 管子而少知治體, 則是豈可不爲寒心哉.]”라고 한 데서 보이고, 사기(史記) 권87 이사열전(李斯列傳)에, 진(秦)나라 승상 이사(李斯)가 무함을 받고 사형을 당하기 직전에 그의 아들을 돌아보며 “내가 너와 함께 다시 누렁이를 이끌고 상채의 동문으로 나가서 약빠른 토끼를 쫓으려고 한들 어떻게 될 수 있겠느냐.[吾欲與若復牽黃犬, 俱出上蔡東門, 逐狡兎, 豈可得乎.]”라고 탄식했던 고사에서 보이고, 진서(晉書) 권66 도간열전(陶侃列傳)에 “대우(大禹)는 성인인데도 한 치의 광음을 아끼셨는데, 일반 사람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한 푼의 광음을 아껴야 한다. 어찌 편안히 놀고 마음껏 취해, 살아서는 당대에 보탬이 없고 죽어서는 후세에 알려짐이 없겠는가. 이는 스스로 버리는 것이다.[大禹聖者, 乃惜寸陰, 至於衆人, 當惜分陰. 豈可逸遊荒醉, 生無益於時, 死無聞於後, 是自棄也.]”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 “공손함과 검소함을 어찌 고운 음성이나 웃는 얼굴로 꾸며서 할 수 있겠는가.[恭儉, 豈可以聲音笑貌爲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망행[妄行] 망령(妄靈)된 행동. 이치에 맞지 않고 정상적인 것에서 어긋나는 행동. 함부로 행동하다. 마구 행동하다. 무턱대고 하다. 참고로, 장자(莊子) 산목(山木)에 “남월에 고을이 있으니 이름하여 건덕국(建德國)이라 한다. 그곳 백성은 어리석고 질박하며, 사심이 적고 욕심이 적으며, 농사지을 줄만 알고 저장할 줄은 모르며, 남에게 주는 것만 알고 보답을 바라지 않으며, 의(義)가 무엇인지 모르고 예(禮)가 무엇인지 모르며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해도 대도(大道)를 밟는다.[南越有邑焉, 名爲建德之國. 其民愚而朴, 少私而寡欲, 知作而不知藏, 與而不求其報, 不知義之所適, 不知禮之所將, 猖狂妄行, 乃蹈乎大方.]”라고 한 데서 보인다. 건덕의 나라란 즉 무위(無爲)로 다스리는 이상 국가를 말한다.
- 기사[欺詐] 남을 속임. 못된 꾀로 남을 속임. 사기 치다. 속여먹다. 속이다. 잔꾀. 사기(詐欺).
- 고인[苦人] 생활의 곤경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람. 생활이 어려워 힘들게 일하는 사람. 고역(苦役)살이군. 고역살이 하는 사람. 몹시 고되고 힘든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불운한 사람. 참고로, 심경부주(心經附註) 권3에 “사마군실(司馬君實)이 일찍이 분란을 걱정한 나머지 때때로 한밤중에 일어나서는 날이 새도록 잠들지 못하곤 하였으니, 이는 진정 혼자서 고뇌한 사람이었다고 할 것이다.[君實嘗患思慮紛亂, 有時中夜而作, 達朝不寐, 可謂良自苦人.]”라고 한 정자(程子)의 말이 실려 있다. 군실은 사마광(司馬光)의 자(字)이다.
- 하능[何能] 어찌 ~할 수 있는가. 참고로, 세설신어(世說新語) 상서(傷逝)에, 유량(庾亮)이 죽었을 때 하충(何充)이 말하기를 “옥수를 흙 속에 묻으려니, 사람의 슬픈 정을 어찌 억제할 수 있으리오.[埋玉樹著土中, 使人情何能已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진서(晉書) 권92 장한열전(張翰列傳)에, 진(晉)나라 때 문인 장한(張翰)이 낙양(洛陽)에 들어가 동조 연(東曹掾)으로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가을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는 자기 고향인 강동(江東) 오중(吳中)의 순챗국과 농어회를 생각하면서 “인생은 자기 뜻에 맞게 사는 것이 귀중하거늘, 어찌 수천 리 타관에서 벼슬하여 명작을 구할 수 있겠는가.[人生貴得適志, 何能羈宦數千里, 以要名爵乎.]”라고 말하고는, 마침내 수레를 명하여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에서 보인다.
- 독향[獨享] 자기 혼자만 향수(享受)하다. 혼자 누리다. 홀로 누리다. 사당이나 서원에서 한 사람만의 신주를 모셔 두고 제향하는 일.
- 안한[安閑/安閒] 평안(平安)하고 한가(閑暇)로움. 마음이 편안하여 느긋함. 조용하고 한적하다. 편안하고 한가하다. 편안하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가리킨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과광애사(過廣愛寺)에 “세상에 붙여 사니 몸은 꿈속 같은데, 편안하니 하루가 일 년 같구나.[寓世身如夢, 安閒日似年.]”라고 하였다. 이는 하루가 1년처럼 시간이 더디 갔다는 뜻이다. 안일(安逸).
【譯文】 騙人如騙己, 人苦我也苦.
天下沒有真正的笨人, 哪裏可以任意地去欺侮詐騙他人呢? 世上大部分人都在吃苦, 我怎能獨自享閑適的生活呢?
–